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2 09:08
보고 난 인상은 후속편 떡밥 푸느라 영화를 망치던 2천년대 초반 삼부작 영화들의 폐해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15년전 이미 만들어 놓은 영화의 CG를 바꿔 내놓은게 아닐까하는 의심까지 듭니다.
언캐니밸리를 염려했던 알리타의 눈은 사실 금방 적응됩니다. 눈 큰 인간이라기보다는 극사실주의로 표현된 디즈니 캐릭터같아서 의외로 친근합니다.
초반 진행이 날림으로 휙휙 지나가고 강철도시에 대한 묘사가 디스토피아적이라기보다는 살만한 동네같은 느낌이지만 중반이후의 일그러짐을 생각하면 배부른 투정입니다.
알리타의 초반 기계몸은 상아를 깎아놓은듯 섬세하고 아름답고, 사춘기 소녀의 감성과 폭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캐릭터묘사는 영화의 유일한 미덕입니다.
원작의 1챕터 강철도시와 2챕터 모터볼을 적당히 믹스한 구성인데 붙힌 얼개가 너덜너덜합니다. 덕분에 휴고라는 캐릭터가 온갖 기능적인 역할을 하느라 철저히 망가집니다. 알리타의 사춘기적 구애의 대상에, 성안의 공주역에, 배신남의 역할 등등등 온갖 잡일을 하다 ‘두번’ 사망합니다. 마허살라 알리와 제니퍼 코넬리는 거의 벌칙에 가까운 역할을 맡아 재능을 낭비하고 조롱에 가까운 퇴장을 합니다. + 라나 콘도어도 인종적 다양성 차원에서 출연하고 끝끝내 대사 한줄 없을까 하는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알리타가 광전사 수트를 확득한 이후부터 텐션이 극히 떨어집니다. 가정용 수트에게도 두번이나 패배한 그레위시카와 자팡, 노바의 전화기 역할이나 하는 벡터가 상대라 보기 애처로울 지경입니다. 벡터는 노바와의 통화로 빡친 알리타가 전화기를 부셔버리는 느낌으로 사망하고 그레위시카는 ‘그래, 너도 있었지?’하는 식으로 일도양단됩니다.
결론이라면 그래도 유료시사회라고 제법 예쁜 키체인을 줘서 화가 풀립니다. 후속편은 나와도, 안나와도 마음이 아플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