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행 기차표를 끊었던건 순전히 서리님의 블로그 덕분이었습니다. 포스팅된 사진에 나오는 보기드문 머신들에 눈이멀었달까요. 고급생두로 볶은 커피들이 3천원에 팔리는 풍경은 콩밭커피로스터즈 이후의 컬처쇼크였습니다. 좋은 머신에서 좋은 커피가 나오는건 절대 아니라고 누누히 포스팅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좋은 생두를 가지고도 설익혀서 떫은맛이 흐르는 카페들도 많구요. 에잇. 그래도 밑져봐야 본전이지. 금쪽같은 휴일 저는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봄 햇살이 빛추는 대학가 옆, 커피바 잇 로스터즈는 미국의 어떤 카페를 연상케하는 모습으로 저를 반겨줬습니다.

 

Intelligentsia Coffee&Tea, Los Angeles, CA

 네. 이차저차 물어보니 직원분들이 쿨하게 인정하셨습니다. 대전의 인텔리젠시아,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입니다. (혹은 잇 로스터즈)

 

대학가 근처, 조용한 골목에 자리잡은 잇트 로스터즈입니다.

 

쾌적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는 2층까지 이어져있습니다.

 

메뉴판은 나중에 찍었는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이런 사진이 나왔습니다. 가격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에스프레소 메뉴는 3천 5백원, 드립메뉴는 4천 5백원. 베리에이션은 4천 5백원입니다.

카푸치노와 드립(예가체프)를 시킵니다. 예가체프를 시키자 직원분께서는 드물게 강배전됐으니 신맛을 좋아하시면 시다모를 내려주겠다고 합니다. 강배전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미련없이 예가체프를 달라고 합니다.

 

단맛이 풍부한 예가체프입니다. 향미는 강하지 않지만 바디감도 적절하고 목넘김도 부드럽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카푸치노입니다. 딸기 우유의 느낌이 강하네요. 식으면 흩어지는 맛들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우유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지만, 부산 커피투어때만큼은 아닙니다. 나쁘지 않네요. 온화한 한 잔입니다.

 

잇트 로스터즈에선 커머셜 생두를 취급합니다. 커머셜의 상위 등급인 하이커머셜과 프리미엄 생두까지도 쓰는지는 모르겠네요. 좋은 기계들에 반해 커머셜 생두를 쓰는 것을 의아해 하실수도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아지면서 커머셜 생두가 상대적으로 안좋은 커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스페셜티는 가격도 비싸고 맛도 심사기준에 따르느라 단편적인 경향이 존재합니다(물론 상위권의 생두들은 개성도 강합니다만). 이에 반해 커머셜 생두들은 공급가가 안정적이고 재배도 많이 되기 때문에 스페셜티에 비해 로스팅 포인트를 잡기도 편하고, 안정적인 맛을 오래 이끌어가기에 좋습니다. 아무리 여유로운 카페라 할지라도 파나마 게이샤로 여러가지 실험을 하진 않는것처럼 말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우는 샵들도 수익의 많은 부분은 커머셜에 의존하는것도 사실입니다. 프리미엄이나 하이커머셜 생두로 어느정도 공급가의 비중을 맞추기도 하구요.

스페셜티 커피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커피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 그늘도 있죠. 이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가게들을 둘러봅니다. 로버 자동과 수동 그라인더 디팅 듀얼 그라인더가 보입니다. 머신은 시네소 3그룹이네요. 다양한 종류의 템퍼들도 있고.

 

이 밖에도 잇트 로스터즈엔 번 트리펙타Bunn Trifecta, 클로버Clover등의 다양한 머신들이 있습니다. 덕분에 두 개의 정수기에서 물을 공급받죠. 에바퓨어입니다.

 

드립스테이션. 칼리타 포트와 유키와포트 그리고 동드리퍼가 보입니다. 에어로프레스로도 추출을 하는가봅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로스팅실로. 로스팅 머신은 페트로치니입니다. 2007년 모델이네요. 사장님이 계셨더라면 이 로스터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프로밧과 기센이 판치는 서울과 다른선택을 한 이유가 궁금하더군요. 다음 포스팅에 소개하겠습니다만 근처 카페인 톨드어스토리에서도 프로밧 번(프로밧과는 엄연히 다른 로스터입니다), 후지로얄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디드릭 샘플로스터도 보입니다.

 

네, Pro100 샘플로스터입니다. 요녀석을 쓰는 매장들이 종종보입니다. 커피플렌트에서 만드는줄 알았습니다만, 대만제이고 수입만 플렌트에서 한다고합니다.

