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옷을 교환하러 갔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셔츠인데, 제 생각보다 크더군요. 해당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들이 좀 타이트한 편이기도 하고 슬림핏 제품이라서 좀 크게 주문을 했는데 너무 펄럭거리는 느낌이... 남자 셔츠는 함부로 오버핏을 입으면 순식간에 넝마효과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한 치수 작은 옷을 입어보려 기어이 매장에 갔죠.
사장님이 여자셨는데 너무 친절하셨습니다. 한 치수 작은 옷이 잘 맞다고 봐주시고 또 제가 찾는 제품이 매진인데 이래저래 알아봐주시더군요. 얼마나 대화할게 있겠냐만은 그래도 짤막한 이야기가 잘 통한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백화점에서 근무했던 저희 친척누나들도 괜히 생각이 났구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고자 하는 저와, 팔고자 하는 사장님의 니즈가 맞으니 참으로 화기애애한 관계가 만들어지는구나 하구요. 제가 뭘 사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사려던 건 기어이 사야한다는 의지를 불태워서 쇼핑할 때 종종 저와 판매자 사이에 뜨거운 동업자 정신이 발휘되곤 합니다.
반드시 살게!
반드시 팔게!
(강백호와 서태웅 하이파이브 짤)
역으로 묻게 됩니다. 금전거래가 아닌, 지인, 동료, 친구 사이에서 얼마나 돈독하고 예의바르게 우애를 교환할 수 있는지요. 저는 제 주변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인간인지 좀 돌이켜보게 됩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친절이야 당연하다지만 저는 좀 당연하지 않은 사이에서도 조금 더 다정하고 탄력적인 교환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게 되요.
뭐, 고민해야 답이 있겠습니까. 그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몸가짐을 조심히 하는 것뿐이겠죠? 돌이켜보면 제 베프도 그런 식의 조심이 서로 너무 몸에 익어서 그렇게 가까워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비스업정신말고는 따로 나오는 답이 없다는 게 좀 웃프지만 그게 모든 관계의 보편적 진리이기도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