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8 13:09
0.
원래 듀게에 자주 와서 글을 읽고 가지만 요근래 로그인은 한 번도 하지 않고(못하는 것에 더 가까웠어요)
글을 쓰지도 못했는데
한 번 터지니까 시답잖은 이야기라도 자꾸 쓰게 되네요 하하.
1. '괜찮은 옷' 이 있으신가요?
괜찮은 옷, 하면 근사한 장소에 입고 갈 만한 번드레한 옷이나,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비싸 보이고 좋은 옷, 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옷은 이런 것이에요.
별로 비싸게 주고 사지도 않았고(살 때 너무 어려운-내가 주체가 되어 옷을 산 게 아니라 옷에 눌려 옷을 산 느낌? 그렇지 않았고)
심지어 처음에 그렇게 나와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고 샀는데
어디서나 입기 좋고(가볍게 격식 차린(?) 만남에서부터 일상의 외출, 머리 손질 안 된 집 앞 외출까지 어쩐지 모두 소화할 수 있어요)
나와 미묘하게 참 잘 어울리는
그런 옷이 '괜찮은 옷'인 듯 합니다.
제게 그런 옷이 하나 있어요. spa브랜드에서 몇 년 전에 산 마 원피스로, 단색의 체크 무늬이고 색상은 어두운 편이고
모양도 딱 떨어지는 옷은 아니에요(끈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그런데 이 옷을 입으면 저의 장점이 살짝 배어나와요. 심지어 제가 하는 어떤 머리 모양에도 잘 어울려요.
게다가 이 옷을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은근히 좋아해 줍니다(?). 심지어 몇 년 전 함께 일했던, 냉철한 편이어서 쓸데없는 말은 잘 하지 않던 여자 직원이
(저보다 연하였어요) "이런 말 외람되지만 오늘 귀여우시네요" 라는 칭찬을 해줄 정도였어요.
그 이후 이 옷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 옷보다 몇 배는 더 비싼, 야무진 맵시의 옷이나 광택감 있는 옷보다도
이 마 원피스를 입을 때 제가 참 저답고, 어디 나가서도 웬지 자신감이 생겨요.
그런데 문제는 이 옷을 구입할 때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어요. 이 옷을 살 때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줄 모르고 그냥 산 거거든요.
그에 비해 저는 옷을 살 때 계획적으로(철이 바뀔 때 미리, 필요했던 옷의 종류와 색감 등에 대해 생각해 두고 그 안에서만 사려는 편입니다) 사는 편이라
그렇게 옷과의 우연한 만남(?)이 잘 생기지 않고, 계획적으로 산 옷은 딱 그 역할만 할 뿐 그 이상의 ('괜찮은 옷'과 같은)역할을 하지는 않더라구요...
언제 또 이런 옷을 만나게 될까요. 여러분도 이런 옷을 가지고 계신가요?
2. 제가 온전히 저 혼자서만 제 옷을 고르는 게 일상화된 건 30대부터인데요
(그전엔 쇼핑에 가족등 가까운 사람들이 동행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어요)
요 몇 년 간은 몰랐던 사실이 있어요.(이제야 그걸 알았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네요)
옷을 한 벌 사 입은 지 3년 정도 지나면(특히 요즘처럼 spa브랜드를 많이 이용할 때에는) 후줄근해지고 어딘가 모양도 옛스럽고(?)
옷의 질도 떨어지니 비슷한 종류의 옷을 새로 구입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저는 한 번 사면 10년은 입는 줄 알았거든요. (사실 거의 모든 옷을 살 때마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만큼 오래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번의 옷과 같은 시기 구입한 단색의 또다른 마 셔츠원피스가 있는데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몇 년째 계속 입었었지만, 어느 날 어머니가 그 셔츠원피스를 보시더니
'몇 년 입더니 벌써 린넨 빛도 바래고 (옷감도)닳았네, 버려야겠다' 하시는데
속으로 놀랐어요. 아니, 구멍도 안 나고 안 맞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옷을 요모조모 살펴보니 정말 바랜 티가, 오래된 느낌이 확 나더라고요...(마 소재 옷감이라 더 그렇겠지만)
그래서 요즘은 가까운 곳에 나갈때만 입고 있습니다.
