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부유감, 질량)

2019.05.09 12:27

안유미 조회 수:540


 1.몸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아요. 휴대폰도 오래 쓰면 같은 시간에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 것처럼요. 전에는 아무리 졸려도 글을 하나 쓰고 자자고 마음먹으면 하나쯤 쓰고 잘 정도의 예비 전력이 늘 있었는데 요즘은 배터리가 3~5%가 되면 갑자기 팍 꺼지는 휴대폰처럼 그냥 잠들어버리죠. '졸린 상태'가 와버리면 그곳이 피트니스든 밖이든 쓰러지듯 자버려요.


 그래서 요즘은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가 자버리고 눌렀다가 자버리고를 계속 반복해야 했죠.



 2.일기는 하루의 시작쯤에 쓰거나 하루의 마무리즈음에 쓰는 법인데, 보통은 새벽에 쓰게 되거든요. 일기를 쓰는 걸로 일과를 마무리하고 자는 걸로요. 한데 돌아와서 일기를 쓰자...라고 마음먹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지난 몇 시간동안 뭔가 재미있는 사건이나 뉴스 같은 게 쌓여있는 거예요. 그걸 보고 있다 보면 결국 잠이 쏟아지게 되고 그때서야 일기를 쓰려고 해봤자 졸려서 못 쓰는 거죠.



 3.나를 좋게봐주는 사람들은 사실, 내 어깨 위에 짐을 올려놓는 사람들과도 같아요. '야아~만나보니까 은성님은 참 착한데.'라고 누군가 내게 말하는 순간, 그건 일종의 짐덩어리가 어깨 위에 올려놓아지는 거거든요.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내가 허상이더라도...그걸 연기해내야만 하니까요.


 하지만 사람에게 어느정도의 짐덩어리...무게감을 느끼게 만드는 짐덩어리는 좋기도 해요. 전에 이야기한 썰매개의 책임감과는 다른 식으로요.


 

 4.휴.



 5.왜냐면, 인간은 너무나 자유로우면 일종의 부유감을 느끼며 살게 되거든요. 어디에도 매여있지 않은 수준으로, 관계도 책임도 없는 삶을 살면 지면에 발을 디디는 것조차 힘들어질 정도로 가벼워지고 마니까요. 사회에 존재하는 중력에 이끌리지도 않을 정도로 가벼워지고 만 거니까요. 그건 절대 좋은 게 아니예요.


 전에 썼듯이 하루 24시간의 스케줄이 몽땅 내것이고, 하루 24시간을 몽땅 내가 만든 스케줄로 채워넣어야 한다면? 사실 그건 힘들거든요. 스케줄로 나의 시간을 채워넣는 게 아니라 그냥 멍하니 멈춰 버리게 돼요. 그야 하루의 대부분을 남이 만들어준 스케줄로 살아야 하는 것도 나쁘지만, 하루의 모든 시간을 내가 만든 스케줄로 살아야 하는 것도 끔찍하죠. 


 어느 정도...최소한 지면에 발은 디딜 수 있는 정도의 질량-사회적 질량-은 있어야 끔찍하지 않아요.



 6.나중에 써보겠지만, 사실 일기에 묘사되는 나의 언행은 현실에는 없는 법이예요. 전에 썼듯이 실제로 만나면 '말을 너무 예쁘게 하니까 당황스러운데.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라거나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싸가지가 너무 있으셔서...'라는 말을 듣곤 해요. 일기에 묘사되는 전투력이 100이라면,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에겐 10~15정도로밖에 안 보일테니까요.


 '그러면 100의 전투력은 누구에게 발휘하는거지? 그냥 인터넷 컨셉질일뿐인가?'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예요.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에겐 10~15이지만 나의 돈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친절함따윈 없죠. 그런데, 나의 돈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100으로 대하지 않거든요. 150...250...500의 싸가지없음을 발휘하는 거죠.


 그러니까 일기에서 보여지는 정도의 말이나 행동은, 현실에는 없는 거죠. 일기에서 보여지는 100만큼으로 대하는 사람은 현실에 없으니까요. 아예 10으로 대하거나, 아예 전투력을 올려서 200으로 대하거나. 둘 중 하나예요.



 7.어쨌든 새벽이 아니라 오전에 일기를 쓰는 이유는 이거예요. 고속터미널-압구정로데오-삼성역-잠실역 순으로 빙 돌아볼 예정인데 인카운트될 분 있으면 밥이나 먹져. 아니면 빙수와 샴페인을 먹거나. 밖에서 pc모드로 가끔씩 쪽지를 체크해 볼께요.


 사실 이런 건 최소한 전전날쯤에 말해 놔야겠지만...늘 쓰듯이 그 날이 될때까진 그 날 뭘하고싶을지 나도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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