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30 11:44
1. 어벤져스 엔드게임
JTBC의 송원섭 기획 팀장이 예전에 캐리비안의 해적 3편을 갖고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어린이들의 전쟁놀이 게임과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어른들이라면 무슨 게임을 하건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하겠지만, 어린이들의 게임은 순식간에 룰이 바뀌고, 상황에 따라 계속 새로운 규정이 등장합니다.
빨간 비행기는 노란 탱크와 싸우면 이기지만 노란 탱크 중에서도 꼬리에 미사일이 달린 탱크는 비행기에게 이기고, 비행기 중에서도 헬리콥터는 모든 탱크에게 이길 수 있다는 식으로, 새로 등장하는 장난감의 종류에 따라 새로운 규칙이 아주 당연한 듯 인정됩니다.
'캐리비안...'의 우주도 그렇습니다. 무척이나 긴 1편과 2편에 걸쳐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아홉명의 해적 영주들이 갑자기 등장하고, 데비 존스가 몰고 다니는 플라잉 더치맨의 선장이 바뀌는 규칙(매우 중요합니다)도 어느 한 순간 등장해버립니다.
세상의 끝에서 죽은 사람을 데려오는데 어떤 사람은 거기까지 가서 데려와야 하고(예를 들면 잭 스패로우) 어떤 사람은 말만 하면 다시 살려낼 수 있는(예를 들면 바르보사) 지도 순식간에 그냥 뚝딱 설명 한마디로 정해집니다.
출처: https://fivecard.joins.com/53 [송원섭의 스핑크스 2호점]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사람 말이 그럴듯하다고 느꼈지요. 생각해보면 마블 코믹스의 특징이 이거 아닌가 싶군요. 왜 캡틴 마블은 지구를 구하러 오지 않고, 타노스는 좀 더 생산적인 데에다 인피니티 스톤을 쓰지 않죠? 그건 이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게임이기 때문이죠. 특히 '앤트맨 앤 와스프'에서 크레딧 올라갈 때 보면 이건 결국 어린이들을 위한 스토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장난감을 갖고 어떻게 하면 영화 내용을 재연할 수 있는지 보여주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즐겁게 해주고 싶은 어린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느냐, 제 생각에는 STEM 전공을 고려하는 백인 남자 어린이 - 청소년이예요. 나도 아버지가 이름난 백만장자였으면 좋겠다 라고 상상하는. MIT를 조기에 졸업해서 로봇을 만들고, 여자들을 후리고, 빨강머리 미녀를 비서로 부리다가 딸도 하나 낳고, 죽을 땐 멋지게 죽어야지. 세계를 구하면서 말이야. 지구로는 부족하니 우주를 구해야지. 한마디로 이 영화는 이 어린이의 에고를 부스팅해주기 위한 거대한 어린이 전쟁놀이지요. 이것저것 이야기 조각을 끼워맞춰서 패치워크 이불을 만들어냈고, 그 패치워크 중심에는 남자 아이가 로봇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앉아있더군요.
2. 왕좌의 게임 시즌 8 에피소드 3.
아리아가 손을 바꿔서 나이트 킹을 죽인 수법은 - 만화 '마스터 키튼'에도 나온 격투법이예요. 무기를 버리는 것처럼 하면서 주의를 흐트리고 다른 손으로 공격하는 방식이죠. 시즌 7 내내 아리아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트레이닝되었는데, 개연성을 생각한다면 존 스노우보다는 아리아가 나이트 킹을 죽이는 게 자연스럽겠죠.
왕좌의 게임 3세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대너리스의 뱃속에는 아마도 존 스노우의 자식이 들어있을 확률이 있고, 아리아의 뱃속에는 젠드리의 자식이 들어있을 확률이 있어요. 생각해보면 좀비는 보통 썩은 구세대를 한 번 뒤엎는 장치란 말이예요. 매드 킹, 권력을 잡은 주정뱅이를 존중하던 아버지 세대와 결별을 고하는 도구죠. 그러면 3세대는 누가 열게 될까요? 대너리스와 존 스노우의 경우는 구세대의 상징과 마찬가지예요. 오래된 피죠. 아리아는 암살자고 젠드리는 로버트 바라테온의 사생아입니다. 게다가 젠드리는 평민- 대장장이를 상징하는 캐릭터죠. 이름 조차도 젠트리 (Gentry)와 비슷하잖아요. 스타크 가의 피와 바라테온 가의 피가 밑바닥 삶으로 정화되어서 태어난 아이와, 이모와 조카가 근친상간해서 태어날 용의 아이, 어느 쪽이 신 세대를 이끌어갈까요?
