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괜찮은 옷, 옷 이야기

2018.08.28 13:09

구름진 하늘 조회 수:1614

0.

원래 듀게에 자주 와서 글을 읽고 가지만 요근래 로그인은 한 번도 하지 않고(못하는 것에 더 가까웠어요)

글을 쓰지도 못했는데

한 번 터지니까 시답잖은 이야기라도 자꾸 쓰게 되네요 하하.



1. '괜찮은 옷' 이 있으신가요?

괜찮은 옷, 하면 근사한 장소에 입고 갈 만한 번드레한 옷이나,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비싸 보이고 좋은 옷, 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옷은 이런 것이에요.

별로 비싸게 주고 사지도 않았고(살 때 너무 어려운-내가 주체가 되어 옷을 산 게 아니라 옷에 눌려 옷을 산 느낌? 그렇지 않았고)

심지어 처음에 그렇게 나와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고 샀는데

어디서나 입기 좋고(가볍게 격식 차린(?) 만남에서부터 일상의 외출, 머리 손질 안 된 집 앞 외출까지 어쩐지 모두 소화할 수 있어요)

나와 미묘하게 참 잘 어울리는

그런 옷이 '괜찮은 옷'인 듯 합니다.


제게 그런 옷이 하나 있어요. spa브랜드에서 몇 년 전에 산 마 원피스로, 단색의 체크 무늬이고 색상은 어두운 편이고

모양도 딱 떨어지는 옷은 아니에요(끈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그런데 이 옷을 입으면 저의 장점이 살짝 배어나와요. 심지어 제가 하는 어떤 머리 모양에도 잘 어울려요.

게다가 이 옷을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은근히 좋아해 줍니다(?). 심지어 몇 년 전 함께 일했던, 냉철한 편이어서 쓸데없는 말은 잘 하지 않던 여자 직원이

(저보다 연하였어요) "이런 말 외람되지만 오늘 귀여우시네요" 라는 칭찬을 해줄 정도였어요.

그 이후 이 옷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 옷보다 몇 배는 더 비싼, 야무진 맵시의 옷이나 광택감 있는 옷보다도

이 마 원피스를 입을 때 제가 참 저답고, 어디 나가서도 웬지 자신감이 생겨요. 

그런데 문제는 이 옷을 구입할 때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어요. 이 옷을 살 때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줄 모르고 그냥 산 거거든요.

그에 비해 저는 옷을 살 때 계획적으로(철이 바뀔 때 미리, 필요했던 옷의 종류와 색감 등에 대해 생각해 두고  그 안에서만 사려는 편입니다) 사는 편이라

그렇게 옷과의 우연한 만남(?)이 잘 생기지 않고, 계획적으로 산 옷은 딱 그 역할만  할 뿐 그 이상의 ('괜찮은 옷'과 같은)역할을 하지는 않더라구요...


언제 또 이런 옷을 만나게 될까요. 여러분도 이런 옷을 가지고 계신가요?



2. 제가 온전히 저 혼자서만 제 옷을 고르는 게 일상화된 건 30대부터인데요

(그전엔 쇼핑에 가족등 가까운 사람들이 동행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어요)

요 몇 년 간은 몰랐던 사실이 있어요.(이제야 그걸 알았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네요)

옷을 한 벌 사 입은 지 3년 정도 지나면(특히 요즘처럼 spa브랜드를 많이 이용할 때에는) 후줄근해지고 어딘가 모양도 옛스럽고(?)

옷의 질도 떨어지니 비슷한 종류의 옷을 새로 구입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저는 한 번 사면 10년은 입는 줄 알았거든요. (사실 거의 모든 옷을 살 때마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만큼 오래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번의 옷과 같은 시기 구입한 단색의 또다른 마 셔츠원피스가 있는데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몇 년째 계속 입었었지만, 어느 날 어머니가 그 셔츠원피스를 보시더니

'몇 년 입더니 벌써 린넨 빛도 바래고 (옷감도)닳았네, 버려야겠다' 하시는데

속으로 놀랐어요. 아니, 구멍도 안 나고 안 맞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옷을 요모조모 살펴보니 정말 바랜 티가, 오래된 느낌이 확 나더라고요...(마 소재 옷감이라 더 그렇겠지만)

그래서 요즘은 가까운 곳에 나갈때만 입고 있습니다.


여성회원 많은 모 게시판에서 (특히 여름옷의 경우) 3번만 빨아도 그 옷은 후줄근해지니 외출용으로 입기 어렵다,

(이건 제 경우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spa브랜드에서 산 옷은 1년만 입고 버린다는 생각으로 산다, 이런 말들을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필요와 욕구, 경제성 정도만 고려해서 사 왔던 저의 '의류 생활' 에 약간 충격이 왔어요.

그리고 저런 법칙(!)을 적용할 경우, 1번의 '괜찮은 옷' 도 괜찮은 옷이 아닌지도 모르지요(벌써 수십 번은 빨았을 테니...다행히 2번의 셔츠원피스에 비해

변형이 적어요 신기하게도)

옷을 사는 것은 상황이 받쳐 주면 참 즐겁지만, 약간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0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6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11
123362 술 마시는 꿈 [1] catgotmy 2023.06.05 142
123361 Sade Diamond Life (1984) [4] catgotmy 2023.06.05 114
123360 [만화책바낭] 타카하시 루미코의 '마오' 1~14권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3.06.05 524
123359 프레임드 #450 [4] Lunagazer 2023.06.04 106
123358 이 티 입고 다니면 쳐다볼까요 [6] 가끔영화 2023.06.04 618
123357 외롭지는 않고 한가합니다 [2] 가끔영화 2023.06.04 267
123356 레트로튠-세월이 지나 같은 곡 같은 다른 곡 [3] theforce 2023.06.03 222
123355 프레임드 #449 [4] Lunagazer 2023.06.03 110
123354 [영화바낭] 정말로 스포일러 없는 '스크림6' 간단 잡담 [12] 로이배티 2023.06.03 462
123353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Back to Basics (2006) [1] catgotmy 2023.06.03 186
123352 [애플티비] 아주 건전한 미국맛 코믹 드라마, '운명을 읽는 기계' 시즌 1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6.02 724
123351 주말에 읽을 책들 [2] thoma 2023.06.02 325
123350 프레임드 #448 [4] Lunagazer 2023.06.02 110
123349 외모를 버린 레알 마드리드에 미남이 오려나요 [20] daviddain 2023.06.02 708
123348 그리즈만이 7월에 한국 오네요+이강인 [9] daviddain 2023.06.02 245
123347 아리아나 그란데 K Bye for Now (SWT Live) (2019) [1] catgotmy 2023.06.02 175
123346 나의 업무해방일지, 요즘 들은 아이돌 노래(걸그룹, 보이그룹 조금) 외 신곡 1 [2] 예상수 2023.06.02 298
123345 콘크리트 유토피아 예고편, 지난 번에 까먹은 듄: 파트 2 예고편 [3] 예상수 2023.06.02 334
123344 [웨이브바낭] 상남자 길반장님을 봅시다. '리브 앤 다이'(늑대의 거리) 잡담 [6] 로이배티 2023.06.01 400
123343 프레임드 #447 [2] Lunagazer 2023.06.01 1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