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꼬인걸까요.

2016.01.08 14:44

장모종 조회 수:1848

연애관련 글이지만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은 저와 한살 혹은 몇 달정도의 나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남자이고 직장은 다닙니다. 굳이 학교 왜

안나가냐 졸업은 할거냐 같은 이야기를 묻지는 않았습니다.

예전 지인입니다만 아무리 같은 이름이어도 아니라고 우깁니다.

왜 지인이냐면 "X학년 X반 옆반의 N반 ㅇㅇㅇ"라는 식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금방 (1달 반 정도요) 전학가서 졸업앨범에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 때에 모두 어렸습니다. 만화책 대여점 앞에서

싸웠던 일이 기억이 납니다. 대략 그렇습니다.


어디서에서인가 제 전화번호였는지 카톡이었는지로 연락했습니다.

그래서 봤습니다. 그게 5월 아니면 6월이었고요. 얼핏 괜찮게 생겼습니다만

좀 괜찮게 생겼다고 말투나 옷입은거나 너무 성의도 없고 진짜 사랑

앞에서면 이런 식으로 안 굴 것 같아서 좋지 않게 말을 했고요

그 때 이후로 안 만났습니다. 카톡이나 전화는 오고갑니다만 그렇게

순탄하고 아름다운 상황은 아닙니다.


매일 과거의 기록 (어제도 과거입니다) 인 카톡들을 봤습니다.

보고 또 보고 카톡에 걸어놓은 셀카도 보고 하다 보니 혼자서

이 남자를 좋아하나? 싶었습니다. 카톡을 보내보았지만 답장이

늦기에 미안한데 나 마음접게 나 좀 차단하라고 했습니다. 차단

안 할 거라고 그런거 아니라고 답장이 왔었습니다.


혹시 다른 여자 있나? 싶어서 물어봤습니다만 부인합니다. 사실

지금도 별로 안 믿습니다. 왜 믿습니까.


어느날 전화로 저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저 보고 좋아하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쉬는날 언제냐고 묻습니다. 안 볼 거라고 했습니다.

영원히 안 볼 거냐고 묻기에 그게 왜 나쁘냐고 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하기에, 영원히 그 자리에서 예쁘고 병들지 않은 상태로

시들지도 상하지도 않은 상태로 남아달라고 했습니다. 남들 결혼할 때

좋은 사람 나보다 최소한 너에게는 이득되는 사람 찾아서 가고

결혼식장에 지인으로 참가할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웁니다.

우물거리면서 말을 제대로 못합니다.


아직 카톡이나 전화는 합니다. 저는 분명히 그를 이상하리만큼 좋아합니다.

하지만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해서 필요없는 노력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어차피 제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어서

한 번도 제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그가 알아서 자기 자리를 잘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귀면 뭐 하지?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이상하더군요. 인조적인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꼬인 걸까요. 왜 이러는 걸까요.


아 저는 못생기거나 순박해 보이지는 않지만 너무 인상없고 평범한 외모인데다가

키가 그나마 작지는 않은 것 외에는 특색이 없습니다. 말주변도 별로 없고요.

어차피 상대방이 자기 레벨 생각해서 이러는것도 아닐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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