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유익한 유튜브 하나 소개합니다..한화증권 김일구 상무입니다.


https://youtu.be/Eplg8kAGiyM


1. 5월 말 지난 3월 급락장에서 매매대상으로 들였던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시장을 관망중이었습니다. 보름이 안되어 다시 매도한 가격 수준으로 급락하길래 일부 정찰병을 보내 놓았는데 고점을 넘어 가버리는 군요 ㅎㅎ.코스피는 연초의 고점 2217(2020.1.20 코로나가 덮치기 전)을 넘고 연중 고가인 2281을 새로 찍었습니다.


2. 코스피의 현재 위치는 대단히 미묘합니다. 박스피로 다시 회귀하느냐, 어마어마하게 풀린 유동성을 기반으로 악화되는 경제와 기업실적을 딛고 새로운 대세 상승장을 여는 입구에 있느냐라는 기로입니다. 챠트 좀 보시는 분들은 다 동의할 겁니다. 2018년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반도체 경기가 꺽인 이 후 3년 간의 하락 추세를 돌파하는 지점에 와 있다는 점을요.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방향성을 보일 것이고 저는 어느 쪽으로든 따라갈 생각입니다.


3. 소위 동학 개미 운동에 대한 중간 평가-절반의 성공


올해 내내 외인은 15조를 팔았습니다. 동학개미라 불리는 시장 신규 진입자들은 3개월 동안 25조를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고객 예탁금은 연초 25조 수준에서 거의 50조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개인 수급의 특징은 훨씬 스마트 해졌다는 점입니다.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살 뿐만 아니라 유튜브등을 통해 놀라울 정도의 학습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 현상은 20-30대를 중심으로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경과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총론으론 긍정적,각론으론 부정적 부분이 눈에 띄임'입니다.


잠정적으로 보면(저의 뇌피셜 ㅎㅎ) 새로 진입한 동학개미들의 20퍼센트(약 5조)정도는 변동성에 치우친 매매자들이고  또다른 20프로는 장기투자자들,나머지 60프로 정도는 공부와 매매/투자를 병행하는 개미들로 보입니다. 이 분포가 시장의 급락에 배팅하는 소위 곱버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들의 동시 양 매수로 나타납니다.


저의 일천한 경험으론 변동성에 올인하는 신규 진입자들은 결국 시장의 쓴 맛을 보게 될 겁니다. 위험한 곳에서는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10년 이상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무위험 수익률(시장 금리)을 초과하는 성과를 보이는 경우는 약 2% 정도에 불과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4. 시장..인간의 무늬..참여자와 관찰자.. 그리고 황소와 곰, 돼지와 양의 비유


위에 첨부한 유튜브의 김일구 상무를 좋아합니다. 쓸데 없이 인문의 습기를 풀풀 풍기는 '금융전문가'들(저는 그들을 기본적으로 사짜로 봅니다) 중에서 인문의 본령이 "인간의 무늬를 읽어내는(김영민 교수)" 것에 있음을 자신의 시장 경험을 통하여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은 기본적으로 대중운동이자 일종의 유사 체험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에 의식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전체 운동을 조감하지 못하면 반드시 "어? 나만 여기에 있네?"라는 느낌을 수시로 겪게 됩니다.  참여자와 관찰자 이 두개의 입장을 조화롭게 가져가지 못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이것은 당위와 현실,예측과 대응,세상과 나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범주를 "돈"을 매개로 "협잡꾼들이 설치는 것으로만 보이는 복잡계"를 체험하게 해 줍니다.


황소는 용기,곰은 절제를 의미합니다. 흔히 시장을 지배하는 양극단인 공포와 탐욕에 대한 유력한 대항 수단이지요. 김상무는 절제해야 할 상황에서 탐욕을 부리는 경향을 돼지,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공포에 떠는 것을 양이라 표현하지만 제 생각엔 훨씬 더 깊은 함의가 있습니다.


세상이 어느 쪽으로던 극단으로 흘러서 황소와 곰이 설치면 사람들은 공포와 탐욕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을 중심으로 상하의 위치 에네지지요.. 하지만 그 국면을 지나서 상대적으로 안전해지면 비로소 옆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때 극단적 국면을 '같이' 지내 온 사람들에 대해 가지는 감정의 중심에 있는 것은 시기,질투 혹은 복수심 이런 것들입니다. 이 복수심을 저는 돼지라 부르고 시기와 질투심를 양이라 부릅니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돼지와 양을 못보고 시장에 대한 판단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저는 수없이 봐왔습니다. 부분적으로는 옳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른 인식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망가지는 사람들, 저도 한 때 그랬고 알던 사람들 중엔 투자 실패로 목숨을 끊은 자도 한 명,죽으러 가다 소위 '신비체험'에 의해 하나님의 품으로 귀의한 사람도 한 명 있습니다.


5. 나머지 이야기.. 수졸과 청담스님 일화


위기십결이라고 바둑계의 품계 분류가 있습니다. 기력으로 초단을 수졸(守拙)이라 하는 데 이 표현을 참 좋아합니다. 졸렬함을 지킨다?버리지 않고? 바둑에서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졸렬하더라도 제 스스로를 지킬 줄은 안다." 시장에서 오래 늙고 싶은 제 마음은 딱 이 정도가 어울리지 싶습니다. 13년을 겪어 보니 이제 조금 지킬 줄 아는 듯 하기도 합니다.


청담스님 살아 생전, 문하에 스스로 도를 깨쳤다고 주장하는 상좌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스님께서 상좌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너그들이 다 깨달았다고 생각하나?" "예" "오냐 그러면 일주일 안에 1억을 구해오거라 그러면 내가 인정하마."  그때가 60년대쯤이니깐 지금으로 따지면 한 100억은 될 겁니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도 못 구해 오자 스님은 상좌들을 데리고 만행에 나섭니다. 어느 버스 안에서 허름하게 챙겨 입은 처사 한 분이 아는 척을 합니다. "스님 여기서 만나네요 10년만입니다." "아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두런 두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처사께서 지나가는 말로 묻습니다. "스님 요즘 뭐 필요하신 거 없읍니까?" " 아 내가 상좌들 좀 가르치려고 돈이 한 1억 필요해서 나섰어요" 알고 보니 그 처사는 10년 전쯤 사업에 실패하고 목숨을 끊으려다 스님을 만나서 마음을 고쳐먹고 재기에 성공한 사업가였습니다. 그 처사는 그때 건진 목숨 값으로 흔쾌히 1억을 희사하게 됩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저는 모르지만 스님의 신통력 비슷한 이야기로 윤색된 걸 겁니다. 하지만 전 다르게 봅니다. 이법계(理法界)를 '머리'로만 깨친 사람들에 대한 엄한 경책이자 이사법계(理事法界)에 두루 능통해지라는 질책이지요.


저번 어느 글에서 소부님께서 왜 이리 주식이야기가 많냐 라는 타박도 보았고 아리아 스타크님께서 주식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이야기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요즘 게시판이 너무 날 서 있어서 이런 식의 가벼운 이야기라도 좀 나누고 싶었습니다. 널라 해량하시고 주말 마지막 밤 잘 보내세요^^;;


ps)찬반을 떠나 게시판에 장문의 글 올리시는 분들 진심으로 그 열정과 체력에 존경심을 표합니다. 이깟 글 하나 쓰는 데 거의 3시간이 걸리네요 ㅜ. 이젠 이런 무모한 욕심(의욕?) 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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