꾸준히 이어지는 독서모임 동적평형의 3월 정모가 어제 있었습니다. 오르한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발제자님의 책에 대한 개괄적인 발제가 이어지고 자유로운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제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 책의 주제는 세밀화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스만 제국의 시대인 1591년 터키의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문명이 충돌하고 그 충돌의 와중에서 방황하는 세밀화가들의 이야기가  내 이름은 빨강의 스토리입니다. 


등장인물들이 각 챕터의 화자로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때로 그 이야기는 독자를 향해 직접적으로 던져지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본 데드풀이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아무튼 사람들 뿐만 아니라 개와 나무, 말과 금화까지 이야기꾼의 입을 빌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독자들의 동의를 구하기도 합니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중간중간 풋하고 웃게 되는 장면들도 있고 남자들이 자신의 일에 열중해서 다른 걸 보지 못하는 멍청한 행동을 일삼는 반면에 여자 등장인물들은 상황과 사태에 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대처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주로 다뤄지는 이야기가 세밀화와 그 세밀화를 다루는 화가인지라.. 관련한 그림들을 보고 위키의 오스만 세밀화 부분을 좀 보시고 읽기 시작하시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Ottoman_miniature_painters.jpg


화원에서 세밀화를 그리는 화가들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물들간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고 색채가 화려하며 글씨와 그림이 같이 있죠. 원근법이나 그림자의 묘사같은 부분도 생략되어 있습니다. 


내 이름은 빨강에 따르면 세밀화가들은 수천 수만번의 연습을 통해 눈으로 본 것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적으로 옳다고 여겨져 내려오는 대가의 이미지를 그대로 복사해내는 신의 복사기에 가까운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이 원점을 벗어나면 종교와 신에 대한 반항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거죠. 


관련된 내용이 좀 더 궁금하시면 위키로.. https://en.wikipedia.org/wiki/Ottoman_miniature 


책을 다 읽고난 감상은 상당히 재미있다로 일치되지만..공통적으로 읽기에는 매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글도 많고 세부적인 묘사나 관념들이 많이 언급되는터라 피곤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2차에서 간단하게 뒷풀이 한후에 귀가했구요. (여느때처럼 즐거웠습니다..ㅎ)


다음달 정기모임 주제도서는 천명관 작가의 "고래"로 결정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라.. 이번 기회에 즐거운 독서 목록 하나를 더 늘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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