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편의 영화를 봤어요.

 

탐정 홍길동과 곡성이죠. 둘 다 재밌었는데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재미가 있었어요.

영화 관람 후 전에 피했던 관련글들을 찾아 읽었는데 홍길동은 바라는 바와 달랐고, 곡성은 다른 관객들의 말이 내가 본 바와 다르더라고요.

오랜만에 게시판에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탐정 홍길동에 바라는 바는 흥행에 성공하길, 이었어요. 자격이 있는 영화라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다니는 게시판에서 홍길동 관련 글을 찾아보니 수가 안타까울 지경이더라고요. 근데 또 글이 아예 없는 게시판은 없었어요.

거기 더해 홍길동 관련 글들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바는 대부분 공감할 수 있었죠. 이 부분도 재밌어요.

영화가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고 쉬워서 다들 비슷한 말을 하게되는 거거든요. 뒷 맛이 깔끔해요. 이러기도 쉽지 않죠.

 

굳이 이미지를 그리자면 전교에서 노는 모범생이 성실히 자료를 모아 최선을 다해 즐겁게 조합한 결과물을 과제로 제출했다.

내가 평가자라면 백점 줄만한, 그런 영화였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스치는 다른 작품들이 있었는데 이를테면 신시티, 300, 일본 애니 루팡, 셜록, 카우보이 비밥, 뭐 그런 것들,

동시에 느와르, 하드보일드, 추리, 같은 장르 단어들도 떠올랐죠. 맞아요. 새로운 시도는 없었어요.

해당 장르들에 익숙한 관객에게 충격을 선사한다거나 천장을 뚫고 솟구치는 놀라운 걸작은 아니었죠.

평론가들이 비교적 짠 점수를 준 것 역시 납득이 가요. 근데 똑같은 재료를 준다 해도 그걸로 누구나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모든 요소가 평균을 상회할때 결과물의 밸런스는 훌륭합니다만 평론가들이 안정성보다 높이사는 건 압도적이고 파격적인 어떤 지점이니까요.

관객인 나는 평론가일 필요없죠. 상영 시간 동안 신나게 보고 나와서 아 재밌었다, 하면 충분히 만족하니까. 나에겐 백점 영화였어요.

 

관객평을 보면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죠. 좋단 사람은 좋았다 하고, 근데 이걸 아주 극찬하기엔 좀 미적대는 모양새고,

나빴다 하는 사람은 당췌 빵점 짜리다, 나에게 똥을 줬다! 화를 내고, 이 부분도 재밌어요.

먼저 좋았단 사람들이 하는 말이 거기서 거기란 점은 글 초반에 짚었죠. 영화가 명료하고 쉬워서 다들 비슷한 말을 할 수 밖에 없다고요.

그리고 아주 극찬하기에 미적대는 모양새의 이유 역시 나왔어요. 재료를 잘 선정해 버무리고 교과서에 맞게 조합한 모범생 같은 영화라..

그럼 나빴다 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나빴어! 라고 주장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일 큰 이유는 얘가 장르 영화라 그렇습니다. 아직 한국 관객들에게 이런 장르 영화는 생소할 수 있죠.

원래 장르라는게 그 안에서 익스큐스미~ 하는 룰이 있고 그걸 받아들이고 감안해야만 즐길수 있거든요.

한국 드라마도 그렇잖아요. 등장인물들이 어떻게든 엮여 항상 사랑에 빠지고, 출생의 비밀이 발생하고, 조연 라이벌이 얽히고, 

보는 이들은 저것이 현실이다, 다큐다, 받아들이며 보는게 아니죠.

생리적으로 한국 로코 드라마의 그런 특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태클 거느라 몰입 못하는 사람들 많고요.

똑같아요. 특정 장르가 생리적으로 안 맞는 사람이 있는거예요. 취향의 문제.

우리나라에 장르물이 득세해 취향이 아닌 사람이라도 접할 기회가 있어 '난 그거 안 맞더라' 식의 기준이 있었다면 선택할때 피할 수 있었겠죠.

그게 아닌기라, 슬프게도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를 본 누군가가 '쟤들 왜 저래! 저게 말이 돼? 난 여기서 나가겠어!' 멘붕했을걸 생각하면... 짠내가 나죠.

화가 나서 인터넷에 접속해 별점 영점을 주는 것 역시 그래요. 당신이 그거 보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위로주고 싶은 것,

 

이런 이유로 관객평이 극단적으로 갈린다고 생각해요. 평론가의 평은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낮고,

 

여기서부턴 개인적으로 흡족했던 점!

