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느날 친구가 한 사진을 보냈어요. 맥도날드의 '골든 키위 칠러'라는 음료란 걸 알아볼 수 있었죠. 친구는 '감동적인 맛이군. 꼭 먹어보게.'라는 코멘트를 날려왔어요. 


 사실 나도 골든키위칠러에 대한 극찬을 이미 인터넷에서 본 참이었어요. 그래서 먹으러 갔다가...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꿨었어요. 도저히 키위는 먹고 싶지 않아서 딸기바나나 칠러를 먹은 참이었죠. 맛은 별로 없었고요. 친구가 '내가 웬만하면 이런 이야기 안하는 건 알겠지.'라고 말해서 언젠가는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그 주의 주말쯤엔가 친구와 맥도날드를 먹으러 갔어요. 친구는 이상할 정도로 맥도날드를 좋아하죠. 정확히는, 미국 특유의 그 싸구려 맛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전 듀게글에 썼듯이 강남역 쉑쉑버거의 줄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쉑쉑버거를 먹으러 그는 뉴욕에 간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정말 쓰레기 같은 맛이군.'이라는 카톡을 날려왔어요. 그렇게 맛이 없냐고 묻자 '아니, 뉴욕 특유의 쓰레기같은 느낌을 너무 훌륭히 재현했어.'라는 대답이 날아왔었죠.



 2.맥도날드를 주문해놓고 카운터에서 대기중이었어요. 친구는 '정말 나는 인생을 허비했어.'라고 중얼거렸어요.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나 싶어 '어째서지?'라고 물었어요. 


 '빅맥 코인 말이야. 하나는 빅맥으로 바꿔먹고 하나는 소장했어야 했는데 게으름 피다가 그만 빅맥 코인을 놓쳐버렸지 뭔가.'


 '빅맥 코인이란게 그렇게 가치있는 물건이 될까? 빅맥 코인 이벤트같은 건 앞으로 얼마든지 열릴 거잖나. 빅맥 코인이 있으면 그냥 빅맥이랑 바꿔먹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라고 묻자 친구는 '이번 빅맥코인은 뛸 거야. 첫번째 빅맥코인이니까.'라고 말했어요.



 3.주문한 메뉴-래봤자 빅맥-이 나와서 2층으로 올라가 먹었어요. 친구는 골든키위칠러를 한 모금 먹고 '바로 이거야. 이걸 먹기 위해 나는 그동안 살아있었던 것 같군.'이라고 말했어요. '좋겠군. 나는 그럴 만한 걸 아직 못 찾았어.'라고 말해 줬어요. 친구는 말을 이었어요.


 '골든 키위 칠러의 유일한 단점은, 먹자마자 또 먹을 수 없다는 거야. 머리가 띵해서 말이지.'


 라고요. '그건 골든 키위 칠러의 단점이 아니라 모든 차가운 음료의 공통점 아닌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어요. 



 4.휴.



 5.친구는 최근 운동을 열심히 해서 팔이 아픈지 계속 팔이 불편하다는 얘기를 했어요. '아무래도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군. 아침에 회사에 말 좀 해두고 병원을 가야겠어.'라고요. 별 생각 없이 듣고 있다가 갑자기 너무 웃겨서 마구 웃었어요. 친구가 왜 그러냐는듯이 멀뚱히 쳐다봐서 설명해 줬어요.


 '이봐, 그렇게 말하면 마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 같이 들린다고. '회사에 말 좀 해두고'라니...애초에 그 회사는 너네 회사잖아!'


 그러자 친구는 어깨를 으쓱하고 '어떤 일에든 명분은 필요하니까.'라고 대답했어요. 확실히 생각이 다른 건가 싶었어요. 나는 어떤 일을 성공시키는 데에 유일하게 필요한 건 그곳에 작렬시킬 에너지뿐이라고 여기니까요. 그리고 어떤 일을 성공시키는 데 실패한다면, 그건 명분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에너지가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6.그래요...우리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성질과 방향성과는 관계없이, 일단 중요한 건 에너지의 총량이예요. 한데 전에 썼듯이 그래요. 상대가 어떤 주제를 꺼내서 대화를 시도하든 나는 그 얘기를 돈 얘기로 바꿔버린다...라는 지적을 받죠.


 한데 '바꿔버린다.'라는 지적은 잘못된 거예요. 애초에 처음부터 상대가 '돈과 바꿀 수 있는'걸 주제로 들고나오거든요. 나는 뻔히 다들 아는 사실을 두고 이리저리 꼬아말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돈과 바꿀 수 있는 것에 관한 얘기를 할 바엔 돈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해서 말이죠. 돈과 바꿀 수 없는 것...예를 들면 사랑 같은 이야기를 할 때는 나도 돈 얘기를 꺼낼 리가 없겠죠. 어쨌든 돈은 가장 폭넓은 교환가치이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대화 주제를 설정하면 주로 돈 얘기로 흐르게 된단 말이죠.


 어느날 친구가 말했어요. '어쨌든 돈이 최고라는 생각은 틀린 거야.'라고 말이죠. 어째서냐고 묻자 '돈이 최고라고 여기는 녀석들은 존경받으려면 결국 돈을 써야만 하거든. 부자 같은 건 나의 이상적인 골이 아닐세.'라고요. 그럼 무엇이 최고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어요.


 '아이돌이지. 내 꿈은 아이돌이 되는 거네. 사람들이 돈을 가져다 바치면서 사랑과 존경까지도 가져다 바치는 존재 말이야.'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어요. '그럼 결국 글을 써야만 하겠군. 뭔가...아이돌이 될 만한 이야기를 완성해야만 그렇게 될 수 있을테니까.'라고요.



 7.그리고 어느날 골든키위칠러를 먹어 봤어요. 개인적으로 키위는 싫어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괜찮은 맛이었어요. 인증샷과 함께 '나쁘지 않군.'이라고 톡을 보내자 곧바로 대답이 날아왔어요.


 '맥날의 기적을 먹고서도 그정도 평가밖에 안나오나.'라는 말이 날아와서 대답했어요. '맥날 치고는 기적이긴 한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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