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6 23:46
요즘 트위터 상에서는 영남패권주의, 호남지역주의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웠습니다.
오늘도 진중권, 고종석, 홍세화, 노정태 등 여러분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드는데요
김욱이 쓴 '아주 낯선 상식'의 호남 세속화 주장이 이 논란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고종석 선생과 홍세화 선생은 이 '아주 낯선 상식'을 적극 권장하고 진중권은 '구리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그냥 스케치만 해보자면
1. 진중권 선생은 영남패권주의가 이미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악인데, 호남에서까지 세속을 좇아 지역의 이익을 대놓고 추구해야 하냐?
그리고 지역주의 논리는 지역민들이 아닌 지역 토호들의 이익으로 수렴할 뿐이다라고 주장합니다.
2. 고종석 선생은 호남 세속화를 적극 주장합니다. 호남은 그동안 너무 차별당해왔다. 영남패권주의를 척결해야 하고 호남도 더이상 민주화의 성지란
타이틀에 갇혀 금욕적으로 굴지 말고 지역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그리고는 그냥 진중권 험담입니다. 진중권은 원래 영남패권주의를 비판한 적도 없고 전라도 까기만 바빴다. 문빠 대마왕.
3. 홍세화 선생 역시 영남패권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과거 영남에서도 경쟁력있는 영남인 야권 후보를 지지했던 본인은 '투항적 영남패권주의였다!' 라는 깨달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영남패권주의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 공격하여 새누리를 고립시키자는 의견이었구요.
4. 노정태씨는 아마 진중권씨의 주장에 대한 문제제기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 호남 토호가 있고 그 토호들의 입김이 강력하다면 당연히 토호들의 이익을 어느 정도 수용할 지 고민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해야지 무조건적인 지지를 요구하는 게 말이 되냐?라는.
저도 몇 마디 거들어보자면
진중권 선생의 의견은 정당해 보입니다. 다만 호남에 대한 오랜 차별적 정서를 일부러 외면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냉담합니다.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에 대한 배경을 언급하고 일견 공감을 해주면서도 지역주의의 옳지 않음을 얘기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으나
정말 드라이하네요. 호남의 저항적 지역주의를 인정 안하는 건 아닐 겁니다. 예전에 관련 글을 쓴 걸 기억하거든요. 근데 그걸 좋게 보는 것 같진 않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종석 선생이 말하는 영남패권주의는 좀 의미가 다른 것 같습니다. 요즘 이 분이 말하는 영남패권주의는 박정희 시절부터 내려온 지역 갈라치기가 아니라
친노 영남패권주의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걸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 비난의 방향이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일부 호남 사람들이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출신을 영남패권주의라고 하는 심정은 알 것 같습니다. 대북 송금 특검에서부터 난닝구 백바지 갈등,
문재인이 부산에 내려가 우리가 부산 정권인데 왜 지지를 안해주냐는 지역주의적 발언 등 상처 받을만한 일들이 있었죠.
근데 이게 지금도 유효한 비판이냐 관성화된 비판이냐는 좀 따져봐야겠죠. 저는 후자입니다.
그건 제껴두고라도 왜 지역 패권주의를 또다른 지역 패권주의로 극복해야하는지는 이해가 안됩니다.
영남한테 많이 당했으니 우리도 우리 밥그릇을 주장하고 많이 가져다주는 놈들을 지지하자.
이게 남녀처럼 이분화된 거면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지지도 해주겠는데 어디 그러나요? 우리 나라가 전라도 경상도만 있는 것도 아닌데요.
더 문제는 거기에 동조 안하면 홍세화 선생이 언급한 그 '투항적 영남패권주의자'가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아 그리고 고종석 선생이 지적한 것처럼 진중권 선생이 영남패권주의를 비판한 적이 없는 건 아니죠. 조독마 시절 글들 지금도 돌아다니더군요.
또 홍세화 선생은 영남패권주의를 사람들이 외면한다고 하셨는데요. 주구장창 얘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이거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주 골자아닙니까?
선거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게 영남패권주의 쫑내려고 하는 건데 그거 그만 요구하랍니다. 어차피 받아주지 않을 거니까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영남에서 민주세력 키워서 새누리를 고립시키자는 하나마나한 얘기 하고 계십니다.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노정태씨는 참.... 토호의 이익을 어디까지 수용해줄지 협상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라는 말, 그냥 정경 유착하라는 거죠. 그리고 유착을 전제로 선택지가 두 개 이상 있다면 당연히 자기들 이익을 더 높여줄 쪽을 지지할텐데 말이죠.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추가
물뚝심송님이 영남에서 호남쪽으로 넘어가면 도로 자체의 질과 늘어선 건물의 수준이 다르다고 호남 차별을 얘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노정태씨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하며 리트윗도 많이 하고 있네요. 틀린 얘기 아닐겁니다.
근데 저는 한 달에 두 세번 늘 광주를 내려가는데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갈 때 어떤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강원도도 마찬가지겠죠. 그러니까 이건 영남과 호남의 차별이 아닌 영남과 비영남의 차별이죠.
아마 이것도 십 수년 전 진중권 선생이 했던 말 같은데 영호남 갈등 축소라고. 영남패권주의로 영남과 비영남이 차별되지만
정략적으로 영호남만 부각시켜 갈등을 축소시키고 호남 외 지역에는 호남보다 그나마 낫다는, 호남에서는 그들만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심어놓는다고요.
이 오래된 얘기들을 다시 늘어놓아야 하는 걸 보면 진짜 시대가 퇴행하긴 했나봐요.
2016.02.07 08:46
2016.02.08 13:27
일단 노정태씨는 '호남의 토호라는 일진 세력'이란 워딩을 써서, 쇼부를 치는 거 당연한 거 아니냐는 얘기를 했어요. 그 토호가 무슨 복지재단이나 시민단체인가요? 돈줄 깨나 쥐고 지역에 실력 행사하는 유지들입니다. 이 치들의 이익을 어디까지 맞춰줄 건지 고민하라는 거 어느 정도 뒷배 봐주는 거 감수하라는 얘기 아닌가요.
그리고 진중권씨는 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전라도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들 했습니다. 과거에 민노당 안 찍고 95프로 이상 민주당 밀어준 것에 삐쳤다고 하면 삐친 거겠죠. 진중권씨가 실제로 호남이 차별당하고 있다 생각하는지 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 안해요. 핵심은 그거죠. 호남도 영남처럼 좀 해먹자 주의, 이거 과연 옳은 거냐.
이게 옳으나 그르냐에 대한 논쟁이 패권주의와 피해자 논리가 뒤섞여 희석되는 걸 많이 봅니다. 그리고 님처럼 지역주의에 대한 비판을 지역 배제로 물타기하는 것도 많이 봐요. 이러다 학연, 지연을 비롯한 각종 연고들에 대한 딸랑이가 공식적 슬로건으로 지지받는 세상이 오려나요?
그 연고에 기댄 세속화라는 거 한 번 인정하면 점점 미시적으로 진행될 거 뻔해요. 암묵적으로 유대가 이뤄지지만 지속적으로 견제받아야하는 문제입니다.
또 호남을 구태 토호세력이라고 정의한 적 없습니다. 비약 좀 하지마세요. 일부 정치인들이 호남 해먹자 주의를 외치면서 호남파는 것과 나만 지역민들에게 이익을 줄 사람처럼 약을 팔면 옆에서 토호가 바람잡이 역할 하는 짓거리를 비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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