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로 최근 몇 년간은 불황이 저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일까요.
'군대도 두 번 갔으니 하고 싶은 공부나 좀 더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을 당시엔 석사과정을 끝내고 나면 세상이 좀 더 나아졌을 거라는 기대도 조금은 있었거든요.


올해 여름에 고급의 백수에서 그냥 백수로 전직한 후 처음으로 준비하는 공채 시즌도 이제 끝나갑니다.
논문 심사 끝나자마자 대충 드래곤볼 모으듯 주섬주섬 스펙 모아서 뛰어든 취업전선인지라 배움의 연장이라고 겸허히 받아들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각오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나더군요. 우와...


국내 굴지의 모 대기업과 꽤 알아주는 중견기업의 면접에서 '하하하하하 이런 쓸데없는 걸 왜 2년이나 하셨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인턴이나 하지.' 라고 보다 순화된 표현으로 얻어맞고 나니
그 날 이후로 이따금씩 춥지도 않은데 오한이 돌아요. 면전에다가 '늬들이 노오력이 부족하다며, 노오력이!!!'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뭐 별수 있나요. 참아야죠.
면접비로 맛있는 거 사먹고 집에 돌아와서는 씩씩거리다가 잠들 뿐이지요 :(


최종면접까지 치르고 발표만을 남겨둔 곳도, 아직 면접이 남은 곳도 있으니 기다려 봐야겠지만 어떻게 되든간에 올 겨울은 더 춥게 느껴질 것 같아요.



2. 진짜 '날씨' 이야기를 해볼까요. 요즘은 비가 꽤 자주 오는데도 춥지 않고 제법 따뜻하지요. 
기억을 더듬어보면 항상 이맘때가 체감상 가장 추웠던 것 같은데 이상한 일이에요. 심지어 일교차도 그렇게 크지 않고요. 
11월에 후드티 하나만 입고 돌아다녀본 건 올해가 처음인듯 해요. 추위를 엄청 타는지라 평소에는 5~6월까지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자거든요.

 
상술한 바와 같이, 저는 구직자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하루의 대부분을 카페 혹은 독서실, 도서관 등에서 보내고 있어요. 
각기 다른 세 장소의 공통점을 꼽자면 지나치게 빵빵한 난방일겁니다. 역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데는 햇님만한 게 없지요.
아무리 얇게 입어도 더운 곳입니다. 이게 사람을 몽롱하게 만들어서 커피를 아무리 진하게 내려서 마셔도 니코틴이 필요한 시점이 항상 와요. 


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네요. 세 곳 다 산 중턱 혹은 산 근처라서 정말 미친듯이 추운 거요...
그렇게 실내에서 건전하게 땀을 흘리다가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가면 그 5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무엇을 찾기위해 이 길을 헤매이나~' 하며 매번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은 진짜 감기에 걸렸습니다. 목이 간질간질하긴 하지만 목이 잠긴 게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3. 평소에 죽은 듯 자는 게 몇 안되는 장점이었는데, 꽉 막힌 코 때문인지 어제 간만에 꿈을 꿨어요. 


하필 꿈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무협지를 읽다가 잠들어서 그런지 무림? 강호? 뭐 그런 곳이었지요.
꿈에서의 저는 나쁜놈 끝판왕. 뭐 마교 교주 비슷한 사람이었는데 거기서는 감기가 더 심하게 걸려서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초식 이름을 못 외치니까 필살기도 안 나가고 해서 주인공한테 썩어지게 쳐맞는 내용이었어요.
(세일러문이 변신하는 동안 얌전히 기다려주는 착한 악당들과 함께 영원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자 그 바닥의 상도덕이죠.)


이래서 남자는 기술을 배워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듀게인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기술이 안 나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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