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10.26 00:23

여은성 조회 수:855


 1.이 세상이 소시오패스나 나쁜놈들로 가득한 걸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사실 착하게 살기는 귀찮잖아요. 이 세상이 착한놈들로 가득차 있다면 귀찮더라도 착한 놈으로 살아야 하는데 나쁜놈들로 가득차 있어서 늘 다행이다 싶어요.


 예전에는 불쌍한 녀석이 착한 녀석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불쌍한 녀석들을 돕거나 신경쓰거나 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불쌍한 나쁜녀석이던 거예요. 불쌍한 좋은 녀석이 아니라. 휴. 하지만 저는 늘 나쁜곳에서도 좋은 면 하나를 찾아내는 낙관주의자죠. 누굴 돕거나 신경쓰는 것 역시 귀찮은 일인데 불쌍한 녀석이 꼭 착한 녀석은 아니란 걸 알게 되니까 귀찮은 일이 하나 줄어서 기분이 좋아요.



 2.어렸을 때는 워싱턴의 벚나무 일화를 감명깊게 봤어요. 맙소사...그렇게 한심할 수 있었다니.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그 벚나무 일화는 완전 기만적인 거예요. 워싱턴은 애초에귀찮게 거짓말을 꾸며낼 필요가 없었던 거죠. 워싱턴은 이미 벚나무보다 자기가 아버지에게 더 가치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었을 테니까요. 뭐하러 귀찮게 거짓말을 해요?


 목화밭에서 일하는 흑인의 아들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목화밭에서 일하는 흑인의 아들이 다혈질인 워싱턴 씨 벚나무를 부러뜨렸다고 가정해 봐요. 그럼 그 아인 어느 쪽이든 욕을 먹었을 거예요. 아주 심하게 두들겨맞는 게 두려워서 거짓말을 했으면 거짓말쟁이라고 욕먹었을 테죠. 


 그리고 거짓말을 안했다면? 일단 완전 심하게 두들겨맞았겠죠. 그리고 어떤 결과가 따를지 뻔히 알면서도 나서다니, 뇌가 청순하다고 까였겠죠.



 3.1,2번을 쓰면서도 짜증났는데 3번은 쓰기 전부터도 짜증나네요.


 진짜 이해안되는 사람들은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들이예요. 입으로요. 최근에 그런 일이 두 번이나 있었어요. 두 번이나요. 그들은 미안하다고 몇 번 말한 후 반응을 원해요. 미안하다고 했으니 이제 괜찮겠냐고요. 괜찮지 않다고 하면 다시 도돌이표 찍듯이 미안하다는 말을 해요. 저는 그걸 들으면서 궁금해요. '미안하다'와 '진짜 미안하다'와 '진짜 진짜 미안하다'의 차이가 무엇일지에 대해서요. 물어봐도 답이 나올 거 같진 않아서 묻진 않아요. 


 그래서 말해 봤어요. 그냥 돈으로 줄 수 있냐고요. 제가 알기로, 미안하면 말이 아니라 미안한 만큼 돈으로 주면 되는 거니까요. 스스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을요. 상대가 받지 않으면 또다시 말로 사과를 반복하는 거처럼 돈을 좀더 올리는 식으로요. 


 휴.


 물론 그들은 돈으로 주지 않았어요. 돈 한푼 줄 정도로 미안한 건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오래 반복할 수 있다니? 그건 이상하기도 하고 아주 짜증나기도 해요. 그리고 그럴 수 있다는 게 무섭기도 해요.



 4.휴.



 5.이 글을 끝내버리고 싶었지만 소름끼치는 세상에 대해 말하다 보니 돈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어요. 소름끼치는 세상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으면 파괴가 아주 많이 진행됐을 거예요. 휴. 주어는 쓰지 않았지만 '어느 쪽의 파괴가 진행되었을 거란 거지?'하고 묻는 분은 설마 없겠죠. 


 소름끼치는 세상은 뭐랄까...망가라치바 같은 거예요. 피한다는  옵션 따위는 없는 망가라치바 말이죠. 망가라치바와 내가 충돌하고 나서도 내가 무사하려면 망가라치바와 나 사이에 좋은 완충재가 있어야 하죠. 휴. 물론 제일 좋은 완충재는 늘 돈이고요. 돈을 완충재로 삼으면 다른 어떤 걸 완충재로 삼는 것보다 더 안전하고, 다음 번 충돌에도 침착하게 대비할 수 있는 거죠. 


 물론 어떤 물건도 내구도가 있기 때문에 충돌과 충돌 사이에 완충재를 수복해 둬야 하죠. 어떻게든 경제 활동을 해서 돈을 채워 넣어야 해요. 


 휴.


 사실 이건 여러번 한 소리예요. 여러번 한 소리를 비유법만 슬쩍 바꿔서 하고 또하는거죠.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제가 얼마나 돈에 감사하는지 전하고 싶어서요. '무슨 소리야? 감사한다니?'하는 분도 있겠죠. 하지만 이런 거예요.


 소공녀 세라에서 세라는 비참한 현실에 위로가 되어 주는 에밀리인형을 인격화시켜요. 에밀리인형에 인격이 있다고 여기고 자신이 안 보는 사이에 걷고 말하고 춤출 거라고 진짜로 믿죠. 그건 거의 종교예요. 왜냐면, 세라는 에밀리인형을 인격화시켜서 정신적인 완충재로 삼지 않았으면 완전 돌아버렸을 거거든요. 그리고 완전히 미치는 것보다는 일부분만 미치는 게 훨씬 더 나은 거니까요. 세라는 일부분만 미쳐버리는 걸 택한 거예요.


 저도 비슷해요. 돈이 유일하게 위로가 되기 때문에 돈을 인격화시키고 친구로 삼고 때때로 감사인사를 하는 걸 잊지 않는 거죠. 이세상의 다른것들은 기대를 배신하곤 해요. 하긴 멋대로 기대하는 거니 배신이라고 하기는 뭐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돈은 아예 스스로 써넣고 다니잖아요. 만원짜리에는 만원만큼 기대하라고 써 있고 오만원짜리에는 오만원만큼 기대하라고 써 있죠. 돈은 기대를 넘어선 보상을 하는 일은 없지만 어차피 이건 다른 인간들도 마찬가지고...돈은 적어도 내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만큼의 힘은 확실하게 발휘하죠.


 흠...이건 다른 분들이 보기에 헛소리로밖에 안 보이겠군요. 자신만의 현실은 남에겐 늘 헛소리로밖에 안 들리니까요. 헛소리를 너무 길게 쓰는 거 같기도 하네요. 


 말하자면, 돈이 저의 에밀리인형이라는 거예요. 소공녀 세라는 비참한 처지가 되었어도 하녀 베키가 자신과 맞먹는 걸 절대로 허용하지 않죠. 뭐,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랬어요. 몇몇 사람들을 자신과 맞먹도록 내비뒀다면 현실이 좀더 나아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죠. 소공녀를 볼 때마다 세라가 에밀리인형만을 위로로 삼으며 언젠가 좋은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걸 보고 감명받곤 했어요. 


 

 6.휴.



 7.소공녀 세라는 정말 명작이예요. 이 세상의 다른 인격체들을 믿는 것보다는 차라리 물체를 인격화시켜서 믿는 게 낫다는 걸 세라에게서 배웠어요. 소공녀 세라를 보고 이런 교훈을 얻는 사람은 아마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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