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9 16:35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인 <하나 그리고 둘>이 재개봉을 했습니다. 2000년 처음 개봉했을 때도 매진되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재개봉 씩이나 하다니 좀 어리둥절하긴 한데요. DVD로 소장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서 다시 극장서 봤습니다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좋을지 설명하기는 참 어려워요. 현대 대만 중산층 가정의 일원들의 일상이 결혼식으로 시작해서 장례식으로 끝나는 평탄한 내용인데 왜 이렇게 사람 맘을 끌까요?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대만이 한국과 비슷한 근대사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의 대체우주 같은 묘한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 부분도 많다고 보지만 역시 등장인물들이 공감하기 쉬워서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격인 아버지 NJ에서부터 귀염둥이 아들 양양까지 다 맘이 가지만 다시 봐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NJ의 IT벤처 회사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섭외한 일본 게임 개발자인 오타입니다. 일본 게임 개발자가 미국 유학생 출신 대만 엔지니어인 NJ를 만나 영어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영화 중간에 잠시 영어 히어링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여기서 오타 역은 일본 스탠드업 코메디언 출신이라는 잇세이 오가타가 맡았는데, 서툰 외국어로도 진심을 말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 사람은 거의 첫 장면부터 비둘기를 어깨에 앉히고 나타나 이 영화의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데요. 매일이 처음 만나는 새로움인데 새로움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설에서부터 시작해서 트럼프 카드 한 세트를 전부 외우는 기억력, 가라오케 바를 휘어잡는 친화력까지 있는 건 물론이고, 망해가는 NJ의 회사를 구할 구세주 역할과 이런 구세주 역을 한 사람을 기만해야 할 NJ의 사정까지 이해하는 사기 캐릭터입니다. 3대 대만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오타의 에피소드는 곁가지이기도 하지만, 난생 처음 보는 외국인과 만나서 남의 나라 말로 교류하면서도 진심을 나누는 순간을 잡아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가장 정곡을 찌르는 장면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2018.07.09 22:07
2018.07.09 23:00
저도 제목의 의미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따로 검색하지 않고 제 나름대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어요.
Yi는 한자 '한 일'자를 중국식 발음으로 읽은 것이고 'Yi Yi'는 '一一 '라는 원제목을 중국식으로 읽은 거죠.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오는 화면에 '一'이 나오는데 나란히 쓰지 않고 위아래로 겹쳐 보이더라고요.
'一一'이 아닌 '二'라는 모습으로요.
해서 '一一'은 '하나'인 동시에 '둘'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하나 그리고 둘(A One and a Two)'이라고 제목을 옮길 수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해요.
뭐, 순수한 가설이지만요.
2018.07.10 09:20
저도 inareservedway 님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2000년 미국 개봉 당시 보도자료에 있던 에드워드 양 감독 본인의 설명을 옮겨 보자면─
2018.07.09 22:49
몇 달전 재개봉한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을 보고서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나 그리고 둘>을 봤습니다.
둘 모두 영화관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임 개발자 오타 모습이 낯익어 누굴까, 생각하다가 <토니 타키타니>의 주인공이 떠올랐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인데 개인적으로 아끼는 영화입니다.
잇세이 오가타와 미야자와 리에 모두 1인 2역을 보여주는데 보면 볼수록 신비한 느낌이 들어요.
2018.07.09 23:14
ally 님의 열렬한 추천에 한 번 극장에 가서 볼까 하고 찾아봤는데 역시나 저희 집에서 대중교통 1시간 반경 내에는
재개봉관이 없군요. 다운로드 받아놓은 화일을 TV에 연결해서 조금이라도 큰 화면으로 집중해서 한 번 더 봐야겠어요.
전에 볼 때 컴퓨터로 켜놓고 딴짓하면서 대충 봐서 아무래도 이 영화의 진가를 몰라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Yi Yi 던데 이게 사람 이름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뜻인가 궁금해서 구글 번역에 넣어보니
영어 번역은 significance라네요. Yi 라고만 넣으면 영어 번역은 one이고요.
이 영화의 어떤 영어 제목은 'a one and a two'여서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영어인가 하고 저를 괴롭게 만드는군요.
제목이 난해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