2019.04.30 12:23
2019.04.30 12:34
댓글에 반말은 규칙위반입니다. 피곤하면 가서 주무시고 댓글은 수정하세요.
2019.04.30 12:41
1. 동감합니다. 그러한 것을 (지금까지)최대치로 끌어 모은게 엔드게임 이고, 그래서 피로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고요.
2. 에피3을 보고나니 어떻게 끝날지 다시 암흑이 된 것 같습니다. 리아나 같은 아이가 차세대를 맡아야하는데...넘 슬프더군요. 차세대는 아무래도 스타크나 바라티온 보단 타게리안쪽이 아닐까요? 근데 존이나 대니가 둘중하나 죽고 또 둘 중하나가 아기을 안고 왕좌에 앉으면서 끝나는 촌스러운 엔딩은 아니길 바래봅니다.
2019.04.30 12:46
리아나 모르몬트가 존 스노우와 산사 스타크를 만났을 때 모르몬트 가는 다 죽겠구나 하고 저는 생각했어요. 죽을 사람이 부족해서 빌리러 갔구나 하고. 원작 작가가 허를 찌르는 데에 능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설마 타게리안을 왕좌에 앉히진 않겠죠.
2019.04.30 13:29
2019.04.30 14:09
역시 세상은 STEM이 구하는 거야! 라면서 요즘 남자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에 적당한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MD인 닥터 스트레인지 같아 보이더군요. 손에 피 안묻히고 세상을 구했죠. 아이언맨과 닥터 스트레인저가 피터 파커 앞에서 만났을 때 아이언맨이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닥터"라고 부르던 것도 갑자기 기억나구요.
2019.04.30 14:58
아이언맨의 STEM스러운 면은 1편 이후로는 많이 희석되었다고 생각했는데요ㅎ
로켓(너구리)이 설정상 아이언맨보다 우수한 엔지니어인데.. 그렇게 생각하시면 시리즈를 조금은 덜 부정적으로 보실 수 있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ㅎ
스트레인지는.. 의사보다는 마법사라... MD로써의 아이덴티티는 본인을 Mr로 호칭할 때 굳이 Dr로 교정해주는 자존심만 남지 않았나 하는... 그리고 그건 굉장히 미국적이고요ㅎㅎ
2019.04.30 15:23
로켓은 인간도 부자도 미남도 아니니 투사가 어렵죠. 사실 닥터 스트레인지보다 가증한 건 캡틴 아메리카죠. 남의 가정을 부수고 본인은 과거로 돌아가 행복해지잖아요. 저는 구세대 미국인들이 STEM 엔지니어들을 쥐어짜고는 연금 타서 은퇴하는 것을 풍자하는 건가 생각했답니다.
2019.04.30 16:01
2019.04.30 21:21
‘학교에선 인기없는 나지만, 마스크를 쓰면 빌딩숲을 누비며 도시를 구하는 영웅이라구!’ 남자 청소년이 자기를 투사하기에 딱 적당해보이는데요? :)
2019.04.30 22:07
그러니까, 겨자님 말씀은 비슷한 또래의 (백인) 남자아이들이 그간 퀸즈 출신의 덕후 거렁뱅이 마스크 영웅에 자기를 투사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정 반대의 백인 미남 백만장자(여자들을 "후리고" 빨강머리 미녀를 비서로 부리는)에게 투사하기.시작했다는 것 아닌가요??
2019.04.30 23:07
아뇨. 제 생각에는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이나 남자아이들 앞에 놓여진 두 개의 장난감 (페르소나, 롤 플레잉 게임 캐릭터)로 보여요. 학교에서 플래시 톰슨 같은 동급생에게 주눅들고 왔을 때는 스파이더맨을 집어들고, 집에서 시계라도 분해했을 때는 아이언맨을 집어드는 식이죠. 그리고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이 그다지 정반대도 아니예요. 나한테 숨겨진 수퍼 파워가 있어서 여자들에게 인기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이뤄주는 건 양쪽 페르소나가 같죠. 빨강머리 메리 제인 왓슨이냐 빨강머리 페퍼 폿츠나, 하여간 이쁘고 똑똑하고 화끈한 여자라는 거잖아요.
