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얼굴

2015.09.27 02:11

김감자 조회 수:1402

저희 가족은 엄마 아빠 저 남동생 이렇게 넷입니다.

엄마는 속쌍커풀이 진한, 외국 여배우같은 눈을 갖고 있구요. 아빠는 큰 외쌍커풀? 입니다.

근데 동생과 저는 쌍커풀이 없어요.

부모님 두분다 젊은 시절부터 쌍커풀이 있었습니다.


저와 동생은 닮았는데요. 제가 까맣고 동생이 하얀편이란걸 빼면 생김새가 닮았습니다.

근데 저는 제가 엄마를 닮았는지 아빠를 닮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마찬가지로 동생이 누구를 닮았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름대로 저는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밖에서 들어보면 아빠를 닮았다고 하구요.

근데 믿을 수는 없는 것이, 아빠의 사업친구들이 하는 말이어서

관용어일 확률이 높거든요.


제가 그림을 그려서 비슷한 모양에 대해 잘 연상한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지금까지도 저는 제가 누구를 닮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너무 오랫동안 봐와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든건지도 모르겠어요.

제 머리에 유형별로 사람들의 얼굴이 기억되고 있다면

특정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 유형에서 벗어나

그 사람의 얼굴을 위한 새로운 방이 만들어지는거죠.


못나보이던 얼굴이 사귈수록 정이 가는 것처럼요.

세세한 것들이 모두 기억되서 특징적인 것은 상대적으로 덜 보이는거죠.


가장 최근에는 이은결을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마리텔을 본 친척네로 부터요.

화장실에서 양치하며 거울을 보다가

아, 웃는게 닮았구나.

그 친척네의 두 아들은 엄마와 아빠를 쏙 빼닮았는데요.


남들은 누구 닮았는지 쉽게 떠올리면서

정작 나는 누구 닮았는지 알 수 없는

설움이네요.


*쌍안경으로 달을 보면 달이 예쁩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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