 

밝았어요. 대부분 화면이 밝고 배우들의 대사 발음이 또렷했어요. 사투리(지방색)가 난무하지도 않았고 조폭 건달 클리셰도 없었어요.

더럽지도 않고 (과하게)잔인하지도 않아요. 한국식 신파도 없어요. 그러면서도 템포는 조밀하고 빠른편,

아... 편안하다. 좋다~! 이 얼마나 훌륭합니까. 이 얼마나 깔끔하고 예의 바른 규범 스타일이란 말입니까. 난 이 영화가 너무 좋습니다.

 

해서 좀 잘됐으면 좋겠는데 상영관 수 줄어드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비중도 그렇고, 잘되긴... 힘든 것 같죠?

기왕이면 완성도 높고 쉬운 이런 영화가 잘되야 해당 장르를 모르는 일반 관객들이 접하고 자기 취향을 확인하기도 쉬울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어머 이거 뭐야? 신세계, 좋다.' 하는 유입이 늘어나야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장르가 흥할 것을..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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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을 보고 나서 게시판을 보니 다들 다른 말을 하고 있더군요.

이것도 재밌죠. 관객들이 과할 정도로 제각각 떠들고 있거든요. 전혀 상반되는 감정과 평가들이 한 영화를 두고 난무하고 있죠.

며칠 동안 게시판을 보고 잔인한 오후님 글 말미에 나온 감독 인터뷰도 보고 내린 결론은 '그러라고 만든 영화구나.' 였어요.

 

영화를 보기 전엔 대체 왜들 저렇게 곡성 곡성 말이 많나, 짜증스러워서 영화를 봤거든요.

그랬더니 전 이게 매우 편안한 관객에 해당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피폐한 스토리도 싫고, 공포 영화도 싫어요. 공포 장르에 대한 면역성이라면 공포 영화가 시끄럽고 깜짝 놀래켜서 힘이 들어가니

관람 후 몸이 아파 싫어하는 거고 공포 소설이라면 제법 읽으니 아예 이쪽에 면역성이 없는건 아니겠죠.

그런 수준에서 봤을때 공포 장면은 몇 있었지만 수위가 높지 않았어요. 그럼 고어는? 피가 많이 나왔을 뿐 직접적으로 보여준 시해 장면은 글세.. 하나 있었나.

그것도 역시 (고어 장르 기준으로 봤을때)수위가 매우 낮았죠. 그럼 피폐함은? 주인공이 발버둥치며 악화일로에 빠지는 스토리니 뭐 아니라곤 할 수 없겠어요.

그렇지만 주인공에게 몰입을 하도록 연출을 하거나 중간중간 희망을 흘리며 주인공의 발버둥을 필요 이상으로 길게 잡지도 않아요. 

관객이 관찰자의 입장에 있을수 있도록 놔두는 연출이라면 역시 수위가 높진 않죠.

마지막으로 그래서 개연성은? 예~ 여기가 제일 핫플레이스죠.

보고 나오면서 아리송했던 장면은 딱 하나였어요. 일본인과 일광이 굿 배틀 벌이던 그 장면이요. 그 외엔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구나

편안하게 느끼면서 봤거든요. 굿 배틀과 그에 따른 일본인의 부상 부분이 튄다, 라고 느꼈던건 나중에 그 둘이 한 패다, 밝혀지는 장면과 상충하기 때문인데

그 외엔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 중에 서로 충돌하는 장면이 없어요.

보다 몰입이 깨지는 순간은 전에 나왔던 장면과 현재의 장면이 어긋날때, 인데 그게 말미에 딱 한번 있었던거죠.

 

그럼 사람들은 왜 이 영화가 개연성이 떨어지고 말이 안된다고 주장하는건가.

 

영화를 보다 어느 지점에서든 개인적 의도를 품기 시작하면 그것을 거스르는 장면을 만나게 되요.

혹은 다 본 후 내 의도를 증명할 조각이 부재하다, 식으로 찝찝하게 되거나.

전 그런거 없이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면서 바라는 정답 없이 관람했기 때문에 아주 편안했던거죠.

곡성 평들 스타일로 말하자면 미끼가 산재하고 혼란을 만들어내도록 구성된 와중에 먹을 생각 없이 그냥 헤엄쳐 건넌 물고기인 셈이겠죠.

저 같은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그럼 굿배틀의 모순은 뭐지? 그게 감독이 실수한 장면인가? 뭐 아닌거 같더라고요.

감독이 인터뷰에서 일부러 의도했다고 밝혔으니 음.. 이거 살짝 기분나쁜 장난인데? 싶긴 하죠.

