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근처에 사는데, 팔각정 가는 길에 촛불 켜놓고 기도하는 무속인께 떡 하나 얻어 먹고 와 쓰는 그로테스크썰

때는 제가 서울이라는 곳이 아직 신기했던 대학 2학년의 일 입니다. 딱히 뭘 알고 그 학교에 입학한 것은 아니었지만 매점에서 우동을 씹고 있으면 강 건너 보이는 63빌딩의 크고 아름다운 자태에 괜히 마음이 므흣해지곤 했죠♥

지방 출신들은 뭐 그렇습니다. 처음 사대문 안에 입성을 하면 괜히 케이블카 타고 남산 타워도 가보고, 한강에서 유람선도 타보고. 서울 사람들은 여간해선 안 하는 짓들을 단기간 내에 해보기 마련입니다. 마치, 서울역에 내려 처음 올려다 본, 붉은 대우 빌딩에 압도되었던 자신의 촌티를 빨리 벗겨내기라도 하려는 듯.

웬만큼 볼 거 다 봤다고 생각했지만, 군대에 다녀 온 후 완전히 리셋이 되버린 저는 나머지 공부로 부족한 과목을 채우듯 그렇게나 한강 둔치를 쏘다녔습니다. 강북쪽은 좀 별로라 여의나루에서 자전거를 빌려 반포를 찍고 돌아오는 게 정해진 코스 였어요. 바써↗ 내↪완젼↗스울↗사라미↗야~아↘

강남쪽이라고 모두 여의도나 반포처럼 샤방한 것은 아니어서 갱스터 무비 하나쯤 찍어도 이상할 게 없는 음침한 구간도 있는데, 하루는 노량진에서 동작쪽으로 가는 구간에서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잘 달리던 자전거를 멈추고 뭔가에 홀린듯 강변으로 다가가 밑을 내려다 봅니다.

하필 날도 시컴시컴 해서 비도 올 것 같은, 딱 오늘처럼 음침한 날이었는데 시커먼 강물이 돌더미에 촤아 촤아 부딪히는 그 곳에선 돌 위마다 촛불이 잔뜩 올려져 있고, 지금 제 또래의 여자 한 분이 흰 소복 차림으로 강물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손을 모으고 있었어요.

순간 내가 봐서는 안 될 것을 봤구나 싶어 달아나려 했지만, N극이 S극에서 쉽게 멀어지지 못 하듯, 사나에게 홀려 입덕한 트와이스 팬들이 결국 미나에게 눈길을 주게 되듯, 저는 물에 옷이 젖어 몸에 착 달라붙은 그 젊은 무속인을 실례인 것을 알면서도 멍 하니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저를 올려다 보는 그녀의 눈빛. 사람이지만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눈으로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화들짝 놀란 저는 정신을 퍼득 차리게 되고, 죄송합니다 한 마디 제대로 못 한 채 서둘러 자전거를 들어 올렸습니다. 바로 그때...

"학생! 나 좀 봐 학생"

저 아래서 득음한 명창처럼 탁한 여자의 목소리가 저를 불러 세우는 겁니다. 어쩌지? 미모에 반하여 함부로 쳐다봤다고 큰 호통을 들으려나? 두근거리고 쫄리는 가슴으로 잔뜩 기가 죽어서 다시 길 아래를 내려 봤는데요. 그녀가 건낸 말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습니다.

"학생, 어머니 괜찮으시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뭔 소리지? 우리 엄마가 왜? 집에 뭔 일 있나? 지금 같으면 저도 닳고 닳아서 당장 뛰어 내려가, 저기요 보살님! 제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데... 인생 상담이라도 했으련만. 그때는 진짜 무섭고 어리기도 해서, 예 알겠습니다! 뜬금 없이 대성박력으로 대답을 하고는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집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아빠였습니다. 그 무렵에는 엄마 아빠가 반찬도 가져다 줄 겸, 서울에서 놀기도 할 겸 두어 달에 한 번씩 상경을 했는데요. 그날 오후 엄마가 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올라오지 못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겁이 덜컥 난 저는, 엄마는?! 하고 외쳤는데, 다행히도 피가 내출혈이 아니라 밖으로 터져 나온 덕에 응급실에서 처치하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다는 겁니다. 검사 결과도 다 괜찮고, 피를 너무 흘려서 수혈 얘기까지 나왔지만 흘린 피에 비하면 너무 멀쩡해서 의사가 천운이라고 했다나요?

그래도 당장 집으로 달려가 봤더니, 머리에 흰 거즈를 붙인 엄마가 드라마를 보며 아하하하 웃고 있더라고요.



뭐... 헛소리라고 욕만 안 하시면 제가 고양이 죽인 얘기와 고양이 귀신. 수련하는 분께 들은 궁궐에 처쳐있는 결계 얘기. 계룡산에서 본 사이비 교단 썰도 해보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연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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