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해의 시작은 밝고 희망찬 영화와 함께 해야죠. 그래서 '유전'을 보았습니다.

정말 힘 있는, 뭔가 압도되는 느낌의 영화를 오랜만에 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호러 영화로서도 훌륭하지만 그냥 영화 자체로서 넘나 좋았네요.

시작부터 끝까지 집요할 정도로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폐소공포증 유발형 미장센이라든가.

배우들의 미친 듯한 연기라든가. (토니 콜레트는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들더군요. 오랜만에 가브리엘 번도 반가웠구요)

고전 호러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느낌이면서 또 개성 살려서 잘 짜여진 이야기라든가.... 암튼 뭐 흠 잡을 데를 찾기 힘든 즐거운 두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 건 고전 호러 영화 팬들일 것 같지만 누가 봐도 좋게 볼만큼 잘 만든 영화이니 호러 기피자가 아닌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
작년엔 육아 휴직을 했었습니다. 1년은 아니고 반년만요. 반년만 했던 이유는 당연히 돈이 없어서. ㅋㅋ

먹고사니즘에 치명타가 오지 않을 정도의 형편은 된다... 싶은 모든 분들에게 또 강력 추천해드려요. 직장 생활 십여년을 챗바퀴 돌면서 뭔가 종합적으로 기력이 소진되고 의욕도 사라지고 만사가 귀찮은 상태가 수년간 유지되고 있었는데, 반년이라도 거기에서 벗어난 시간을 보내는 게 생각보다 되게 큰 도움이 되네요. 어차피 '육아' 휴직이었으니 그냥 막 쉰 건 아니었지만 앞에서 말 했듯이 걍 무한 반복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본다는 것. 그게 참 소중한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더불어 방학도 없이 월화수목금 생활을 수십년씩 해 온 모든 직장인 분들, 존경합니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

나중에 또 해 보고도 싶지만 안 됩니다. 이제 돈이 없거든요. 이젠 지치든 질리든 아예 밀려나는 그 순간까지 악착같이... (쿨럭;)


3.
지금 종편에서 신재민인가 뭔가를 마구 추켜 올리고 있는데 칭찬의 포인트가 뭐냐면 '이전과 다르게 밝고 당당하며 여유있는 내부 고발자' 라는 겁니다.

예전 고발자들이 왜 어둡고 겁에 질렸으며 여유가 없었는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참 가증스럽기가... ㅋㅋㅋ

요즘 이어지는 폭로들의 진위 여부 같은 거야 제가 판단할 능력 밖의 일이니 넘어가고. 무슨 거물급도 아닌 공무원들이 줄줄이 정부 본체에 대해 위풍당당하게 저러는 걸 보니 그 양반들도 이번 정권의 민주의식(?)은 믿고 있나 보다... 라는 뻘생각이 듭니다. ㅋㅋ


4.
새해입니다.
그렇습니다. 나이를 또 먹었죠.
이 게시판에 처음 찾아온게 20대 중반의 일이었는데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바야흐로 20주년이겠네요. 허허...;

직장 특성상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바뀌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데. 뭔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사람들이 오히려 더 폐쇄적이 되고 고집이 세 지면서 성격이 안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나라고 예외일 리가 없다는 거. 나만 모르는 거지 남들은 다 날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뭐 그런 생각이요.

이제 그리 멀지도 않은 노년이 찾아왔을 때 남들 보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늙은이가 되기 위해 한 해 또 애써봐야겠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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