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믿을 게 못 돼. 진실은 유튜브에 있어."


2017년, 한 언론이 인터뷰한 이른바 태극기 부대 노인이 한 얘기입니다.

그리고 2019년 현재, 전 법무부장관을 수호하자는 함성 가득한 3~40대 남성 중심의 어떤 사이트에서 보게 된 댓글에서 발견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손석희 앵커가 '흑과 백, 저널리즘' 이라는 제목의 앵커 브리핑 도중 '제 각기 다른 욕구를 가진 소비자가 제 각기 다른 뉴스를 소비하는 세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전통적 의미의 기자다움보다 post-truth시대의 내 편다움이 더 환영받는 시대'라는 모 기자의 컬럼을 인용하기도 했죠.


BigData 방법론 중에 collaborative filtering 이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주로 product 을 판매하는 쇼핑몰이나 컨텐츠를 다루는 플랫폼들이 많이 채용하는 것으로서, 쉽게 말하면 '나와 구매-소비 유사도가 높은 사용자가 선택한 상품은 나에게도 구매-소비욕을 가져온다.'라는 가정 하에 사용하는 알고리즘입니다. 상세하게 넘어가면 user-based filtering과 item-based filtering이 있는데, 각각 사용자 유사도와 물품의 유사도(실제로는 물품들을 구매한 사용자의 호응도)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item을 추천해 주는 방법론입니다.


그리고 이 기법에는 더 근본적인 가설이 존재하는데, 바로 '과거의 나의 기호는 현재에도 유지된다' 라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확률도 있을 것입니다만, 대량의 데이터를 쏟아부어 작성하는 BigData 모델로는 거의 증명이 된 가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많은 쇼핑몰이나 컨텐츠 플랫폼에서 나와 유사한 구매-소비 경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clustering 되어가고 있고, 실제로는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거대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특히 이런 상황을 강화하는 알고리즘을 채택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래야만 구매-소비자들을 구분하고 예측하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BigData 방법론 이외에도 Social Network 이론을 도입한 각종 SNS 플랫폼들도 사용자 간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Social Network 안에 cluster들을 만들도록 강화합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clustered network 외에 random network 은 -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지만, - 유의미한 시사점을 주지 않아 marketing에는 전혀 쓸모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기술적 측면에서 장황하게 얘기했지만 인문학적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이 모든 현상들은 post-truth 를 더욱 부추기고, 결과로 사람들은 confirmation bias가 일상화 됩니다.


노인들에게서 먼저 나타났던 현상이 왜 이제 3~40대의 젊은 세대로 옮겨지느냐는 사실 인터넷에서의 형성된  여론의 전파속도 가속화나 내부 논리 공고화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절대적으로 시간을 거기에 투자할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인 세대가 훨씬 시간이 많았으니 먼저 그걸 겪고, 생업/육아/각종 외부 활동이 많은 젊은 세대는 그 다음이었다라는 얘기죠.


거대 미디어의 기레기화나 진영화도 문제가 많지만, 그 모든  제어 장치가 아예 존재하지 않고 단지 유사한 구매-소비 욕구로 clustering 된 소비자들의 소비가 전부인 그 플랫폼에서 하는 이야기들,

과연 그게 언론의 민주화가 맞을까 하는 순수한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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