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처음 봤을 때는 대놓고 관객 속으라고 속임수만 늘어놓는 것 같아서 뭐 이래? 싶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새삼 재미있군요.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의 풍경, 세련된 거 엿먹으라는 리얼한 연출, 무엇보다 별 스토리도 없는거 같은데도 흡입력이 있고. 다 보고 나면 매우 피곤하면서 뭔가 굉장한 걸 본 것 같은데, 가만 생각해보면 딱히 본 것도 없는 듯한 영화입니다. 좀비 코믹씬 같은 것도 나오고 귀신도 나오고, 악마도 나오고, 기상천외한 굿배틀도 나오고, 말도 안되는 것들이 한 줄에 꿰어져 기승전결을 제대로 이루는, 신묘한 연출 능력이 감탄스럽네요.


세월이 지나서 보니 지금은 대스타가 된 이정은 배우가 단역으로 등장하는 모습도 발견했습니다. 벼락 맞은 남자의 부인으로 나왔더라고요. 어떻게 벼락을 쳐맞느냐고! 맞을려고 쫓아 댕겨도 못 맞는 것을 으흐엉흐흫흑..

그래도 대중영화로 보기에는 꽤 어둡고 추상적인 작품 같은데, 700만명의 관객이 들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봉오동 전투. 극장에서 봤을 때는 연출이 다소 안일하고, 계속되는 전투씬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2회차로 보니 의외로 첫 번째보다 훨씬 재밌었습니다. 전략이 잘 이해가 안돼서 비슷한 전투씬이 반복되는 것으로 느껴졌는데, 두 번째 보니까 삼둔자마을의 양민 학살사건- 후안산 전투- 고려령 전투- 상촌- 봉오동 전투까지 차근차근 이어지는 순서가 비로소 보이더군요. 근데 저처럼 처음 볼 때는 잘 이해가 안됐는데 두 번째 보니까 좀 알겠다는 의견이 꽤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쉽게 이해되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 영화를 두 번 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요. 박희순 블러핑이나 독립 자금책의 경로까지 스토리에 끼워져서 좀 복잡스럽지 않았나 합니다.


반지의 제왕 촬영지에 버금가는 자연풍광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되네요. 국내에서만 촬영했다는데 저런 데가 다 있었나 싶은 곳이 많았어요. 수려한 능선과 협곡, 까마득한 절벽, 거기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다니는 배우들과 다양한 촬영 기법이 자연풍광을 더욱 살린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전투씬들도 여러 장면 있었는데, 드론으로 산을 훑으면서 양측의 상황을 원테이크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상당히 멋졌습니다. 류준열이 일본 저격수를 달고서 뛰어가고, 조우진이 엄호하는 삼각구도 추격씬도 지형을 이용한 재미있는 장면이었고요. 설국열차에서 기차가 커브 트는 구간을 이용해 서로 총싸움을 하는 장면이 연상됐어요.

일본군 배우들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대단했습니다. 유해진 배우는 힘주는 역할은 덜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은 약간 들었어요. 아무튼 가만 보면 잘 만든 부분도 많은데 왜 전체적으로는 2프로 아쉬운 영화로 보였을까요.. 당시 아시아 최고의 군대였을 일본군이 생각보다 무기력하기 그려지는 점도 긴장도가 떨어지는 요소 같습니다. 대장만 카리스마 있고 나머지는 좀비마냥 픽픽 쓰러짐..

 

곧 개봉할 미드웨이에 쿠니무라 준과 아사노 타다노부가 나오는 것 같네요. 예고편에는 안 나오던데 많은 헐리우드 영화의 동양인 캐릭터처럼 또 쥐똥만한 분량과 기능적인 쓰임에 그치는 캐릭터일는지.. 그리고 비슷한 내용으로 한국에서 만들면 또 '반일영화'라고 덮어놓고 깔 거 같은데 헐리우드에서 만들었으니 깔지 안 깔지도 약간 궁금하군요. 미국한테는 감히 '그들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역사'라고는 못할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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