여성회원 많은 모 게시판에서 (특히 여름옷의 경우) 3번만 빨아도 그 옷은 후줄근해지니 외출용으로 입기 어렵다,
(이건 제 경우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spa브랜드에서 산 옷은 1년만 입고 버린다는 생각으로 산다, 이런 말들을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필요와 욕구, 경제성 정도만 고려해서 사 왔던 저의 '의류 생활' 에 약간 충격이 왔어요.
그리고 저런 법칙(!)을 적용할 경우, 1번의 '괜찮은 옷' 도 괜찮은 옷이 아닌지도 모르지요(벌써 수십 번은 빨았을 테니...다행히 2번의 셔츠원피스에 비해
변형이 적어요 신기하게도)
옷을 사는 것은 상황이 받쳐 주면 참 즐겁지만, 약간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하네요...
2018.08.28 14:37
2018.08.28 14:52
저는 전에 같은 모양의 옷 깔별로 갖춰 두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깔별로 갖춰놨어야 했어!' 후회하는 옷들이 생겨요 ^^; 어떤 옷이 비교적 내게 맞고 편하면서 손이 잘 가는 지를 알게 된 후부터 그 옷이 마모되는 게 너무 아쉽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깔별로, 여러 벌 갖추고 싶을 만큼 잘 맞는 옷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으면 좋겠네요.
2018.08.28 14:47
저는 유니클로 자주 갑니다. 유니클로에서 빅사이즈 의류를 취급하고 나서부터 질 안 좋고 더 비싸기만 한 큰 옷집을 갈 이유가 없어졌거든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옷도 가끔 나와요. 디자인에도 신경쓰고 있는 회사라 좋아합니다.
2018.08.28 14:54
고백하자면 윗글에 쓴 옷들은 유니클로 옆집 같은(ㅎ) 스파 브랜드에서 산 옷들이었어요. 그 전에는 그 브랜드만 자주 가고 유니클로에는 한동안 잘 가지 않았었는데, 요즘 유니클로에 가 보니 괜찮은 아이템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에어리즘도 여름에 잘 입었고요.
2018.08.28 14:53
2018.08.28 14:56
튼튼한 바느질 말씀이 나와서 말인데 저는 그냥 보세 옷들(특히 아이옷들은 더더욱요) 중에서 밑단 처리가 허술하게 된 옷들은 사기가 싫더군요.
아무리 멋내려고 일부러 그렇게 한 옷이라도요.
요즘은 옷을 고를 때 일단 혼자 고르고 사는 편이지만, 혹시 두세 벌 두고 헷갈릴 때에는 사진 찍어서 여동생에게 조언 받기도 해요 ㅎㅎ 자매끼리
스타일이 달라서 옷을 같이 공유하기는 어렵지만, 뭐랄까 옷을 볼 때 시각의 균형을 맞추는 데엔 도움이 되더라고요.
2018.08.28 23:37
괜찮은 옷 있습니다! 스파 브랜드 옷인데도 저에게 잘 어울리고 어디에나 무난한 옷이 있더라고요. 스파 브랜드도 유행에 따라 계속 옷 디자인이 계속 변하는데 제 체형에 맞는 디자인이 나왔을때 깔별로 사서 갖춰두기도 합니다. 스파 브랜드가 나오기 전에는 눈으로만 보고 저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랐는데, 스파 브랜드 핏팅 룸에서 여러 옷을 입어보고 고르니까 저에게 어울리는 옷을 더 정확하게 고를 수가 있더라고요. 청바지의 경우 제가 스키니진을 아주 싫어하는데 몇해전 스키니 유행이 막 시작되었을 때 산 부츠컷 청바지 여러벌을 아직도 입고 있거든요. 이 청바지들이 다 떨어지기 전에 부츠컷 유행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