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에 본 영화 - 신과 함께

2019.02.06 22:37

Bigcat 조회 수:1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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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대는 신과 연결되어 있으며…영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다. - 레오폴트 폰 랑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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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여러분이 아시는 바로 그 분 맞습니다.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대학자이시죠. 그런데 왜 뜬금없이 이 양반의 격언을 꺼냈냐면, 멋있어서요 ㅎㅎ 사실 저는 무신론자입니다만 이렇듯 어떤 절대적인 것이 있다고 믿으면서 확실한 세계관을 설정하고 논리를 펴는 언사들이 문득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말도 있지요.

 

'인간은 역사를 용서할지 몰라도 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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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들의 전생을 천년전 고려시대로 설정한 것을 보니 드라마<도깨비>도 그렇고 고려 시대의 무인들이 조선의 선비들과는 다른 매력을 주는 듯 합니다. 무신정권 때문에 그런가....(그런데 거긴 진짜 흑역사 투성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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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에 본 영화와 드라마들 중에 <신과 함께>가 있었습니다. 전작인 '죄와 벌'은 몇 달전에 봤고, 이번엔 '인과 연'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이런 판타지들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저승사자니, 염라대왕이니, 무슨 무슨 대왕들이니 하는 저승 판관들 얘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어서 말이죠. 그리고 지금은 명절 시즌 아닙니까...이럴 때 가족들 얘기 나오는 판타지 사극이 괜찮겠다 싶었지요.(이걸 사극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동아시아의 전통 신앙세계를 다루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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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본적 없지만 죽으면 누구나 간다는 그 곳 - 바로 저승입니다. 사후 세계라는게 각 문화별로 다양한 상상력과 온갖 버라이어티한 설정들로 가득한 곳이라 인간사의 기분나쁜 심연들을 봐야한다는 고역스러움만 좀 참는다면 정말 그럴듯한 상상의 공간이 되기도 하죠. 물론 천국보다는 지옥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다들 천국보다는 지옥이랑 좀 비슷한 곳에서 살다 온적 밖에 없어서들인지, 아니면 천국은 상상조차도 안되는 건지 천국을 묘사한 이미지들은 진짜 단순한 것들 밖에 없는데 - 천사들이랑 기도하는 것 밖에 못 봤네요.

 

(로뎅의 지옥의 문 추천합니다. 단테의 신곡으로 봐도 괜찮고요. - 이 문을 지나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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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옥의 형벌 외에도 저승세계에는 '연옥'이라는 것이 존재하더군요. 물론 중세 서양에서 말하는 그런 건 아닌데, 개념은 좀 비슷합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이 세 캐릭터를 볼 때는 그냥 그저그런 저승 3차사인 줄 알았죠. 하나는 진중하고 하나는 껄렁거리고 하나는 천진한 트리오인가 했더니, 결말을 다 보고 나니 왠지 좀 섬칫합니다.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말이 있죠.(같은 하늘 아래서 살 수 없는) 대체 무슨 죄를 지으면 그런 원수들과 동고동락하는 벌을 받는 건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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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언니'라는 고약한 별명을 얻은 염라대왕의 찬란한 머릿결입니다. 이정재 배우 인터뷰를 들어보니 정말로 다양한 헤어스타일이 시도됐던것 같은데, 웨이브 진 긴 머리가 최종 낙점이 됐더군요. 딱 한 명한테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려고 선택한 외모인데,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전생의 인과 연을 놓지 못하는 신들의 모습이 참 재밌... 동아시아의 전통 신앙에서 신들은 원래 모두 인간들이었죠. 옥황상제부터 염라대왕에 각종 신선들도 모두 전생에 인간이었던 적이 있고. 그래서 이놈의 지옥도가 그렇게 불합리함 투성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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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49제가 왜 중요하냐면, 죽은지 49일 되는 날 망자가 바로 이 분을(염라대왕) 만나기 때문이랍니다. 최종판결을 받는 날이거든요. 그런데 그 전까지는 여러 지옥들을 거치면서 저승대왕들에게 개별 재판을 받아야 하고. 경국대전에서 가장 중죄로 다루는 범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건 바로 '불효'랍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등급이냐면 최고 범죄인 '국가반역죄'와 동일시 되는 정도의 범죄이지요. 현실은 21세기인데 저승세계의 신들은 전통사회 시절 인간이었던 사람들이라 이들에게 가장 큰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죄 역시 바로 '불효'입니다. 그러다보니 신들도 이 문제에 있어서 전혀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되곤 합니다. 어처구니 없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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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관들 진짜 웃기더군요. 물론 더 웃긴 일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났지만...배우 두명이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는 바람에 통편집에 재촬영까지 들어갔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난데없이 판관 하나가 왜 교체됐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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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반지의 제왕이네요.(고대했던 옥황상제는 끝내 안 나왔습니다.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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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호빗? 어쨌든 물 건너 온 판타지 영향을 받았더니 더 세련되어진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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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재밌었던 건 각 지옥의 대왕들이었죠. 나태지옥의 초강대왕(원작에는 다들 중년 남성들이었던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여성과 젊은이 그리고 어린이까지 다양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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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지옥의 태산대왕(왠지 지옥의 판관들 중에는 어린애가 있을것 같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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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지옥의 오관대왕(진짜 업무에 지친 피곤한 모습이었음. 다들 인간이었을때 덕을 쌓아 사후에 신이 된 사람들인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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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지옥의 변성대왕(뭔 SF에 나오는 외계 생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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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지옥의 송제대왕(원작의 중년남성이 젊은 여인으로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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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지옥의 진광대왕

 

 

1편이 처음 공개됐을 때 친구랑 이 영화 얘기하면서 킬길댔던 게 생각납니다. 저승 공무원들이네. 죽으면 다들 편하게 쉬는 줄 알았더니 또 취업해서 죽어라 일해야 돼? 직장생활이랑 똑같은거 같은데 이러면 죽는게 대체 뭔 소용이 있나....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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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지키는 수호신들을 피해 저승사자는 담 너머에서 망자의 이름을 부르죠. 이 때 세번째 호명에 대답하면 짤없이 저승사자에게 잡혀갑니다만...그때 가족들은 집안 한 켠에 저승사자들을 접대하기 위한 상차림을 하죠. 술과 안주와 한 끼 식사와 그리고 수고비까지.(이게 얼마인지는 모르겠는데, 드라마 <도깨비>에서 그 저승사자는 이 돈을 모아 드디어 전세자금을 마련하죠. 한 삼백년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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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이 좋으면 이렇게 집안의 신(성주신같은 부엌의 신이나 화장실의 신과 우물가의 신들)들이 저승사자를 쫒으며 생이 연장되기도 한다는군요. 물론 다 전설입니다. 민간에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에피소드로 아기자기하게 잘 만드는 능력. 바로 이런게 작가의 능력이지요.

 

 

 

 

 

 

주제도 그렇고 스토리도 그렇고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 연휴에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날 추운데 따뜻한 방에서 뒹굴거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들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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