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2016.05.18 20:42

모르나가 조회 수:3703

전에도 비슷한 글을 썼는데, 미안하다는 감정을 느껴야 할 사람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미안해 하지 않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건 불합리한 일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바깥에 있는 사람이 가해자를 옹호하려 든다면 역시 불합리한 일입니다. 이런 불합리한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안타까움이나 유감을 느끼고 피해자에게 명복을 빌어 주는게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가해자와 어떤 점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점이 있는 집단 자체가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면 그것 역시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예전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때 범인 조승희가 한국 출신이라고 해서 한국인으로서 그 사건에 대해 미안하다, 사죄한다 이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범인인 조승희가 잘못한 일인데 왜 그 사람과 상관도 없는 다른 한국인이 미안해하고 사죄를 해야하는거죠?


세월호 침몰 사고때 근본적으로 잘못을 한 사람은 승객을 버린 선장과 선원들이었습니다. 그 선장과 선원,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 기관이 미안하다 해야 할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잘못도 없는 일반 시민들 중에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미안함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사고와 관련해서 전혀 잘못이 없는데 단순히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안해야 할 근거가 성립하는지 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그저 피해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명복을 빌어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여러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가해자 및 사회의 여성혐오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다만 그 범인이 남자였으니까 성별이 같은 한국 남자 너희들 모두 역시 죄송해야 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한다면 그건 이성적이지 못한 일입니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동급으로 몰아간다면 일반화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들에 한해서 비판 혹은 비난하는게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1859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370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44873
100222 [바낭]회사 사람들과 친해지지를 못하겠네요 [6] 제라블 2016.07.05 2292
100221 결혼식에 못 가면 결혼예정자가 밥 쏠 때 가면 안되나요? [28] 회사원A 2016.07.05 7586
100220 [듀나인] 게임 좀 추천해주세요 [4] 연성 2016.07.05 686
100219 영화 <서프러제트> 참정권 투쟁, 한국인은 경험해본적 없는 역사 [14] Bigcat 2016.07.05 3199
100218 [NBA] 케빈 듀란트 골든스테이트 행, 파우 가솔 샌안토니오 행 [7] 영화처럼 2016.07.05 911
100217 센류 [1] catgotmy 2016.07.05 478
100216 [근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9] 영화처럼 2016.07.05 1823
100215 잡담 [1] 서호 2016.07.05 851
100214 배우들 키 [2] 가끔영화 2016.07.04 1642
100213 창세기에서 만나고 싶은 여자 [6] catgotmy 2016.07.04 2410
100212 센류 catgotmy 2016.07.04 431
100211 Rainy Days and Mondays - Cracker [2] 13인의아해 2016.07.04 646
100210 이거 보니 시골밥상 생각나네요 [3] 가끔영화 2016.07.04 1671
100209 애플 신사옥과 현대 한전부지를 비교하면 [1] 가끔영화 2016.07.03 2067
100208 "내 나이 때는 많이 얻어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버릴 것도 생기니까." [3] 보들이 2016.07.03 3185
100207 근황 [5] 김슬픔 2016.07.03 2434
100206 슈가맨을 보다가 메피스토 2016.07.03 1582
100205 Michael Cimino 1939-2016 R.I.P. [5] 조성용 2016.07.03 853
100204 Robin Hardy R.I.P. 1929-2016 조성용 2016.07.02 463
100203 [사진] 삼송의 하늘 + 연신내의 노을 + 은평구의 밤 [10] 쑤우 2016.07.02 153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