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12.08 03:29

여은성 조회 수:635


  1.흠...종종 학교 타령을 하곤 했죠. 대학교에 다시 가면 재밌을 거예요. 대학원 말고 대학교요. 왜 학부냐면, 대학원에 가면 재미가 없을 거 같아요. 아직 필립스탁처럼, 아직 마리오 보타처럼, 아직 조니 아이브처럼 될 수 있다고 진짜로 믿는 사람들 틈에 있고 싶어요. 솔직이 대학교 3학년때부터 재미가 없었거든요. 삼성따위나 가고싶어하고, 4학년이 되니 갈수있는 곳에 가고싶어하는 사람들 틈에 있게 되서요.



 2.한데 이 계획엔 문제가 있어요. 사실 대학교 가는 건 힘들거든요. 그것도 딱 원하는 학교의 원하는 학과에 간다...이건 어지간히 실력이 있어도 운이 30%는 좌우하죠. 수능도 다시 봐야 하고요. 제가 다녔던 학교에 갈 때 미친 듯이 노력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무서운 건 제가 다녔던 학교는 합격자가 단 한명도 빠져나가지 않았어요. 이건 대기번호 1번도 안 되고 무조건 정원 내에 딱 붙어야 한다는 거죠. 


 요전에 학교에 가서 물어보니 아예 대학교를 안 마치고 제적해버렸으면 다시 1학년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데, 졸업생이셔서 다시 들어오려면 수능을 치고 실기를 봐야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3.학교다닐때 진짜로 좋은 게 뭔지 아세요? 방학을 기다리는 거죠. 이게 왜 좋은거냐면, 방학은 무조건 오긴 온다는 거예요. 아무리 그 순간이 힘들고 괴로워도, 종강 시간은 오고 방학은 오는 거거든요. 운석이 떨어지는 날, 복권 당첨이 되는 날은 영원히 안 올 수도 있지만 방학날은 반드시 와요. 그리고 방학때 실컷 놀다가 개강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얼마 안 남은 소중한 방학을 밀도 높게 사용하려고 노력하죠.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그렇게 방학이 좋으면 일년에 몇개월도 안되는 방학보다 일년 내내 방학인 지금이 더 좋은 거 아니냐고요. 한데 아니거든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방학은 돈과 달라요. 돈은 많을수록 좋지만 방학은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정도가 가치있는 거죠. 



 4.흠.



 5.그리고 학교 다시가기 계획에서 중요한 건 너무 늦어서는 안 되는 거예요. 40살이 되어서야 다시 가면 사람들이 눈치채거든요. 할짓없어서 학교에 온 사람이란 거요. 그리고 갈구지도 않을 거예요. 완전 외부인 취급받는 거죠. 


 학교에 들어가면 이른바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모아놓고 싸늘한 얼굴로 선배를 보면 먼저 인사하기, mt빠지지 않기 mt빠져도 mt비는 꼭 내기 같은 문서화되지 않은 어둠의 규칙들을 읊는 거. 이게 대학 생활의 진수 아니겠어요? 사실 대학교 다닐 때 그런 건 짜증났는데 이젠 그것조차도 재밌을 거 같아요.


 

 6.그리고 학생식당이요. 저는 학교에 다시 가면 점심엔 절대 허세식당(그냥 그렇게 불러요)에는 가지 않을거예요. 사람이 꽉꽉 들어찬 학생식당에 갈 건데 여기서 재밌는 부분은 이거예요. 그날 메뉴 말이죠. 물론 인터넷으로 그 주의 식단을 한번에 알아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매일 포츈쿠키를 뽑듯이 그날 그날 메뉴를 확인하고 그래야죠. 치즈돈까스가 나올지 타르타르소스를 묻힌 생선까스가 나올지 아니면 폭탄이 나올지 말이죠.


 여기에는 약간의 팁이 있어요. 9시에 시작하는 수업은 1시에 끝나기로 되어 있죠. 하지만 어떻게든 빨리 끝날 수 있도록 뒤에서 조작질을 하거나 그게 안 될 거 같으면 미리 20분정도 일찍 나가면 사람이 거의 없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어요. 사실, 제가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그거예요. 맛있는가 깔끔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이 없는가를 기준으로 식당을 고르거든요. 그리고 사실, 인구밀도 높은 이 서울에서 사람이 잘 안 오는 식당이면 깨끗하고 맛있어요. 하지만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면 시간을 잘 골라야죠.



 7.학교에 가면 잠도 학교에서 자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밤에 학교에서 러닝도 하고 밤에 학교에서 쉐도우복싱도 하고 밤에 학교에 나쁜 녀석들이 없는지 순찰도 다니고 그럴 거예요. 근처 24시간 식당에서 밥도 먹고요. 아침에 학교가면 학교 과방에서 잠을 자고 시뻘개진 눈으로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 다시 학교에 가면 저도 그러고 싶어요. 멋진 붉은눈과 떡진머리를 하고 등교하는 동료들을 맞이하는 거요.



 8.공모전! 공모전도 재밌겠어요. 다시 학교에 가면 공모전이란 공모전은 다할거예요. 공모전 대상을 연달아 타면 대기업에 스카웃될 수도 있겠죠. 흠. 물론 안갈거지만요.



 9.흠...학교에 다시 가면 듀게에 이런 글을 쓸 필요도 없겠네요. 뭔가 떠들고 싶으면 그냥 써서 대자보로 붙이면 되니까요.


 학교에는 지금의 제가 원하는 모든 게 다 있을 거 같아요. 정작 다닐 때는 그런 느낌이 안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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