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떠나보내고..

2016.03.17 15:05

지루박 조회 수:1968

저번주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오던 때였습니다.


연세가 80이 되신, 갑작스런 암 말기 선고로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하시던 아버지가 제 꿈에 나타나셨죠.


깡마른 몸이 었고, 상의는 탈의되어 있었습니다.


큰 방에 어머님이랑 누워계셨는데, 큰 방으로 들어가던 저와 눈이 마주쳤죠.


실제로는 아버지가 이번 달을 넘기시기 어렵다고들 했지만


꿈에서는 저도 모르게 '몸이 많이 좋아졌나보네..'란 말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하고 살짝 미소만 보이셨어요.


그리고 금요일 아침이 되어 회사에 출근하려고 씻고 있는데 외지에 있는 형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에서 방금 전화 받았다고.. 아버지 오늘 넘기시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이었죠. 


부랴부랴 씻고 옷 입고 아버지 계신 병원에 도착한지 40여분 만에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병원에 갔지만 어머니가 잠시 물 드시러 로비로 나간 사이에 호흡을 멈추셨는데


가족 중에 유일하게 저라도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제가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왜 누가 돌아가시면 임종을 지켜봤느냐.. 란 말을 으레 하길래.. 그게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아버지 마지막 길을 제가 배웅했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게 참 큰 의미가 있는거 같애요.


요즘에는 임종 지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하니.. 


아마 제가 마지막 까지 아버지 곁에 있을 줄 알고 새벽에 그렇게 제 꿈에 선명하게 나타나셨나 싶기도 하구요. 


마음은 저번주보다는 많이 추스렸지만 가장 슬픈건 아무리 아버지 이름을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는 사실.. 그 사실이 제 마음을 정말 쓰리게 하네요. 


아직은 슬픈 이별 노래만 들어도 눈물이 나옵니다. 사진만 봐도 글썽글썽 하구요. 



아버지는 평생 몸이 아프셨고 사고도 잦으셨어요. 제가 우스갯 소리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말하곤 했거든요.


아버지 친척들과도 사이도 안 좋으셨고.. 고생도 많이 해서 젊었을 때 이야기는 잘 하지 않으려고도 하셨죠. 


지금은 현세의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고 계실거에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 한테 못해준거, 엄마한테 못해준 거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계속 그러셨는데


가끔 제 꿈에 찾아오신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 드리려구요.


아버지의 자식으로 훌륭하게 자라서 고마웠고 감사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 덕분이었다고 말씀 드릴래요.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제 길을 열심히 닦아가는 것..


아마 아버지가 가장 저에게 원하셨던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언제나 아버지가 옆에서 저와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제 인생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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