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구성의 한계, 번개!

2021.02.06 08:56

여은성 조회 수:457


 1.소재나 상황 하나만으로도 보는 사람에게 궁금증을 가지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죠. 특히 주인공이 누군가를 의심하는 상황을 제시하는 이야기는 치트키예요. 한번에 몰입이 되게 만드니까요.


 특히 그 의심의 대상과, 의심되는 정체가 비현실적이면 비현실적일수록 더욱 그렇죠. 이웃집에 사는 평범해 보이는 여자가 실은 뱀파이어 같다? 이웃집에 사는 평범해 보이는 남자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은행강도 같다? 이웃집에 사는 평범해 보이는 노인이 연쇄살인범 같다? 같은 상황들 말이죠.


 그리고 이야기라는 것은 그 의심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리고 그 행동...극단적인 실행이 자기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순간 긴장감이 절정에 이르죠. 


 

 2.예를 들어 어느날 당신의 친구가 당신을 한밤중에 불러낸다고 쳐요. 아주 절친이고, 똑똑하고 착한 모범생 친구 말이죠. 그가 당신을 불러내서 지하실로 데려가는데 그 지하실에는 꽁꽁 묶여 있는 친한 교수님이 있는 거죠. 그리고 친구는 아주 진지하게 당신에게 말해요.


 '이 놈은 사실 뱀파이어야. 오랫동안 준비해서 간신히 납치했어. 이제 이 놈을 처리해야만 하는데 네가 좀 도와줘야겠어.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었어.'라고 말이죠. 뭐 뱀파이어든 은행강도든 연쇄살인범이든 말이죠.


  

 3.물론 상대에 따라 제거하는 게 목적일 수도 있고 교섭하는 게 목적일 수도 있어요. 뱀파이어 같아서 납치한 놈이면 당연히 없애는 것만이 목적이겠죠. 은행강도 같아서 납치한 놈이면? '니가 꿍쳐돈 삼백억원 중에 백억원만 내놔라. 그럼 우리도 돈 받아먹었으니까 입 다물고 있어주마.'라고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상대가 연쇄살인범이면 직접 제재를 가할 것 없이, 인정하게 만든 뒤에 증거를 잡아서 경찰에게 넘기면 되고요. '제거'하거나 '협상'하거나 '자백'을 얻어내거나 셋 중 하나인 거죠.


 문제는 이거예요. 셋 중 뭐가 목적이든간에 일단은 심문을 통해 상대에게 수상쩍은 정체를 인정하도록 실토하게 만드는 게 먼저거든요. 상대를 없애야 하든 돈을 뜯어내야 하든 시체를 숨긴 곳을 불게 만들어야 하든, 상대를 제대로 납치한 거여야 하니까요. 



 4.휴.



 5.그야 상대가 뱀파이어거나 악마라면 그냥 다짜고짜 없애버릴 수도 있겠죠. 한데 엉뚱한 사람을 납치했을 가능성은 늘 있단 말이예요. 특히 친구나 도우미를 불러낸 상황이라면, 갑자기 불려와서 납치된 사람을 본 친구 입장에선 일단 상대가 납치된 놈이 맞는지 납득을 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한데 납치한 상대가 악마든 뱀파이어든 은행강도든 아니면 연쇄살인범이든 그걸 인정할 리가 없잖아요? 맞든 아니든 말이죠. 특히 악마거나 뱀파이어로 의심되고 있다면, 상대에게 확신을 줘버린 순간 즉각 박살이 날테니까요. 


 그리고 은행강도거나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되고 있다면? 계속 고문을 받으면 언젠가는 자백을 하거나 거짓 자백을 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죠. 상대는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고문을 할 거니까요.



 6.어쨌든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나는 '의심물'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의심물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을 어느날 납치해버린 순간부터 주인공도, 납치된 사람도 뒤로 물러날 수가 없게 되죠. 주인공은 사람을 납치하고 고문해버린 이상, 사람을 잘못 납치한 거면 감옥행 확정이니까요. 납치되어 온 사람 또한 납치를 결행한 상대가 자신을 웬만하면 풀어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고요.


