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5 18:21
잠시익명으로 여쭤볼께요..
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동생이 전업 투자를 하겠다고 합니다.
몇달 동안 해온 모양인데 잠깐 동안 1억을 번 적도 있다고 해요.
그 후에는 또 잃기도 한 모양인데, 현재는 플러스라고 해도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혼자라면 모르겠는데 동생에게는 아내와 돌쟁이 아이가 있거든요.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면서 어머니께서 아이를 돌봐주시고 맞벌이를 해왔고요..
부모님, 아버지께서 특히 너무 힘들어 하세요. 같은 집에서 사는데 아들은 투자한다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고 며느리는 출근하고.. 이런 장면 자체가 평생 공무원으로 일하신 아버지께는 고문같으신가봐요.. 며느리 얼굴 보기가 민망하고 속이 타서 빨리 재취업하라고 닦달하시고 동생은 그때마다 버럭하고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전 좀 멀리 사는지라 부모님께는 8년이면 한 회사 오래 다닌 것이니 좀 쉬고 생각을 할 시간을 주라고 말씀을 드려왔거든요.. 처음에는 올해까지 기한을 두고 할것처럼 얘기하더니 점점 얘기가 달라지면서 앞으로 계속 그일을 하겠다고 하나보더라고요..
전 원래 주식이나 선물 등에는 문외한인데 걱정이 되어서 조금 찾아보았더니
개미투자자가 선물로 돈을 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글들만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대화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기회가 생겨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좀 힘드네요..
어머니께서 저에게 동생 걱정을 너무 많이 하시면서 얘기를 좀 해보라고 하셔서 분위기 좋은 틈을 타서 말을 꺼내봤는데 너무 방어적이예요.
회사 생활 8년 했는데 조직의 소모품일 뿐 본인에게 남는게 없다, 앞으로는 자기 사업을 하겠다, 투자는 그 일환이다, 라고 합니다.
왜 선물 투자를 선택했냐? 비전이 있냐? 물으니까, 투자자는 한치 앞도 못 보는 건데 무슨 비전이 있냐고 합니다.
그럼 주변에 성공한 모델이라도 있냐고 하니까, 투자는 내 앞 사람이 망해야 내가 버는 건데 무슨 주변의 성공을 바라냐고 합니다.
그럼 아이와 생활은 어덯게 할 계획이냐고 하니, 내가 알아서 한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데 왜 당신이 참견이냐, 난 당신 인생에 참견 안한다. 랍니다.
그러면서 지금 나도 힘든데 왜 주변에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냐면서 화를 엄청 내네요.
리스크 관리를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신경쓰지 말라는 거야? 하니까 그렇다면서 나가버리네요..
자신의 목표는 박현주 미래에셋 사장 같은 사람이고 꿈이 크다고 합니다...
물론 동생이 저보다 어릴 때부터 돈 관리도 잘했고 현실적인 편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에게 이런 분야는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동생 말대로라면 가족이 직업 투자자를 하겠다면 적극 지원해주고 응원해 줘야 한다는 건데, 걱정만 되는 제가 이상한건가요??
그동안 모든 돈으로 매달 생활비는 충당하는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아무리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해도 선물은 주식보다 훨씬 크게 잃는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제가 지금 상황에서 동생을 말릴 수도, 억지로 재취업을 시킬수도 없지만
이쪽 업계가 어떤지, 전업으로 투자자를 하는 일이 가능한 것인지 이 분야에 대해 아시는 분이 계시면 조언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저희 가족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팁을 주시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2015.10.15 19:48
2015.10.15 19:56
역시 그렇겠죠? ㅜㅠ 정말 말리고 싶은데 어떤 방법을 취해야할지 막막하네요.. 혹시 주변에 1억에 혹해서 돈을 맡기는 일이 없도록 말씀드려야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2015.10.15 20:38
저렇게 사는 사람들 여러명 봤습니다. 두가지 경우가 있는데요,
1. 자기 돈만 가지고 하는 경우
선물옵션은 분명히 전형적인 high risk-high return게임입니다.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맞아요.
