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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아카이브]의 주인공 조지는 일본의 어느 외딴 산골 지역에 자리 잡은 한 연구소/공장에서 혼자 일하고 있는 로봇 공학자입니다. 일련의 플래시백 장면들에서 보여 지다시피 그는 이 공장에 오기 얼마 전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아내를 잃었는데, 현재 어느 장치에 저장되어 있는 아내의 의식을 담을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을 그는 몰래 개발해 오고 있었지요. 이야기 설정만 보기만 해도 영화는 [솔라리스]와 [엑스 마키나]와 자동적으로 비교되는데,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그다지 창의적이지 않은 가운데 후반부는 너무 작위적입니다. 지루하진 않지만 장르물로서는 합격 미달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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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ch House]

 [The Beach House]의 전반부는 비교적 평온합니다. 한 젊은 커플이 한 해변 별장에 놀러오는데, 그 별장엔 이미 다른 커플이 머물고 있었고, 영화의 전반부는 이 네 주인공들이 같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덤덤하게 그려갑니다. 하지만 도입부 장면에서 영화는 곧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이미 우리에게 예고했고, 후반부는 [씨 피버]와 존 카펜터의 [The Fog]의 중간 쯤 상황으로 주인공들을 밀어 넣지요. 전반적으로 새로운 건 없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분위기와 이야기를 능란하게 조절한 건 점수를 좀 줄 만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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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반도]의 예고편을 볼 때 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부산행]은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들을 던져 넣어서 나름대로의 신선함을 자아냈지만, [반도]의 경우 이야기 설정부터 수많은 다른 좀비 액션 영화들이 연상되거든요. 하여튼 간에, 결과물은 과잉 수준의 신파에도 불구하고도 비교적 잘 돌아가는 장르물이었고 그러니 살짝 추천해드립니다. 물론 전 [부산행]이 여전히 더 맘에 들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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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움]

 [비바리움]에서 가장 눈을 끄는 건 초현실적인 이야기 설정입니다. 어느 분께서 말씀하셨듯이 르네 마그리트 그림들에서 영향을 받은 티가 팍팍 나는 기묘하고 음험한 공간에 갇힌 두 주인공들의 상황은 여러 모로 얘기할 거리가 많이 보이지요. 하지만 유감스럽게 결과물은 서사와 캐릭터 면에서는 상당히 부실한 편이고 그러니 보는 동안 내내 속으로 툴툴거리곤 했습니다. 한마디로, 아이디어만 던져 놓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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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의 저주]

 내털리 에릭 제임스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유물의 저주]는 시작부터 불안한 분위기가 스멀스멀 풍기고 있습니다. 홀로 사는 가운데 평소에 치매 증세를 보이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사라지자, 케이와 그녀의 딸 샘은 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그녀 어머니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그 집 안에는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는 나중에 그녀 어머니가 예상치 못하게 돌아오면서 더더욱 쌓여만 가는데, 영화는 꾸준히 긴장감을 쌓아가면서 우리 시선을 붙잡아 가다가 후반부에서 주인공들을 진짜 공포스러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전반적으로 소박하지만, [바바둑]에 이은 또 다른 인상적인 호주산 가족호러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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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하운드]

 [그레이하운드]는 호레이쇼 혼블로워 시리즈로 유명한 C.S. 포레스터의 1955년 소설 [The Good Shepherd]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각색도 맡은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미국 군함 지휘관의 시점을 통해 제2차 세계 대전의 대서양 전투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하는데, 이는 그럭저럭 성공한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평탄한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 묘사 때문에 다른 제2차 세계 대전 영화들에 비해 개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재미가 아예 없는 건 아닌 가운데 행크스야 늘 그래왔듯이 든든하긴 하지만, 엘리자베스 슈를 비롯한 영화 속 다른 출연 배우들은 낭비된 감이 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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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한국계 미국 감독/배우인 저스틴 전의 두 번째 장편 영화 [국]을 이제야 챙겨 봤습니다. 1992년 LA 폭동이 터진 그날 동안의 LA 근처 동네를 배경으로 영화는 인종 및 세대 갈등에 관한 드라마/코미디를 하려고 하는데, 전반부에서 잘 진행하다가 후반부에서 많이 덜컹거리는 게 아쉬웠습니다. 전의 그 다음 작품 [미쓰 퍼플]이 좀 더 완성도가 높지만, 나름대로의 개성과 활력이 있다는 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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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퍼플]

