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3 10:28
원래는 민음사에서 나온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2,3>을 읽을 예정이었는데 1권을 읽다가 김연경 번역가에 대한 신뢰가 약간 흔들려서
범우사에서 나온 김학수 번역의 <카라마조프의 형제 상중하>로 바꿔서 읽고 있어요.
원래 김학수 번역본으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제가 가는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없어서 그냥 민음사 번역본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범우사 책의 제목에는 '가'와 '들'이 빠져 있어서 검색 시스템이 못 찾았나 봅니다.
김연경 번역의 <지하로부터의 수기>, <죄와 벌>, <악령>을 다 괜찮게 읽어서 별 고민 없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읽으려고 했는데
민음사 번역본 1권의 127~139쪽을 읽으며 이 번역가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번역했는가 약간 의심이 생기더군요.
번역본을 읽다보면 번역가가 텍스트를 완전히 장악하고 소화해서 번역한 느낌의 글이 있고 내용을 옮기기에 급급한 느낌의 글이 있는데
이 부분의 번역은 저에게 약간의 불안감을 안겨 주었어요. (앞으로 16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을 더 읽어야 되는데...)
그래서 급하게 다른 번역본을 알아보니 2018년에 문학동네에서 김희숙 번역으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2,3>이 나왔더군요.
그런데 저희 집 근처 도서관 서너 곳 중에서 비치된 곳이 한 곳밖에 없고 그것도 대출 중이어서 다른 번역본에 대해 알아보다가
김학수 번역본의 제목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다행히 도서관에 있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 번역본에서 해당 부분은 100~109쪽에 나오는데 번역가가 명확하게 이해하고 번역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민음사 번역을 읽으면서는 뭔 소리여 했던 부분이 범우사 번역을 읽으면서는 쉽게 이해가 되네요.
물론 내용의 이해도는 독자의 수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이 좀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얘기해도
이미 아는 게 많은 독자는 무슨 말인지 나름대로 해석해서 잘 알아들을 수 있죠.) 원문에 충실하려고 애쓴 번역을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 저의 독서 수준에는 김학수 번역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물론 한참 남은 뒷부분까지 김학수 번역이 김연경 번역보다 나은지는 모르겠지만요.
그 와중에 그저께 저희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새로운 도서관이 개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거기서 민음사의 번역본 1,2,3권을
새 책으로 다시 빌려왔어요. (원래 빌렸던 책은 어제까지 반납해야 돼서...)
김학수 번역본으로 읽다가 이해 안 가는 부분이 나오면 김연경 번역본에서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어제까지가 반납일이어서 급하게 1권을 다 읽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새로운 번역본을 구하고 시간이 생기니 마음이 느긋해져서
1권 200페이지까지 읽은 상황입니다. (범우사 1권은 총 461쪽이니 이제 겨우 절반... orz)
그런데 범우사 책이 민음사 책보다 가로폭이 좀 더 넓네요. 폭이 넓으니 책 두께가 얇아지고 책이 좀 더 잘 펼쳐지는 것 같아요.
폭이 좁은 책들만 읽을 때는 몰랐는데 폭이 넓은 책으로 읽으니 폭이 좁으면 쪽수가 많아지고 책이 두꺼워진다는 사실이 확연히 느껴지네요.
(민음사 1권은 593페이지) 그래서 읽기 시작할 때 이걸 언제 다 읽나 싶은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것 같아요.
100페이지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범우사 책은 이상하게 훨씬 얇아 보여서 만만하게 느껴져요. (읽는 시간은 결국 비슷한데 말이죠.)
혹시나 저와 함께 이 소설을 읽다가 초반에 좌절하신 분이 계실까 해서 다른 번역본도 참고하면서 읽어보시라고 몇 자 적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속담이 '시작이 반이다'예요. 막 시작했을 때가 언제나 제일 힘들고 시간과 노력도 아주 많이 들죠.
하지만 시작하면 일단 반은 된 거라는 조상님들의 이 지혜로운 말씀은 언제나 저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줘요. ^^
실제로 제 경험에 비춰봐도 시작이 반인 것 같고요. 시작하고 중간에 그만 둬도 안 시작한 것보다는 낫고
시작하고 계획보다 늦게 끝내도 안 끝낸 것보다는 훨씬 낫죠.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읽어서 1권을 끝내렵니다. ^^
2019.02.04 02:26
2019.02.04 06:26
2019.02.04 13:30
예전엔 소설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게 참 재미있어서 소설을 열심히 읽었는데
요즘엔 좋은 다큐멘터리나 비소설 인문학 서적을 통해서도 사람의 마음에 대한 탐구가 가능하니
소설을 점점 안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비소설 책들 몇 권 읽는데 참 쉽게 잘 읽히는 걸 보고
책 중에서 고전소설 읽는 게 제일 시간이 많이 들고 힘도 많이 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그래도 가끔씩 훌륭한 고전 한 권에서 웬만한 책 100권이 주지 못하는 통찰을 발견하게 될 때는
고전을 읽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게 결국엔 더 대박이 터지는 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요. ^^
오늘도 <카라마조프의 형제>에서 니체가 보증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을
다시 한 번 맛보게 되길 바랍니다. ^^
2019.02.05 19:31
누멘 출판사의 박형규 역이 평이 좀 좋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꽤 현대적인 언어와 간략한 문장구조를 쓴것 같고 헷갈리는 대명사 남용도 적은것 같더군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책 자간 편집이나 재질이 아주 구식이라고 하네요. 커버도 궁서체네요. 일반 서점에선 구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2019.02.06 01:29
알려주신 박형규 번역의 책 제목은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네요. ^^
상, 하로 나온 것도 있고 한 권(756쪽)으로 나온 것도 있는데 페이지수는 좀 적지만 완역본인가 봐요.
인터넷 서점에서는 품절인데 다행히 상호대차 가능한 도서관에 있어서 신청해 놓았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휴... 1권 다 읽었어요. ^^ 1권 거의 마지막에 있는 <대심문관>편은 민음사 번역으로 한 번 더 읽어봐야겠어요.
1권 초반의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성격 묘사가 흥미진진했어요. 옛날에는 이반이나 알료샤에 집중해서 읽었는데
이번에 읽을 때는 이 소설에 나오는 비열한 인간 3인방, 표도르 파블로비치, 드미트리, 스메르쟈코프에 대한 묘사에
눈길이 가네요. 도스토예프스키는 스스로를 비열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무한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