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무장

2015.10.15 11:25

구들늘보 조회 수:1516

얼마 전에 옷을 샀습니다.

가을무장의 핫아이템이라는 와인색 여성여성 블라우스를 찾아 헤매었으나 결국 검은색 여성여성 블라우스를 얻었죠.

왜 여성여성이 빠지지 않느냐 물으신다면 저는 딱 선보는 빠숑이 제일 잘 어울리는 인간이라... 다음 생엔 쿨하게 입어보고 싶네요. 흑.


아무튼 없는 형편에 돌아돌아 발품을 팔다 장만했어요. 휴.

저는 가을에 가장 예쁘기 때문에 가을무장을 하고 출격을 해야...가 아니고

절친한 친구가 십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와 드디어 결혼을 하고

저 개인적으로도 힘주어 예쁘게 하고 가고 싶은 행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것에 대한 로망 있잖아요.

시상대에 완벽하게 꾸민 모습으로 올라가서 감사합니다 이 영광을 어쩌고 저쩌고.(제 성격에 어차피 뻘한 말들을 하겠죠. 하하)


그런데 여성복을 힘주어 입으려면 힐을 신어야 하지 않습니까?

저는 힐을 신고서는 1미터도 걷지 못하는 다리이기 때문에 이 로망은 영원히 물건너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풀장착을 하고 갔는데 상을 못 받으면

주최측 나와!(버럭) 나오세요(바로 비굴) 엉엉(본심)을 삼단계로 웅얼거리며 배치된 술을 거덜내고 있을 것 같아요.

음... 그래서 적당한 장착으로 타협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봤자 화장법을 바꿀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주변인들을 괴롭히며 이거랑 저거 중에 어느 게 더 낫냐 괴롭히고 있지만요.

이 와중에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고 면박주는 사람이 동생느님밖에 없다니... 제 주변인들은 너무 관대한 것 같습니다. 보살이에요. 복 받으실 겁니다.


그래도 가끔 이런 행사가 있어서 뙇!!! 하고 무장... 아니 장착해주는 건 꽤 기분좋고 재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20대에는 이런 재미를 몰랐어요. 음.

그 시절에 아직 진한 중이병과 거대 에고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있는 거라서 별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 30대 초반부터 이 재미를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긴 합니다.

이제 장착의 재미를 알았는데 본체가 늙고 있다니! 꺄아악!!!


뭐 그래도 지지 않겠노라 오늘이 앞으로 살 날 중에 제일 젊은 날이니 오늘의 얼굴에 분칠을 하겠노라 하고 있지만 얼굴의 저항이 만만찮습니다...... 큽.

어릴 때 못했다고 지금 와서 너무 허영으로 달려나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뭐 어차피 얄팍한 지갑이라 고삐 풀어봤자고(먼산), 무엇보다

저한테는 허영이 어울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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