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구요.



 - 저번에 조금 보다 말고 소감 적었을 땐 스토리 소개는 스킵했었지만 이번엔... 적어보려 하니 그게 만만치가 않네요; 워낙 스토리가 복잡해서리.

 최대한 단순하게 소개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배경은 독일의 시골 마을 빈덴. 2019년이죠. 사실 드라마는 2017년에 시작됐으니 당시 기준으론 무려 미래(!!)를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였겠군요. 오오 SF!!! 이 빈덴이라는 곳은 사방팔방이 다 울창하고 어두침침한 숲이고 내세울만한 번화가 하나 없는 동네인데 동네 바로 옆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동네 꼬맹이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실종 사건이 벌어지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33년전에도 똑같은 사건이 있었다죠. '그때가 다시 반복된다!'는 걸 깨달은 동네 주민 1과 2, 3, 4, 5 등등이 이 미스테리를 파헤치고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으려 애를 쓰는 와중에 계속해서 건전한 21세기 상식인의 사고로는 도저히 납득 불가능한 일들이 와장창창 벌어지고...


 

 - 덧붙여서 주인공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주인공격인 캐릭터가 꽤 여럿인 드라마이지만 어쨌거나 원탑 주인공이 한 명 있긴 하거든요.

 이 녀석은 평범한 고딩입니다. 특별히 '인싸'도 아니고 '아싸'도 아닌 평범한 학생입니다. 나름 학교에서 잘 나가는 녀석들을 친구로 두고 있기도 하구요. 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 평범하게 잘 살면서 예쁜 동급생이랑 썸도 타고 행복하고 잘 살고 있던 와중에 갑작스레 아버지가 자살을 해버립니다. 그 충격으로 몇 달을 정신 병원에 다녀왔더니 자기랑 썸타던 여자애는 자기 절친이랑 사귀게 되어 버렸구요. 그 와중에 (주인공은 이 때까진 모르지만) 자기 엄마는 친구 아빠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고 뭐 개판이죠. 어쨌거나 쏟아지는 상실감을 애써 다독거리며 버텨 보려던 어느 날, 어찌저찌하다 친구들과 찾은 수상쩍은 동굴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정신줄을 놓고 도망치다가 자기가 챙기던 친구 동생(이자 엄마 불륜 상대의 막내 아들)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 후로 친구들이랑도, 좋아하던 여자애랑도 일이 다 꼬여버리고. 갑작스레 추락하는 본인 인생이 원망스러워 아버지가 생전에 작업실로 쓰던 다락방을 찾았다가 이상한 그림들과 동굴 지도, 그리고 동굴 탐험 아이템을 발견하죠. 혹시 이걸로 친구 동생이라도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장비를 챙겨들고 동굴을 헤매던 주인공이 도착한 곳은 쌩뚱맞게도 1986년, 33년 전의 빈덴이었습니다. 그리고...



 - 이런 식으로 인물별로 스토리를 몽땅 다 요약해야지만 큰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이 적게 잡아도 거의 열명 가까이 돼요. 정말 중요한 인물들로만 압축해도 최소 3명은 될 텐데 이야기가 좀 전개되고 나면 그 사람들이 과거, 현재, 미래 버전으로 배우를 바꿔가며 이 시간대와 저 시간대에 수시로 출몰하기 때문에 보는 내내 혼란스럽다가 나중엔 디테일은 포기하고 그냥 큰 그림만 간신히 힘겹게 따라가게 됩니다. 사실 제가 이걸 다 보긴 했지만 매 순간 순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며 이야기를 따라갔느냐... 를 생각해보면 뭐 그냥 허허 웃어버릴 수밖에 없네요. 단언컨데 '다크'는 제가 일생동안 본 드라마 중에 가장 복잡한 구성을 가진 드라마입니다. 이야기의 앞뒤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져 볼 생각조차 안 들어서 제가 맨날 흠잡기로 써먹던 '개연성' 타령은 이번 글에는 등장할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ㅋ


 이런 구성과 전개에는 나중에 설명할 장점도 있지만 일단은 단점이 먼저 만만치 않게 다가옵니다. 한 마디로 이야기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ㅋㅋ 인물 자체가 많은데 그게 시간대별로 x3이 되고, 시간대별로 배우가 다 달라서 얼굴 다 익혀야 하고, 또 그 인물들이 다 시간대별로 조금씩 다른 상황에서 다른 관계로 얽혀 있구요. 게다가 각각 다른 시간대의 사건 전개를 교차 편집으로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이 많아서 보다보면 머리에서 쥐가 납니다. 그렇다고해서 인물 관계도라도 웹에서 찾아보려고 하면 또 바로 스포일러가 작렬하고... Ah......



