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태도로 보혁을 나누던 시절이 한물 가면서, 

소득주도성장이냐 혁신성장이냐라는 테제를 가지고 그야말로 좌파와 우파가 칼 같이 나누어지는 시기입니다. 


그동안 애매한 이념경계로 인해, 이념에서 자신이 차지한 자리를 인지하기가 어려웠던 한국사람들이
이제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작금의 혁신성장은, 규제를 풀면, 대기업이 투자를 한다. 뭣에? 4차산업혁명에,
라는점에서 박근혜의 창조경제랑 큰 차이점이 없어요.
아니, 사실 차이가 있을 수가 없는게, 이건 적어도 5공 시절까지는 거슬러올라가는 한국의 경제정책이니까요. 
그냥 대상이 4차산업혁명으로 바뀐 것일 뿐이죠. 

다만 궁금한 것은, 규제를 풀면 정말 대기업이 4차산업혁명의 선도기업이 될 수 있냐는거에요. 
슘페터가 이야기했던 창조적 혁신이란게, 정말 대기업이 독과점하는 경제구조에서 가능하냐는 거죠. 
그리고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던 것이, 과연 규제 때문에 그렇냐는 것이죠. 
그렇다면, 규제는 원쑤라던 이명박근혜는 9년 동안 뭐 한건지!

반면 나라 말아먹는다고 조중동, 각종 경제지, 그리고 자신이 우파임을 새삼 자각하게된 네티즌들이 비판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경우, 과연 뭘 진짜 하기는 한건가요?

52시간 근무제는 유예되었고, 그렇다면 제대로 시행된 것이라곤 최저임금상승 뿐인데 말이죠. 

조직화된 노동자의 힘을 강화하는 노동이사제를 실시한 것도 아니고,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자의 교섭력을 강화하는 노동회의소를 설립한 것도 아니고,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혁신적으로 뜯어고친 것도 아니고,
수십년 동안 유지되어왔던 국가의 경제정책 방향을 좀 틀어보자는 것 치고는, 
사실 뭘 하기는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쉐보르스키가 왜 민주적 자본주의 국가가 왜 사회주의/사회복지국가로 전환이 어려운지를 전환의 계곡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설명했었죠. 
아직 그가 맑시스트이던 시절이라, 사례가 저렇기는 하지만, 전환의 어려움을 보여주기에 좋은 설명입니다. 

한 국가의 경제체제가 전환되려면, 필연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요구되는 시기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비용으로 인하여, 이 시기 동안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경제상황은 어려워집니다. 
이 어려움의 시기에 전환을 추진하던 정부의 지지층들이 지지를 거두고,
민주제 하에서 선거를 치뤄야하는 정부는 정권을 잃거나 전환을 포기하게 되죠. 

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정부가 유권자들의 강력한 신뢰 하에서 전환에 돌입하고, 단호하고 신속하게 전환을 추진해야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한계는 실상 둘 다 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어 보입니다.

적폐청산을 내새웠지만, 이에 동의했던 다수의 지지층들도 실상 박근혜-이명박의 처벌이라는 정치적 수준에서의 적폐청산을 떠올렸던 것이었고,
경제적 구조의 전환으로서의 적폐청산은 현 정권도 전자에 비해 그닥 적극적으로 사회적 설득에 나서지 못했죠. 
덕분에 이 문제에 있어서는 사회적 신뢰는 커녕, 범지지층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요. 

전환과정에 돌입해서도 김동연을 경제부총리로 올려놓으면 관료 조직에 대한 그립이 좀 생길줄 알았는데,
까고 보니, 바로 그 김동연이가 말을 안 들으면서 심지어 언론플레이까지 하는 노답 상황이 생겨버렸죠. 

어쨌거나, 지금처럼 소득주도성장도 하고싶고, 혁신성장도 하고 싶다는 애매한 태도는 
더 이상 유지하기가 어려운 시기가 점점 더 오고 있습니다. 

다만 장하성을 쫓아내면, 소득주도성장이 망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노무현 시즌2가 되라고 조종동, 경제지, 인터넷 우파들이 요구할 것이고,
김동연을 쫓아내면 김동연이 우파의 예수가 되겠죠. 이 경우 보수의 대권주자도 가능하겠군요. 
가슴아픈 가족사를 가진 개천에서 난 용이, 나라를 구하려다가 순교했다는 절묘한 스토리가 나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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