 

극 중에서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목적을 갖고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지 않는 순간에도 움직이고 있어요.

보통 우리가 익숙한 약속은 나온 부분들은 모두 연결되고 이야기 전개와 주제에 중요한 부분들은 꼭 보여줄께, 인데 감독이 그 룰을 깬거죠.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를 차례로 보여주거나 혹은 순서를 섞어 보여주는데 익숙한 관객에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빠르면 비행기

식으로 보여준거예요.

 

앞뒤 문맥을 따져 유추해 답을 얻어낼 수 있는 부분도 몇 있고 아예 유추가 불가능하게 해당 요소를 지워버린 부분도 있고요.

확실한건 드러난 장면들끼리의 모순은 발생하지 않는다는거죠.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이 명확한 대답을 피한 부분들에 뭘 끼워넣느냐에 따라

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개연성 있게 완성도 있게 마무리 지을 수 있어요. 아주 X 같죠?

평론가들이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것 같아요. 이 정도 파격에 완성도면 뻑이 가지요.. 나도 그러네요.

심지어 이건 공백이 있기 때문에 충족되는 완성도거든요. 음.. 굉장하긴 한데 재수는 없어요.

감독이 관객한테 게임을 제안했는데 그 게임이 화기애애한 보드게임 같은게 아니라 돈 걸고 손모가지 건 포카 같은 느낌? 물론 진다고 해서 관객이 잃은 건 없지만요.

 

관련 분야에 지식이 많을 수록, 스토리셀링 능력이 뛰어날수록, 관찰력이 좋을 수록, 등등의 이유로 다른 관객들보다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거죠.

이거이거.. 글쟁이나 평론가들에게 유리한 게임이잖아? 음..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지금 이런 상황를 의도하고 만들었구나 싶네요.

그리고 감독이 제안한 룰이 그렇다면 감독이 인터뷰에서 진실되게 친절하게 임했다 볼수도 없는거고요. 인터뷰에서 한 발언에서도 게임이 계속되고 있어요.

아이고 몹쓸 인간이네.. 쯧, 만약 결과물이 후졌다면 중2병이 됐을텐데 결과물이 출중하니 천재 감독 소리를 듣는구나, 세상이 그렇죠 뭐 ㅋ

 

특히 이런 부분, 이 영화는 피해자를 위한 영화이다. 나는 당신(중구)이 노력하는 걸 봤다. 당신은 잘못이 없다. 종교인들에게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들을땐 그럴듯 했지만 확실한건 없었다. 이 영화를 만든건 신에게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이다. 

신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했지만 관객에게 '넌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니 답은 뭐니?' 물어보는 것이나 다름 없고,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영화라 했지만 지극히 평범한 정도로 나약하고 노력하는 중구를 영화가 그리는 방식은 감정이 담겨있지 않아요.

황해에 구남은 그렇지 않았죠. 비극으로 끝났지만 적어도 감독이 이 캐릭터를 좀 좋아할지 모르겠네, 싶은 정도는 있었는데

중구에게는 감독의 장기말, 도구 이상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발버둥치는 중구를 건조하게 조명하며 인과응보가 아니라 말하면서도 마치 인과응보인 것처럼 그가 중간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은

관점 역시 제시하고 있거든요. 심하게 말하면 조롱을 느꼈어요. 그래놓고 피해자를 애도하기 위한 영화라니..

뭐 이 부분은 감독 속에 들어가 볼 수 없으니 의심만 할 뿐이지만 감독이 곡성에서 제시한 룰을 생각하자면 의심받았다고 억울해하진 않겠죠.

 

신에게 던지고자 하는 질문,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안전하다 믿으며 살고 있지만 재앙은 벼락을 치듯 이유도 없고 피할 길도 없이 아무에게나 닥치는 것이다.

어떻게 사람의 죽음에 이유가 없을 수 있느냐, 신이 있다면 대답해달라. 이건 진짜겠죠.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걸 위해 달렸으니까요.

영화가 답을 내지 못한 것도 진짜고, 감독이 진짜 이 질문에 답을 얻지 못한 것도 진짜고. 뭐 근데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나는 안 궁금하구요.

그 질문은 인간의 존재 자체에 가치(이유)가 있다. 가 전제되어야 하거든요. 거기 동의 못하면 후에 따르는 질문도 무의미한거죠.

 

하여간 감독이 정교하게 잘했다는건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감상 후 장면들을 연결하기 위해 비어있는 구멍을 채워 넣었죠.