 그래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처음엔 흥미진진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갈 길이 좁아져요. 의심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저질러버리고, 친구나 동료를 부르고, 납치해온 사람이 정말 나쁜놈이 맞는지 심문하며 헷갈려하는 식으로 진행되어야만 하고 그 후에는 솔직이 더욱 뻔해지거든요.


 왜냐면 의심-납치-고민-심문의 단계를 다 거치면 이미 이야기는 굉장히 진전된 후에요. 특히 그게 영화라면 더욱 그렇죠. 소설이나 드라마라면 중간에 또다른 반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영화라는 포맷 아래에서는 저 단계까지만 가도 이미 이야기가 절반 이상 넘어버린 후니까요.



 7.그리고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저 짓거리를 한 다음에 '응 뭐라고? 뱀파이어가 아니었다고? 하하하!'라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뱀파이어일 것 같아서 납치해온 놈이 있다면, 이야기 전개의 한계상 그 놈은 뱀파이어여야만 하는 거죠. 중간과정에 작가적 역량으로 독자들에게 재미를 더 줄순 있겠지만 결국은 빼도박도 못하게 뱀파이어여야만 하는 거예요. 한참 동안 이놈이 뱀파이어인지 아닌지를 지지고 볶고 나서 사실은 뱀파이어가 아니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촌극'이 되어버리는 거니까요.


 왜냐면 이야기는 요리와 비슷하거든요. 얼마든지 좋은 재료와 좋은 솜씨를 지닌 셰프를 쓸 수는 있지만 결국 레시피는 레시피예요. 너무나 독창적인 레시피를 사용해버리면 그건 그 요리가 아니게 되거든요. 물론 그런 클리셰는 독자들도 어느 정도 익스큐즈하긴 해요. 김치찌개를 먹으러 왔다면 김치찌개가 나와야만 하니까요. 저런 이야기를 보는 사람들은 상대가 진짜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밝혀지느냐를 더 중요시하죠.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걸 만드는 사람은 고민이 되는 거죠. 사람들은 그렇거든요. 8천원짜리 김치찌개를 먹으러 왔어도 꽤 괜찮은 김치찌개를 먹고 나서 맛있었다는 말은 안 해요. 김치찌개가 맛있었다는 말 대신 그냥 한끼 잘 때웠다는 말만 하거든요. 물론 맛없는 김치찌개를 먹으면 욕을 하고요. 웹툰이나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괜찮게 만들어도 그냥 시간 잘 때웠다는 말만 하지 잘 만들었다는 말은 잘 안해요.



 8.번개를 해놓고 기다리다가 왠지 실패할 거 같으면 다른 약속을 잡곤 해요. 한데 문제는 어제처럼 별 연락이 없어서 다른 약속을 잡으면, 갑자기 번개에 오겠다는 쪽지가 오곤 할 때가 있단 말이죠. 그렇게 당일 번개를 하겠다고 해놓고 파토가 나버리면 좀 미안해요. 그래서 한번 날짜를 잡아서 제대로 해보려고요. 당일 번개는 아무래도 힘드니 넉넉히 잡아서...다음주 화요일쯤 해보죠. 


 수요일날 하면 바로 다음이 설날이라 웨이팅 많고 어수선할 것 같고...내가 듣기로는 명절 연휴 전날은 널널하게 회사가 끝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수요일은 다들 널널한 날일거라고 가정하면 화요일쯤 하는 게 제일 알맞겠어요. 낮에 해도 괜찮고 오후~저녁에 해도 괜찮으니 화요일날 번개오실 분은 월요일 오후 10시까지 쪽지보내 주세요. 계속 밖에 있기 때문에 월요일 오후 10시이후에는 쪽지확인을 못할수도 있어요. 


 만약 다음주에 거리두기가 더 풀리면 가게들이 늦게까지 영업할 테니 이번 주에 하는것보다 괜찮을수도 있겠네요. 딱히 리퀘스트가 없으면 낮~오후에 만나면 홍대에서 고기집-카페를 가고 저녁이후에 보게 되면 모보바나 찰스바 같은 곳을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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