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신경정신과 선생님은, 죽음 이후에도 우리가 존재할거라는 것을 종종 말씀하셔요. 꿈의 분석이나 몇몇 심리학적 연구 결과, 책들을 근거로 들면서요.

죽어도 내 존재가 끝나는게 아니라면, 어찌됐든 주어진 삶을 끝까지 살아내어 봐야 하지 않겠냐고요.   

물론 본인이 개신교 신자이신 점도 그 믿음의 주요한 이유인 듯해요.


하지만 전 무신론자이고 죽으면 무존재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나 길냥이나 흔하게 피어있다가 악 소리도 내지 않고 밟혀 죽은 작은 꽃이나 입장 다를게 없죠.

황석영 소설의 한 대목처럼 그냥 눈 질끈 감고 휙, 하면 다 끝나버릴 것 같고요. 

제가 그냥 개나 고양이나 새였으면 자신을 동정하거나 나르시즘에 빠지지 않고, 생명의 본연을 충실하게 살다가 죽지 않았을까 싶다고 하니, 선생님이 그런 점에서는 식물이 더 낫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리고 길냥이도 사는게 힘들어서 얼마 못산다, 원래는 닭도 오래 산대요, 그럼 우리가 다 잡아먹어서 그런가보네 안먹을 수도 없고ㅠㅠ.. 이런 저런 대화들이 이어졌어요.   


무신론적 사고방식이 우주의 진실이라 할지라도, 그건 살아가는 시간들을 참 허무하게 느끼게 하는거 같아요.

신이 있고 천국이 있고 그런게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환타지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진실 여부를 떠나 그 믿음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아가는 힘이 되는거겠죠.

예술이나 사랑에 대한 갈망도 결국 종교와 같은거 같아요. 

어쨌든 살아있는 생물은 생명력이 넘칠 때 아름다운거고, 무엇을 근거로 하든 생을 긍정하는 사람의 얼굴은 거울 속 내 썩은 얼굴보다 훨씬 빛이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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