 작년에 [미쓰 퍼플]을 보신 듀나님께서 영화가 구질구질하다고 평하셨는데, 영화는 정말 구질구질하게 익숙했습니다. 한심하고 지저분한 한남들 때문에 고생하는 비천한 여성의 슬픈 이야기야 그 옛날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자주 다루어 온 소재인데, 영화는 그걸 2010년대 LA 코리아타운으로 옮겨놨고, 그 결과물은 징글징글하게 사실적입니다. 결코 편하게 볼 영화는 아니지만, 감독인 저스틴 전의 전작 [국]보다 더 균일한 인상을 주고 있고 그러니 현재 후반 작업 진행 중인 그의 차기작에 기대가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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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력]

 [부력]의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전 걱정이 좀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동남아시아 어디선가 자행되고 있을 노동 착취 및 학대를 보여주려는 영화인 걸 고려하면, [귀향] 만큼이나 엄청 불쾌한 착취성 순간들을 관객들에게 던져 댈 것 같아서 불안했거든요. 다행히 결과물은 예상보다 많이 더 절제되고 사려 깊은 편이지만, 이는 보다보면 간간히 치가 떨리지 않을 수 없고, 그 가운데에서 상당한 감정적 여운을 남깁니다. 이러니 올해의 현실 호러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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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스프링스]

 [팜 스프링스]의 도입부에서 영화의 두 주인공들인 나일즈와 사라는 한 결혼식을 통해 만나게 됩니다. 같이 얘기하는 동안 뭔가 통하는 게 느껴지니 이 둘은 나중에 살짝 빠져 나와 시간을 같이 더 보내게 되지만, 알고 보니 나일즈는 계속 같은 날을 반복해온 신세였고 사라도 어쩌다가 같은 신세에 놓이게 되지요. [사랑의 블랙홀]을 비롯한 여러 다른 유사 영화들과 자동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지만, 영화는 너무나 익숙한 설정을 부지런하고 재치 있게 굴려가고 있고, 앤디 샘버그와 크리스틴 밀리오티는 능숙하게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를 오가면서 여러 웃기는 순간들을 자아냅니다. 딱히 신선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쏠쏠한 재미가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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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카우]

 켈리 레이차드의 신작 [퍼스트 카우]의 무대는 19세기말 미국 오리건 주의 어느 외딴 산골동네입니다. 우연히 계기로 만나게 된 두 떠돌이 주인공들이 나름대로 돈을 벌려고 애쓰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 가면서 영화는 서서히 긴장감을 쌓아 가는데,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이미 결말은 정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절실한 상황을 보다 보면 감정 몰입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레이차드의 전작들인 [웬디와 루시]와 [어떤 여자들]을 잘 보셨다면 본 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해드립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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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군인 아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아버지 군인 아들]은 미군 상사였던 브라이언 에이쉬의 기나긴 회복 과정을 지켜다 봅니다. 2010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친 그는 결국 3년 뒤에 결국 절단 수술을 받게 되는데, 그 다음 몇 년 동안 그와 그의 두 아들들이 겪는 개인적 고난들을 다큐멘터리는 가까이서 차분히 지켜보다 봅니다. 같은 소재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 다큐멘터리들을 보셨다면 별로 새로울 건 없지만, 후반부에서 나오는 여러 감정적 순간들은 무시하기 힘들고, 그러니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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