근데 그건 나 개인에게 의미가 있는 이야기이고 그러니 굳이 구구절절 쓸 필요도 없겠고, 어차피 이 영화는 감독이 정답을 애초부터 비워놓은 영화이니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각자 필요한 만큼 채워서 쓰면 되는거 같아요.

다만 답을 미리 정하고 거기에 이야기를 끼워맞추려 하는 경우엔 절대 완성된 이야기를 얻을 수 없겠죠. 모든 장면이 연결되게 하려면 떡밥을 물지 않아야 하거든요.

 

 

 

 

 

 

말해보고 싶었는데 빼먹은 부분이 있어 수정으로 한참을 쓰다 자판을 잘못 눌러 날려버렸습니다.

맞아요. 흔한 실수인데 겪을때마다 뼈 아프죠. 전혀 다르게 쓰일게 뻔한데.. 여튼 다시 시작할께요.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 판단이 갈리는 공포 부분이었어요. 무섭지 않았단 사람은 전혀, 왜 이게 무섭지? 와 같은 반응이고 무서웠단 사람은

이 정도면 꽤 무서웠어 정도의 온도가 아니라 신체적 변동을 느낄만큼에 큰 공포를 호소하고 있거든요.

왜 그럴까? 일단 장면이나 연출에 따른 공포였다면 중간 어디쯤의 감정을 호소한 사람이 가장 많았겠죠.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진 않았을거라 생각해요.

 

전 이 영화가 인간 내부의 어딘가를 찌르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인간은 오랜 역사에 걸쳐 광범위한 안전망을 구축해왔죠. 관념을 제하고 자연 상태로 보았을때 선과 악은 똑같은 가능성일 뿐입니다.

선이 악보다 우월한 가치란 관념은 인간의 머릿속에만 존재해요. 이런걸 왜 만들었겠어요. 자신의 안전을 담보받기 위해서입니다.

룰을 파악하고 착하게 살면 이유 없는 재앙은 닥치지 않을꺼야. 나에게 벌어진 비극은 원인이 있을거야. 그게 나의 실책이든, 상대의 악한 의도든 간에,

이런게 안전망 속에서 나고 자라 관념을 주입받은 사람이 쉽게 취할 수 있는 안일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재앙은 벼락처럼 아무에게나 이유없이 내릴 수 있는겁니다. 이걸 알고 있든 인지하지 못했든 별로 들춰보고 싶은 진실은 아녜요

 

곡성이 이 부분을 건드립니다. 여기서 감독의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어요.

지워놓은 공백 부분이 좀 그렇거든요.

 

위와 같은 지점을 공략하는 영화는 많아요. 그렇지만 도망갈 구석이 있죠. 가해자가 싸이코패스라 그는 살인으로 쾌락을 느끼기 때문에 사람을 죽여.

재앙의 근원을 파악했다. 알고 있다. 식의 도망이 가능할 수도 있고.

피해자가 하지 말란 금기를 어겼다. 혹은 부주의하게 행동했다. 나는 안그래, 식의 도망도 가능할 수 있어요.

어떤식으로든 영화가 제공하는 빌미를 잡아 영화와 나를 분리시켜 '아 무서웠다. 근데 이제 현실로 돌아왔어.' 할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곡성의 공백은 대부분 바로 저 도망칠 구석과 닿아있어요.

일본인이 왜 저주로 사람을 죽이는지 목적에 대한 공백이 있고 그가 피해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나 기준에 대한 공백도 있죠.

피해자인 종구가 어디서 뭘 확실히 잘못했는지 어떤 선택을 했어야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에 대한 미심쩍은 떡밥을 흘리면서도 사실은 종구가

어떤 다른 선택과 행동을 했던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식의 뉘앙스도 풍기거든요.

 

이리로 와, 여기로 가면 너 도망칠 수 있어 손짓해놓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거죠.

혹은 이걸 알면 내가 여기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가 그 부분을 말해주지 않아.

 

그래서 감독의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어요. 노렸지? 하고요.

결과적으로 왜 하필 곡성에 살던 종구 딸이 일본인의 저주 타깃이 되었는지, 종구가 어떤 선택을 하고 누굴 믿었어야 벗어날 수 있었는지, 에 대해

꼭 답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종구에게 벌어진 일이 종구의 잘못이 아니며 애초에 종구가 노력한다고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세상엔

그런 성격의 비극이 그냥 벌어진다고 인지하는 사람) 무섭지 않을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됐어요.

 

물론 이와 전혀 동떨어진 이유로 무섭고 무섭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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