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예카테리나

2018.11.22 07:00

겨자 조회 수:624

로시아 1 채널 (러시아 방송국)에서 2014년에 만든 티비 시리즈 '예카테리나 (Екатерина)' 를 보았습니다.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가 일개 독일의 공녀에서 러시아의 여제로 변모하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것입니다. 1부는 남편을 제거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고 제위에 오르는 데에서 끝납니다.  


퀴리부인의 둘째 딸 이브 퀴리가 쓴 퀴리부인 자서전에서, 이 예카테리나의 연인이 잠깐 등장합니다.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포니아토프스키에 대해서 말해보아라, 라고 어린 마리아 스콜로도프스카의 선생님은 주문합니다. 그러자 마리아 스콜로도프스카는 단호하게 '그러나 불행히도 용기가 없는 분이셨습니다'라고 결론짓죠. 이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가 바로 예카테리나의 연인 중 한 명입니다. 


드라마 보면서 예카테리나 역할을 맡은 마리나 알렉산드로바가 누구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로 소치 올림픽에서 여자 피겨 금메달을 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를 닮았습니다. 물론 마리나 알렉산드로바는 배우이니 만큼 이 사람이 더 예쁘지만요. 그리고 표트르 3세 역할을 맡은 알렉산드르 얏센코가 누구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닮았습니다. 사람 이름을 부를 때 미들네임을 종종 붙여 말하는 게 특이합니다. '표트르 표도로비치. 나를 이모라고 부르지 마라'라는 식이예요. 한국 드라마 보다가 한국어 배운다더니, 러시아 드라마 보다가 러시아어에 빠지게 생겼습니다. 영어랑 많이 비슷해요. 


이 드라마는 러시아의 '장희빈'같은 소재겠더군요. 미국에서도 한 번 만들고, 영국에서도 만들고, 러시아에서도 한 번 만들고. 외국에서 온, 러시아 말 조차 잘 못하던 조그만 소녀가 조금씩 조금씩 힘을 얻어가고 자신의 판단능력과 미모, 운을 이용해서 권력을 획득해가는 이야기.언더독이 스타가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러시아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겨울 풍경, 러시아 미남 미녀, 보석과 장신구 보여주기도 적절하겠더군요. 특히 상트페테스부르그의 겨울 궁전을 네바 강 쪽에서 보여주는 샷을 많이 쓰네요 (PD가 겨울궁전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선덕여왕' 드라마 할 때, 또 '모래시계' 드라마 나오고 나서, 드라마를 프로파겐다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걸 이제 다들 인식한 것 같네요. 개인의 인기를 높여주는 도구로 쓸 수도 있고, 전체주의나 국가주의를 홍보하는 도구로도 쓸 수 있겠더군요. 예전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나갔으며 앞으로도 확장해야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용도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겠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예카테리나 치세 때에 러시아의 국력은 강해졌지만 농노들의 삶은 더 나빠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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