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2 이야기이니만큼 시즌 1의 스포일러는 피할 수 없겠네요. 시즌 2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시즌 1의 결말에서 거의 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쫄보 악당 조는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전여친 캔디스를 피해 미국 반대편이자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도시인 LA로 헐레벌떡 도망을 가요. 너무 황급하게 튀느라 돈도 많이 못 챙겨 가서 당장의 밥벌이를 위해 알바 자리도 구해야 하고 뭐 고생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곳에서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운명의 상대임을 첫눈에 알아 본 새로운 녀성에게 반해서 새로운 사랑에 빠졌으니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만. 뭐 시리즈 성격과 장르상 그게 그리 잘 풀릴 리는 없겠죠.



 - 제가 시즌 1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 봅니다. 

 일단 금사빠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의 사랑이야기... 라는 튀는 소재로 스릴러물과 로맨스물 양쪽 장르를 모두 정색하고 파고드는 아이디어가 좋았죠. 두 장르의 불협화음을 이용한 개그들도 잘 먹혔습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예측 가능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상황에서 살짝 살짝 다른 길로 빠져나가는 작가의 센스였어요.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그렇게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데 계속해서 소소하게 시청자를 한 방씩 먹여주는 거죠.


 다행히도 그 센스는 시즌 2에서도 죽지 않았습니다. 전 이번 시즌도 꽤 재밌게 봤어요.



 - 그러니까 이번 시즌의 기본적인 발상은 시즌 1을 반복하자, 그런데 계속해서 변주를 하자... 정도가 됩니다.

 조는 당연히 누군가에게 한 눈에 반하죠. 근데 연인이 되는 과정은 전혀 다릅니다. 그 연인에겐 또 친구들이 있겠죠? 근데 이 친구들은 시즌 1의 그 친구들과는 전혀 달라요. 조는 당연히 또 누군가를 감금하겠죠. 그런데 감금된 자의 이후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전개가 됩니다. 어이쿠야 또 조의 옆집에 사는 게 힘든 어린이와 그 보호자가 사네요. 그런데 이후의 관계와 전개가... 뭐 이런 식이에요.


 게으르다고 비난할 것까진 없어도 크게 신선할 것도 없는 구성입니다만. 역시 작가가 나름 센스있게 비틀어줘서 생각보다 재밌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뭣보다도 재밌는 부분은, 주인공 조가 이런 변화된 패턴에 적응을 못 하고 당황하며 삽질을 연발하는 모습들입니다. 시즌 2의 조는 시즌 1의 조보다 여러모로 덜 위협적이고 동시에 코믹한 성격인데, 이런 코믹함의 핵심이 위와 같은 '부적응' 캐릭터입니다. 어찌보면 시즌 2의 조는 꼭 시청자들의 대변인 같기도 해요. 자기 주변에서 계속해서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들에 놀라고 당황하고 한 방 먹는 게 일이거든요. 등장 인물들 중에 조에게 한 방 먹이지 않는 캐릭터가 거의 하나도 없을 정도이니 뭐(...)



 - 아쉬운 점도 당연히 있습니다.


 일단 '시즌 1 비틀기'를 좀 지나치게 성실하게 적용하다보니 어느 정도 흐름에 적응하고 나면 이후로는 전개가 대략 예측이 돼요. 적어도 지금 막 전개되는 이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되겠구나... 는 정도는 짐작이 되죠. 10화 중에서 7화쯤 보고 있자니 엔딩의 윤곽도 짐작이 되고 정말 그와 비슷하게 마무리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좀 산만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시즌 2의 기본은 시즌 1을 변주해서 우려먹기에요. 시즌 1의 아이디어는 신선함이 생명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재탕 해서 또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었을 테니 현명한 선택이긴 합니다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걸 너무 성실하게 하다보니 독립적인 이야기로서는 완성도가 떨어지고 개연성이 부족해지는 장면, 좀 더 나아가 사실 별로 필요가 없어 보이는 상황들이 종종 나옵니다. 부분부분은 분명히 재밌는데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비포장 도로를 질주하는 느낌.


 마지막으로... 시즌 1에서 제가 이 사악한 악당놈의 (지 맘속에선) 로맨스를 그래도 불쾌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던 건 이 이야기가 주인공의 처지에 거리를 두고 전개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죠. 딱히 주인공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편들어주는 식의 내용은 거의 없었어요. 근데 시즌 2는 분명히 주인공의 처지를 '딱한 모습'으로 그리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뭐 거기에 걸맞게 주인공의 성격과 의도를 (나름 합당한 이유를 넣어서) 수정해두긴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미 시즌 1에서 저지른 일들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시즌 2의 이런 태도는 좀 불편했습니다. 



 - 정리하자면 제 소감은 대략 이렇습니다.

 여전히 재밌습니다. 센스 있는 각본으로 만들어진 성공적인 속편이라고 생각해요. 

 전편을 소재로 삼아서 던지는 농담들의 비중이 너무 커서 좀 팬픽 같은 느낌이 들고, 이야기의 완성도도 전편보다는 분명히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시즌 1의 아이디어는 어차피 재활용이 불가능한 성격의 아이디어였고, 이야기는 또 그 자체로 깔끔하게 완결되는 이야기였죠.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이 정도의 이야기를 짜낸 건 최소한 '선방' 이상의 평가를 받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 투덜거리면서도 재밌게 봤어요.

 그러니 시즌 1을 재밌게 본 분들이라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물론 저는 책임 안 지구요. ㅋㅋㅋ




 - 여담으로, 주인공 조 군은 여복이 정말 심하게 좋은 것 같습니다. 시즌 1에서도 그랬지만 시즌 2에서도 주변에 미녀들이 우글우글. 뭐 애초에 본인이 잘 생기고 목소리도 좋고 (겉보기엔) 매너도 좋으니 그런 거긴 하겠지만요. 하지만 그게 정말 복인가를 따져보면 그게 좀... 



 - 이번 시즌의 여자 친구 '러브'는 '힐하우스의 유령'에 나왔던 슬픈 막내딸 배우가 맡아 연기합니다.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캐릭터이긴 한데 음... 힐하우스의 유령으로 알게 되어서 그런지 밝을 때보단 우울하게 가라앉아 있을 때가 더 어울리고 매력적으로 보이더군요.

 그리고 옆집 여자의 동생이 정말 귀엽고 예뻐요. 음... 그렇습니다. 정말 예뻐요.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 (쿨럭;)



 - 스포일러는 안 적기로 했지만 이번 시즌의 결말이 '속시원한 권선징악'인가 아닌가를 알고 싶으신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서 그 얘기만 간단하게 할 테니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아래를 보지 말고 이 글을 탈출해주세요.












 아닙니다. ㅋㅋㅋㅋ

 하지만 그렇게 해피(?) 엔딩도 아니고 그래요. 결말 자체는 시즌 1의 결말보단 그래도 덜 불쾌해서 맘에 들었습니다.

 시즌 3을 예고하는 결말이 아닌 것도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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