그러나 개인의 능력과 정보력으로 선물옵션에 장기간 발을 담그면 결국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조지 소로스만큼의 센스가 있다면 성공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마 지금부터 육상훈련을 해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게 좀 더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2. 남의 돈을 땡겨서 하는 경우
실제로는 이쪽이 더 많습니다.
그 자체로 범죄입니다.
(자본시장법 위반 + 경우에 따라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그리고 위 1. 항과 마찬가지 이유로 언젠가는 빵꾸가 납니다.
그러다 다른 투자자에게 받은 돈을 돌려막기 하게 되지요
그러면 사기나 횡령이 덤으로 얹힙니다.
즉, 이걸 직업으로 하시게 되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그리 머지않은 장래에 검사나 판사얼굴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옥가는걸 막기 위해서 형제자매 일가친척이 돈을 쏟아부어서 합의를 봐 줍니다.
보통은 그래도 정신을 못차리고 한방이면 빚 다 갚아줄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발을 들이밉니다.
이걸 몇 번 반복하다보면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이 되지요.
그리고, 그바닥에서 어느정도 굴러다니다 보면 거의 필연적으로 주가조작하는 사람들과 얽히게 됩니다.
큰 건에 참여주는 것처럼 참가시켜 끌어들인 후 문제가 터지면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딸려들어가게 만들고는 도와주는 척 하면서
자기네 변호사를 붙여서 수사정보를 빼내는 미끼로 활용됩니다.
그렇다면 가족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없습니다.
무슨말을 하며 말려도 듣지 않을겁니다.
말려서 들을사람이면 돌쟁이 자식을 두고 저런일을 시작하지 않거든요.
아마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위험하다는 말만 줏어듣고 나를 구박한다. 나는 이렇게 멀쩡히 수익을 잘 내고 있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폐인되기 전에 스스로 깨닫고 발을 빼는 수 밖에 없습니다.
2015.10.17 03:37
혹시라도 떼인돈받아드림님께서 한말씀 해주시려나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너무나 현실적인 조언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검사 판사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심각성이 팍팍 와닿네요.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하셨는데.. 일단 지켜보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2015.10.15 20:52
2015.10.15 21:02
2015.10.17 03:41
폐인 거지 사기꾼.. 정말 되고 싶어서 되는 것이 아닌데도 정신차려 보면 그렇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댓글 감사드립니다..
2015.10.15 21:30
2015.10.15 21:31
2015.10.15 21:48
"범죄자가 되는 것은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 확률일 거고요."
단언컨대 아닙니다.
2015.10.15 22:44
2015.10.17 03:42
네.. 가족이 같이 휘말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겠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2015.10.15 21:30
2015.10.17 03:44
어휴 600억이라니.. 손이 후들거리네요.. 그래도 딱 번 만큼만 날렸다면 원금은 안 잃으셨겠네요..
돈의 액수가 커지면서 정신을 못차리게 되는 경우가 있나 보네요.. 댓글 감사해요..
2015.10.15 22:50
2015.10.17 03:46
네, 저도 동생 와이프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는데 아이 어린이집도 못 보낸다며 근심이더라고요.
친구분도 참 힘드셨겠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2015.10.15 23:10
2015.10.17 03:49
10%의 배터리님 감사합니다. 벌었을 때 털고 나오면 좋지만 거의 100% 확률로 다시 시작한다.. 그 말씀이 깊이 와닿네요.
가족들 통장을 확실히 분리시켜야겠어요..
2015.10.16 01:28
가족 중에 주식에 손 대서 적게든 크게든 손해보고 폐 끼친 경험은 누구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친척 어른들 중에 친가에 한분 외가에 한분 있네요. 물론 두분 다 남 좋은 일만 하셨죠. 사촌 중에 하나, 회사 취업할 형편이 안 되어서 용돈 벌이로 잠깐잠깐 하는 건 봤지만 걔는 머리 좋은 애라 크게 손해 안 보고 대신 큰 이익도 안 바라고 정말 딱 용돈 벌이만 하고 끊고 하는 특이 케이스라.
