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질문, 선택)

2018.05.31 16:29

여은성 조회 수:690


 1.지겹네요. 어쩔 수 없죠. 워렌 버핏이 물어봤다죠. 세상이 당신을 최악의 사랑꾼으로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는 당신이 최고의 사랑꾼인 것...세상이 당신을 최고의 사랑꾼으로 여기고 있지만 실제론 당신이 최악의 사랑꾼인 것...어느 쪽을 선택할거냐고요. 


 그야 나의 선택은 늘 스스로가 최고의 사랑꾼인 거지만 이유는 옛날과 달라요. 옛날에는 평판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었죠. 이젠 평판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건 피하려면 피할 수 있지만 나 자신을 마주하는 건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인 거죠.



 2.이전에 페미니즘은 의심하지 않지만 페미니스트는 의심스럽다...라고 써서 그런지 사람들이 가끔 물어보곤 해요. 왜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냐고요. 하지만 아니예요! 페미니스트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콕 찝어서 정의하기엔 페미니스트의 폭은 너무 넓거든요. 페미니스트가 되는 데 12단계의 퀘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죠.


 이렇게 대답하면 다시 질문이 들어와요. 그럼 폭을 좁혀서, 몇몇 남자들에게 '진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불리워지는 페미니스트들은 어떠냐고요. 남자들의 사진을 찍어서 조리돌림하고 온갖 욕설을 해대는 그런 페미니스트들 말이죠. 하지만 글쎄요. 그들이 악당짓을 하는 건 맞지만...그들을 싫어해야 하나요? 



 3.솔직이 그들은 가엾거든요. 그들 대부분에겐 얼마간의 돈도 얼마간의 권력도 없죠. 인생에서 무기로 써먹을 만한 게 뭐 없단 말이예요. 인생에서 무기로 써먹을 게 없는 그들이 유일하게 발견한 무기. 그게 정체성인 거죠. 정체성을 무기화한 그들의 하루 일과는, 세상의 한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조롱으로 위장된 분노를 토해내고 대응논리를 개발해내는 거죠. 


 글쎄요. 여러 사람들을 보고 느낀 건데, 진짜로 이타적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인간들은 다른 인간에게 일어난 나쁜 일에 대해 오랫동안 분노하지 않아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누군가의 마음에 까닭 없는 분노가 자꾸 치밀어오른다면, 그건 자기자신의 처지에 관한 분노가 대부분이죠.


 내가 한가지 아는 건, 권력을 가지게 된 후론 타인에게 주로 품게 되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연민이거든요. 아무리 짜증나는 놈들도 한번씩 생각해 보면 가여운 구석이 있으니까요. 


 일기에서 늘 권력 타령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예요. 권력을 손에 넣어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못되게 굴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못되게 굴 필요가 없게 되기 위해서인 거라고 생각해요.


 

 4.휴.



 5.하기야, 누군가를 가엾게 여기려면 권력 말고도 한가지가 더 필요하긴 해요. 상상력이죠. 권력과 상상력...이 두개만 가지고 있으면 어지간한 일들은 화내지 않고 넘어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죠. 왜냐면 전에 일기에 썼듯이 연민이야말로 대부분의 감정보다 강하게 작용하거든요.



 6.게다가 여긴 한국이잖아요. 헬조선...두번째 기회라는 게 없는 곳이죠. 어쩌면 첫번째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고요. 이곳 헬조선에선 누군가가 처지 때문에 괴물이 되어버렸다면, 그 사람에게 반등의 여지는 적어요. 한번 괴물이 되었다면 죽을 때까지 괴물로 살아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죠. 괴물이 된 자기자신과 평생 같이 있어야 한다는 거...매우 끔찍한 일이잖아요? 


 괴물이 아닌 사람들은 괴물이 된 사람들을 안 보면 그만이지만, 괴물이 된 사람은 괴물이 된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가 없으니까요. 괴물을 안 보고 살 수가 없죠.



 7.극단적인 여성주의자들에 대해 말했으니 극단적인 남성주의자들에 대해서도 말해 보죠. 그 분파 중 하나인 mgtow를 예로 들자면-


 '극단적인 부류인 MGTOW들은 여성들의 본성이 골드 디거라며 인류 절반의 도덕성을 아예 부정하고, 가부장제가 여성들이 남성을 착취하여 꿀 빠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라네요. 그들은 여자들을 매우 싫어하나봐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왜냐면 골드 디거들은 여자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노인도. 골드 디거 짓거리를 하려는 놈들은 열라 많다고요.


 한데 문제는 아이 골드디거도, 남자 골드디거도, 노인 골드디거도 내게 전혀 쓸모가 없거든요. 하지만 여자 골드디거라면 최소한 내게 쓸모라도 있죠. 여자를 미워할 필요가 전혀 없단 말이죠. 왜냐면 똑같이 좋은 놈들이면 여자가 훨씬 낫고, 똑같이 나쁜 놈들이어도 여자가 개중에선 훨씬 나으니까요. 여자들에겐 아무 문제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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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엿같은 세상에 일어나야 할 혁명에 대해 써보고 싶었는데...쓰다 보니 이상한 방향으로 갔네요. 혁명에 대해선 다음에 써보죠.


 언제나 위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 타령을 하긴 하지만, 사실 그건 세상이 잘못되어서 그래요. 인간에게 상냥한 세상이라면 태어난 곳을 떠날 필요가 처음부터 없겠죠. 그러나 어쩔 수 없어요. 온 우주는 우리에게 잔혹하고 비우호적이니까요. 이 잔혹하고 비우호적인 환경이 우리를 괴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우주가 이긴 거죠. 우주에게 패배해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다리를 올라가야만 하죠.


 위에 썼듯이 그래요. 당신의 본바탕이 착한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못되게 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사다리를 올라가더라도...올라가다 보면 깨닫게 되겠죠. 누구에게도 못되게 굴 필요가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사다리를 올라가는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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