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까.

2018.07.03 15:44

잔인한오후 조회 수:1899

3년 6개월을 일했던 회사에서의 퇴직이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퇴직 후 어떻게 할 지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죠.


일은 손에 안 잡히고, 근거 없을 설렘으로 이것 저것 하고 싶은 일들을 헤아립니다. 보통 어떤 것에 착취되어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어떤 것들을 벗어나서도 못할 일임을 익히 경험해왔으면서도, 잠시 자신을 속여봅니다. 공포와 두려움도 어렴풋이 옆을 쏘다니며 속삭이지만 아직은 잘 들리지 않네요. 다른 무엇보다도 생에 대한 태도를 조율하기 좋은 시점입니다. 무엇에 추동되고, 어떻게 살 것인지 말이죠.


삶이 무엇일까 하면 스탠스(자세 혹은 태도?)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외부요인은 천차만별로 주어질 것이며, 많은 부분 내 의지와 무관하니 빼고나면, 남는 것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일 것입니다. 그 마음가짐과 몸가짐은 주관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준이 되줄 것이며,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재평가할 때 안정을 주겠죠. 아, 그러고보면 질문은 "나는 어떻게 살면 만족할 것인가?" 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어떤 면에서는 큰 욕심이 없습니다. 미래의 제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결혼과 육아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부모님을 어느 정도 부양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멀리 봤을 때 제가 책임져야 할 사람은 저 자신 뿐이지요. 제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거주공간과 돈, 그리고 휴식시간 정도일 것입니다. 소유욕이래봐야 지식에 대한 것 뿐이니, 국가가 지원해주는 도서관으로도 충분하지요. 적당히 돈 벌어서 살다가 가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년동안 저를 괴롭혀왔던 두려움과 공포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미신들은 제가 직장생활을 거듭할수록 물질감을 잃고 사라져갔는데, 그 이름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경제생활의 영위"였던 것 같습니다. 너는 어디 가서 돈 벌어먹고 사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글러먹은 인간이야. 학교도, 혹은 4개월짜리 단기 교육도, 혹은 별것 아닌 자격 취득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 생존이 가능할 것 같아, 라고 말이죠. 그런데 뭐, 대부분 어떻게 어떻게 직장일을, 삶을 유지보수하면서 사는 거더군요. 매끄럽고 아귀가 들어맞게 사는게 아니라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냥 저냥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리고 뭘 하고 싶은지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무래도 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설명해서 이해하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낍니다. 간과하고 있는 것을 드러내보일 때도요. 결국 저는 글을 써야 할 겁니다. 논문이 될 수도 있고, 기사가 될 수도 있겠죠. 돈을 버려는 것도 아니고, 경력을 쌓으려는 것도 아닐 겁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취미로 다룰 때야말로 가장 즐겁겠죠. 일단은 그것들을 다루는 도구들을 더 늘려보고 싶고, 글을 더 읽고 싶고, 과정을 체계화하여 헤매지 않고 싶습니다. 정리해보니 두근두근하군요.


예전에 비해서 겁은 많이 없어졌군요. 이번 백수 시절은 좀 즐겁게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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