 

졸라서 시작한 번 트리펙타 시연. 에어로프레스와 프렌치프레스의 결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직원분의 설명). 포터필터(?)에 반영구적 필터를 끼우고 분쇄한 커피를 담으면 준비완료.

 

인퓨징(차를 우리다라는 뜻이지요. 커피에서는 뜸을 들인다라고 해석하면 될것 같습니다)시간, 물 온도, 압력 등의 다양한 변수들을 입력합니다. 그리고 추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머신인것 같습니다. 탐이나네요.

 

시연하는 모습에 커피덕후인 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쪼로로로. 트리펙타에서 커피가 나오는건 처음 봤습니다.

 

필터의 모습도 살짝.

 

스타벅스에서 인수한 클로버 머신(클레버 아닙니다). 뉴욕의 카페 그럼피에서 만나고 처음입니다. 국내에서 클로버를 만나다니. 반갑네요. 가격은 왠만한 중고 에스프레소 머신 가격. 역시 시연을 부탁드립니다. 옆에 말코닉 그라인더가 수줍게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클로버는 원래 그라인더 일체형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처럼 한 잔의 커피를 뽑아내는 식의 브루잉을 염두하고 만든 머신입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그라인더가 제거됐고 완전 자동이 아닌 반자동(커피 찌꺼기를 수동으로 치워야 합니다)으로 만들어졌죠. 이미 몇 년전에 시에틀에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스타벅스가 인수해 유명세를 떨쳤죠.

 

온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추출시간도 조절 가능한걸로 알고있구요.

 

요렇게 되면 커피는 추출 완료. 찌꺼기는 염전에서 보는 밀대같은걸로 주욱 밀어냅니다.

 

리브레에서 보고 처음보는 고도. 쓰는거냐고 물어봤더니 지금은 안쓴다고 합니다. 새로 만드는 지점에 투입된다고 하는데 기대됩니다. 고도로 볶는 커피라!

 

제가 아는 소박한 정보로 고도를 설명하자면. 엄청 오래됐고, 무거운 주철로 만들어졌으며, 버너가 꽃 모양으로 생겼다는 점, 버너의 위치가 특이하다는 점 등이 있네요. 자세히는 모릅니다. 여튼 생긴게 멋있습니다. 진정한 빈티지 로스터죠.

 

네. 디스플레이용 원두입니다.

 

에그트론 색도계입니다. 에그트론 넘버가 있고 이를 통해 로스팅 정도를 판단할 수 있죠. 커피용 명도 판별기(?)정도로 보시면 될겁니다. 랩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머신들이 매장에 덩그러니 있습니다.

 

로스팅된 원두들.

 

사이폰 스테이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네. 과음했습니다. 카푸치노의 농도에 대해 얘기하다가 우유가 좀 덜 들어간 버전으로 다시 꿀꺽. 딸기우유(첫번째 카푸치노)에 딸기가 두 개 더 들어간 느낌이네요.

 

카페의 입구

 

넓고 쾌적한 매장입니다. 이런 매장은 직원들도 일하기 좋죠.

 

바리스타 복지와 관련해 할 말이 많은 요즘, 이것저것 유심히 바 안을 살펴봅니다.

 

식기세척기도 있고 스팀피처나 샷잔을 씻어주는 린스기가 인상적입니다. 초록색 고무매트는 오래 서있는 직원들을 위한 사장님의 작은 배려죠. 매장만큼이나 넓은 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선을 고려한 머신들의 배치도 좋았구요.

 

2층에도 넓고 쾌적한 자리들이 있습니다.

 

테라스에선 인****아가 생각나는 인테리어가.

 

노코멘트.

 

 

 

영업시간은 이렇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맛있는 커피 한 잔. 아니 여러잔을 마시고 톨드 어 스토리로.

대전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 가는길 - 대전 시내버스 101번을 타고 충남대앞에서 하차. 정문이 있는쪽으로 쭉 내려갑니다. 정물을 지나고, 보이는 다솔아파트를 지나 보이는 첫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조금만 올라가다보면 우측에 보이는 커피 바 잇트 로스터즈를 만날 수 있다. 지하철 이용시 대전 1호선 유성온천역 이용. 충남대 정문방향으로 직진. 다솔아파트 방향으로 가면 된다.
  • 대전광역시 유성구 궁동 413-3, 042-826-8852
  • 월요일-일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2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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