 - 내년에 나올 시즌3에서 완결될 이야기라는데 뭐 일단 시즌2까지의 소감을 정말 간단히 말하자면, 지옥을 그린 중세 유럽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의 드라마입니다.

 일단 미장센에 '유럽 영화스럽게' 회화적인 느낌이 강해요. 등장인물들의 생김새에서부터 건물들 모양새까지 별 거 없는 듯 싶으면서도 희한하게 독일 냄새를 풀풀 풍기구요. 그러면서 등장인물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양반들은 현대 드라마의 살아 있는 인물들이 아닌 고대 신화 내지는 고전 비극의 주인공들처럼 행동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얘들이 아무리 몸부림 쳐봐야 다 그것도 이미 정해진 운명대로일 뿐'이라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보니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대신에 혀를 끌끌 차며 고전 비극을 구경하는 식의 재미가 있어요. 그 와중에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장면들에 적절하게 잘 쓰인 음악들까지 깔려 주니 불만스러울 건 없습니다만, 요즘식 히트 드라마의 트렌드(긴박감 있는 빠른 전개, 적절하게 섞이는 유머와 재치 있는 대사들,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들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서 호불호가 격하게 갈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완성도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아요.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 시간 여행을 다룬 드라마이고 또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특이하게도 '과거로 돌아가서 이렇게 했더니 의도치 않게 저렇게 되어 버렸어!' 라는 식의 전개에서 느낄 수 있는 문제 해결의 재미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면 일단 과거로 돌아가서 어떤 행동을 해도 결국 '운명적으로' 다 쓸모가 없어져 버리거든요. ㅋㅋ 근데 이게 큰 단점은 아닌 게, 그런 식의 전개가 작품의 주제(?)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애시당초 '자신의 욕망에 휘둘려 운명에 맞서 보다가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며 좌절하는 인간들의 가련한 몸부림이 만들어내는 지옥도'를 보여주는 게 컨셉인 드라마니까요. 결과적으로 전달되는 그 지옥에 갇힌 느낌이 꽤 그럴싸하니 투덜거릴 필욘 없겠구요.


 또 시간 여행을 다룬 드라마이면서 그 중에서도 '과거, 현재, 미래는 순서대로 흐르는 게 아니라 동시에 존재하며 서로에게 끊임 없이 영향을 준다'는 설을 뼈대로 삼아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이런 가설 속에서의 세계를 되게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위에서도 말 했듯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과거의 존재가 미래에 나타나고 미래의 존재가 현재, 과거에 나타나고 이들이 계속해서 얽히고 섥히면서 이야기가 꼬이는데, 이런 아이디어 자체는 평범하지만 이런 장면들을 적당선을 한참 넘게 와장창창 쏟아내니 나중엔 시청자의 머릿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문자 그대로 무너져 버립니다. 도무지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는 작가들이 이뤄낸 쾌거랄까요. 덕택에 이야기의 선후관계를 정리해서 개연성을 따져 보려는 의욕까지 실종되어 버리니 작가들은 두배로 성공(...)



 - 일단 결론부터 내자면... 뭐 그렇습니다. SF적 설정을 깐 시간여행 스릴러의 틀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전 비극에 가까운 드라마에요. 헐리웃 영화와 드라마들의 문법이 전세계로 보편화 되고 있는 와중에 상당히 강한 예전 유럽 영화 갬성을 뿜어내는 드라마이기도 하구요. 머리 쓰고 추리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지옥 같은 분위기를 즐기는 거죠. 대충 이런 스타일이 취향에 맞는 분이라면 쉽게 만나기 힘든 명작 드라마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음... 일단 피하셔야겠죠. ㅋㅋㅋ


 유머 개뿔도 없구요. 꿈과 희망이란 건 아예 존재하지 않구요. 시작부터 끝까지 분위기는 '다크'하구요. 고어... 라고 할만한 건 거의 안 나오지만 미쿡쪽에선 금기인 어린이에 대한 폭력이 아주 살벌하게 나오는 장면이 하나 있다는 것도 참고해두시면 좋겠네요.




