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8개월 정도 산 경험으로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느낀 점이 있어서 적어볼까 합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커피숍에 널린 의자 사이로 비집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의자를 치우고 지나가는 사람들 차이를 비교한 연구를 본 적이 있는데요,

미국 사람들은 확실히 '자기'중심으로 행동하는 뭔가가 있어요.


예를 들어, 오리지날 미국 백인이 하는 이발소에도 가보고 영어가 서툰 중국인들의 이발소 혹은 미장원에도 가봤는데요,,

백인들에게 머리를 맡겼을 때 제일 신기한 점 중 하나가 이발사는 서 있는 채로 의자를 회전시켜 손님의 위치를 바꾸고 원하는 부위를 자른다는 겁니다.

어떤 경우엔 전 거의 끝날 때까지 거울을 등지고 앉아 있어야 했던 적도 있어요. 

헌데 아시안 이발사들은 본인이 자리를 옮겨 머리를 자르거든요.


잔디밭에서 야외 음악공연을 감상하느라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보면, 늦게 온 사람이 접이식 의자를 가져와 바로 앞에 떡하니 놓고 시야를 막는 일도 아주 많았습니다.

처음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그랬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의자를 놓더라고요. 뒷사람에게 양해 구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돗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딱히 화가 나 보이지도 않고요.

뭔가 볼거리가 있을 때 갑자기 바로 앞에 떡하니 서서 시야를 가리거나, 애들 목마를 태우느라 먼저 온 뒷사람을 짜증나게 해도 그게 미안한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 비슷한 상황일 때 사람들이 내 시야를 가리지 않게 하려고 무진장 애쓰는 걸 본 경험과는 완전 정반대였습니다.


복잡한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문 앞에서 대기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못탈거 같다 싶으면 보통 자리를 얼른 피해주거나 비켜주는 데 당연할 것 같은데

미국인들은 특별히 뒷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뒤에서 '익스큐즈미'라고 해야 옆으로 비켜주고....


즉, 우리는 '집단 안에서 나의 위치'에 민감한데 비해 미국인들은 그냥 본인의 위치만 생각한달까...


헌데 반대로 미국 남자들의 매너는 정말 감탄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문을 먼저 열었다가 뒷사람 먼저 들어가게 하고 문잡고 기다리는 것도 자주 보는데, 오늘 아침엔 제가 ID카드를 가방에서 꺼내느라 허우적대고 있을 때, 

다른 직원분이 먼저 문을 열고는 제가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더라고요. 영화에서나 보던 그 왜 '먼저 들어가시지요'하는 그런 손동작까지..ㅎㅎㅎ

너무 당황해서 감사하다 말하고 쫓아들어가다 볼펜을 떨어트렸는데 그걸 또 줏어서 친절하게 건네 주시고.

얼굴이 평범해도 이런 매너남이라면 참 매력적이다 느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유모차 끌고 탄 아주머니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모습을 보곤 완전 감동.


또한, 남녀노소 불문하고 공공장소에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연 채로 기다려 주는 건 이 동네에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정말 신기했어요.

중국인들 틈에 끼어 패키지 투어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땐 제가 호텔 문을 열고 서 있으니까 우르르 그냥 다 들어가던... -_-''''

(아직까진 중국인들보단 그래도 한국인들 매너가...)


저는 아직도 한국에서 하던 행동이 무의식 중에 묻어나오는데요, 보트에서 내릴 때 여자와 아기가 있지만 먼저 내린다든지, 지하철에서 먼저 내리려고 스스슥 한다든지,,,,

다른 사람을 위해 팔을 뻗어 엘리베이터 문을 붙잡고 서 있거나 지하철 안에서 빈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는 미국남자들 앞에서 왠지 작아지는 느낌입니다.

(아, 물론 지하철 자리가 그다지 앉고 싶은 느낌이 안들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살 때는 남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고 고맙단 인사조차 받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듯한 무의식적인 제 행동이 '매너없는 아시안 남자'로 찍힐 까봐 상당히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전 헷갈려요.

문화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이들이 보여주는 이 타고난 듯 자연스러운 매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능력있고 힘이 센' 지배계층인 내가 널 보호해 줄께란 맥락일까요? 

매너남이 여자에게 선택당하는 진화론적 이론으로 해석이 가능할까요? 

걍 교육이 잘된건가? ㅋㅋ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0
123465 (스포) [범죄도시 3]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3.06.15 386
123464 디아블로4 클랜 이름 짓기 & 단체티 만들기 [5] skelington 2023.06.15 245
123463 광주와 부산 여행 [1] catgotmy 2023.06.15 223
123462 [왓챠바낭] 주옥 같은(?) 80년대 B급 SF/호러, '히든'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3.06.14 438
123461 KIM은 맨유, LEE는 PSG.. SON은 빅클럽 러브콜 없나 [11] daviddain 2023.06.14 372
123460 프레임드 #460 [4] Lunagazer 2023.06.14 103
123459 Cormac McCarthy 1933-2023 R.I.P. [5] 조성용 2023.06.14 272
123458 미국 펜타곤 전쟁 [4] catgotmy 2023.06.14 332
123457 [영화바낭] 존윅 시리즈 1, 2, 3, 4 종합 잡담입니다 [28] 로이배티 2023.06.13 795
123456 에피소드 #41 [4] Lunagazer 2023.06.13 115
123455 프레임드 #459 [4] Lunagazer 2023.06.13 110
123454 요새 외운 랩 [2] catgotmy 2023.06.13 194
123453 이강인 psg까지 한 발짝 [13] daviddain 2023.06.13 345
123452 [바낭+어그로] 달콤한 스팸의 유혹 [7] 스누피커피 2023.06.13 359
123451 스케일링으로 음식물을 빼는 소리... [8] Sonny 2023.06.13 474
123450 Treat Williams 1951-2023 R.I.P. [4] 조성용 2023.06.13 172
123449 [내용있음] 인어공주 [20] 잔인한오후 2023.06.13 698
123448 음바페 난리났군요 [17] daviddain 2023.06.13 716
123447 아버지에 대한 혐오 남자에 대한 혐오 퍼뜨리기 [5] catgotmy 2023.06.13 538
123446 언제부터 성희롱 댓글에 그렇게 관대해지셨습니까? [7] 분홍돼지 2023.06.13 78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