그러나 당장 소액이나마 그 맛을 본 가족을 저지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친동생이라면 저 같아도 도시락 싸들고 말리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형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죠. 일단 부모님 통장 꼭 단속 하시고요(부모님이 혹시라도 마음 약해서 주머니 열려고 하실 수 있는데, 미리 잘 말씀드려 놓으세요. 거기서 딱 끊는 게 그나마 동생을 돕는 길이라고요). 동생분과도 좋은 자리 만드셔서 최대한 돕겠다는 식으로 마음을 좀 누그러뜨린 다음에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이러저러하니 너도 손해보는 액수 금액을 정해놓고 해라. 처자식을 생각해야지. 이렇게 말이에요. 거기서 주식 하다 망한 사람의 예를 굳이 들 필요는 없을 거에요. 아마 동생분이 더 잘 아실테니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식 투자에 빠지는 소액 투자자란 도박에 빠지는 도박꾼의 심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2015.10.17 03:51
해삼너구리님 현실적인 조언 감사드립니다.. 말씀처럼 동생이랑 다시 관계를 회복하면서 조금씩 얘기를 해봐야겠어요..
정말 도와주겠다는 식으로요. 리스크관리를 어떻게 하는건지 저도 궁금하니까 좀 물어보고 하면서요..
2015.10.16 07:22
2015.10.17 03:53
부모님 말씀에 따르면 진짜 제대로 하려는지 책도 잔뜩 사서 읽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더 겁이 나더라고요.. 맥주좋아님 투자 경험이 있으셨군요.. 수익날 때 정말 짜릿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고스톱도 안 배웠는데;;
여름 휴가비용 안타깝네요 ㅠㅜ
2015.10.16 08:33
월가의 최고 수익율이 해봐야 10퍼라던가... 그러니 기대 수익율은 기간이 늘어나면 날수록 10퍼 이하 (굉장히 장미빛의 전망을 할 경우)가 되겠죠. 그러나 한번 망하면 크게 망하는 선물의 특성상 망했을 때 복구가 안 되는게 더 큰 문제고요. 뭐 사람들이 다들 멍청하고 바보같아서 그걸 안하고 회사다니고 공무원 준비하는 게 아닙니다. 심지어 여의도 금융권에 있는 전문적인 투자자들도 회사 나와서 자기돈으로 하지 않고 월급받아가며 하고 있잖아요? ㅋㅋㅋ
2015.10.17 03:54
네..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엄청나게 동감합니다..
2015.10.16 12:46
아내분 맘이 지옥일거란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동생분이 전업이지만 전업주부가 하는 일들을 요구하면 나 무시하냐고 화낼테고 회사일, 집안일에 아이 건사에 (아무리 시부모가 아이를 봐준다고 해도)..
동생분이 아내의 고생을 알아줄 상태도 아닌 것 같고요.
동생 인생에 와이프분의 인생까지 말아먹지 말아달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이혼준비하라는 소리는 하면 안되는 거고..
다른 일이지만 제 형제가 배우자의 속을 썩였더니 제 부모는 그 배우자에게 "니가 좀 잘해보지, 니가 잘 못해서 그런거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2015.10.17 04:00
맞아요.. 동생이 아내 야근하면 아기 보고 나름 육아도 잘 하는 편이지만..
본인은 50% 한다고 생각하고 주장해도 실제로는 20%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죠..
게다가 가끔 버럭버럭까지 하니 정말 힘들겠죠..
저는 솔직히 동생 와이프에게 이혼해도 삶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라고 얘기해 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2015.10.16 17:47
솔직히 말하면 전업 주식은 도박중독입니다. 그리고 도박중독은 마약중독보다 고치기 더 어렵습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2015.10.17 04:00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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