 - 이제부턴 여담인데. 정말 독일 사람들은 이 드라마 속 배우들처럼 그렇게 독일 사람처럼 생긴 걸까요. 정말 너무나도... 독일 사람들처럼 생겼더라구요;;



 - 배경이 되는 '빈덴'이라는 마을(은 아니고 사실은 도시)은 실제로 독일에 존재하는 지명이라고 합니다만 드라마를 거기에서 찍은 건 아니구요. 그림 형제가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을 정도로 크고 깊고 어두침침한 숲으로 둘러싸인 도시라고 하네요. 그리고 '빈덴'이라는 말에 뒤섞이고 꼬였다... 라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여러모로 노린 설정.



 - 남자 주인공 녀석이 눈에 익다 싶었더니 '레드 스패로우'에서 봤던 배우더라구요. 그 외의 다른 배우들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다들 근사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어떤 아역 캐릭터 하나는 보면서 듀나님 생각이 나더군요. 분명히 그 분이 좋아하실 캐릭터인데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던. ㅋㅋ



 - 한 회만 봐도 제목의 의미를 다 깨달은 기분이 드는 드라마이지만 시즌1 막판인지 시즌2 초반인지에서 또 추가적인 의미가 밝혀집니다. 나름 센스 있는 작명인 듯.



 - 극중에서 어떤 인물이 다른 사람에게 '33년 주기설 들어보셨심?' 이라면서 자신의 가설을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딴 게 정말로 있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그냥 음력과 양력의 차이 갖고 만들어낸 썰이었군요. 양력으로 33년이 흘러야 음력의 한 싸이클이 마무리된다는 거요.



 - 극중에서 등장하는 타임머신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참 말도 안 되는 물건이지만 말도 안 됨을 간지로 정면돌파하는 아이템이랄까요. ㅋㅋ 정말 유럽풍에 독일스런 느낌이기도 했구요. 어렸을 땐 아동용 SF 같은 데서 그런 물건들 참 자주 봤던 것 같은데 되게 오랜만에 보는 느낌.



 -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시종일관 가족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라는 걸 감안할 때 희한할 정도로 식사 장면이 안 나오는 드라마입니다. 독일 사람들은 집밥으로 뭘 먹나 궁금했는데(드라마를 거의 새벽에 보다 보니 늘 배가 고픕니다 ㅠㅜ) 주인공이 시리얼 먹는 장면 두 번에 또 주인공이 무슨 꿀꿀이죽 같은 음식 허겁지겁 퍼먹는 장면 한 번 나왔던 것 말곤 식사 장면이 아예 없었다는 기억.



 - 드라마 속 시간 배경 설정을 이렇게 현실 세계와 열심히 연결시키는 드라마가 또 있었나 싶습니다. 마지막 시즌이 내년이라니. ㅋㅋㅋㅋ



 - 시즌 1은 10화, 시즌 2는 8화이고 매 에피소드가 대략 50분 정도 되는데, 시즌 1에선 정말 중요한 부분들은 거의 설명이 안 돼요. 10화 내내 떡밥을 뿌려대다가 더 큰 떡밥을 내던지며 마무리한 후 시즌 2에서 대부분의 떡밥을 풀어주지만 의문만 풀릴 뿐 그때까지 던져진 문제 상황들 중 해결되는 건 또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시즌 3이 '해결편' 같은 성격이 될 예정인데, 시즌 2 마지막 장면에서 던져지는 새로운 설정을 보면 그래도 해피엔딩의 가능성이 보이긴 하네요. 사실 이런 이야기에서 '그 설정'이 왜 안 나오나 했죠. 영영 안 나오려나 했더니 문제 해결을 위한 마무리 카드로 아껴뒀던 모양입니다.



 - 시즌 2 막판의 어떤 장면에서 배경에 이 노래가 깔려서 반가웠네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들었던 유일하게 밝은 분위기의 음악이라. ㅋㅋㅋㅋㅋ

샌 주니페로에서도 그렇고 제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식으로 활용되는 게 좀 웃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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