2019.04.30 23:26
제가 애초에 댓글을 달기 시작한 표현과는 너무 다르지 않나요
숨겨진 수퍼파워가 있으면서 여자아이들에게 인기있었으면 하는 욕구와, "아버지가 이름난 백만장자였으면 좋겠다, 여자들을 후리고, 빨강머리 미녀를 비서로 부리다가 딸도 하나 낳고, 죽을 땐 멋지게 죽어야지"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마치 백인 남자 청소년의 비뚤어진 욕망(실제로 마블코믹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을 투사하여 즐겁게 해주는 것 같은 표현과, 위의 이야기는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2019.05.01 00:06
"아버지가 이름난 백만장자였으면 좋겠다, 빨강머리 미녀를 비서로 부리다가 딸도 하나 낳고, 죽을 땐 멋지게 죽어야지"
"방사능 거미에 물려 수퍼파워가 생겼으면 좋겠다. 빨강머리 수퍼모델이 여자친구고, 다른 여성 초인들하고도 끊임없이 염문을 뿌리지만 결국엔 순정남인 멋진 나... 정의구현하느라 현실에선 피자배달도 제때 못하는 불쌍한 나"
이 둘이 그렇게 다른가요? 캡틴 아메리카가 토니 스타크에게 넌 뭐냐고 물으니까 지니어스 빌리어네어 플레이보이 자선가라고 하잖아요? 스파이더맨도 지니어스고 자선가는 능력이 아니예요. 플레이보이든 아니든 둘다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건 같고. 하워드 스타크에게서 받은 거대한 자산이나 거미에게 물려서 받은 수퍼파워나 도찐이 개찐이죠.
2019.05.01 07:52
2019.05.01 17:12
'제대로 된' 코믹북 캐릭터는 어떤 거죠? '제대로 된' 코믹북 캐릭터는 여자도 사귀면 안되고, 아버지가 재벌이라 부자여도 안되고, 초인적 능력은 수고를 해서 받은 것이어야 하고, 늘 희생적이고, 성직자같이 고결해야하는 건가요?
여자아이들이 나는 아마존 공주님, 너는 와칸다에서 온 공주 겸 천재 과학자 하고 노는 거나, 남자아이들이 나는 재벌 2세에 천재에 수퍼맨 하고 노는 거나, 둘다 자아를 투사하고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해서 상상속에서 노는 건 같아요. 로맨스 소설, 이세계 물, 마블 코믹스가 그런 걸로 먹고 살죠.
그 상상놀이의 주인공 자리에 누굴 앉혀서 마무리를 내려나 봤더니, 결국 에고 부스팅된 남자 어린이가 앉아있더란 거예요. 아이들 놀이답게 파워 발란스 못맞춰서 쩔쩔 매다가, 결국 빨강 로봇을 쥔 남자 어린이가 '손가락을 튕겨서' 끝장을 내죠.
2019.05.01 21:02
1. 저는 코믹북 캐릭터가 고결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그렇게 이야기한 적도 없고요.
2. 10대 청소년들이 코믹북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고 대리만족하면서 즐거워하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3. 다만 겨자님이 말씀하신 "캐릭터의 비뚤어진 성격(여성편력), 그다지 존경스러울 것은 없는 배경(부자 아버지)"을 부러워한다든지, 투사한다든지, 나아가 그렇게 되고 싶어한다든지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언맨 캐릭터를 좋아하거나 어벤져스 영화 시리즈를 즐기는 10대 남자 아이들이 "여자를 후리고 등등"의 이미지가 부럽고 하고싶어서 아이언맨 캐릭터를 좋아하고 동경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대다수가 그런거라면 문제가 심각하게 있다고 생각하고요.
겨자님은 그 캐릭터가 부자 아빠 - 군수기업에서 무기만들어 팔고 - 화려한 여성편력 - 그러면서도 마지막엔 희생하면서 멋지게 죽으면서 있는척 하는 등등이 고깝게 보여서 싫어하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캐릭터의 팬이 그런 비뚤어진 특징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나아가 이입하면서 나도 한번 그래봤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4. 그리고 당장 코믹스가 아니라 영화상에 표현된 것만 해도 초반 설정부 이후에는 말씀하신 특징들이 부각되진 않습니다. 거만하거나 때로 감정적인 이미지는 부각되더라도요. 팬들은 교조적이거나 모범적인 게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 때문에 이전 코믹북 기반 영화와 비교되어 좋아하는 것이고(이런 면은 인용하신 블로그에도 비슷한 글이 있습니다. 아이언맨 1편을 좋게 보셨더군요) 그런 중에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단일 캐릭터에도 팬이 생기는 거죠. 10대들 포함해서요.
그렇게 공감을 느끼는 게 백인 10대 STEM 지망 소년에 한정된다는 것도 동의하지 못합니다.
제가 원더우먼이나 캡틴마블을 보고 감흥되어 감정적인 공감을 할 수도 있고 저랑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분이 아이언맨이나 캡틴아메리카나 토르에 얽힌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적인 공감을 느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블 영화에 한정되어서 겨자님께 전혀 공감이 안느껴졌다면 겨자님을 포함해서 그런 분들께 영화가 공감을 주는 게 실패했다는 것이지 그게 백인 남자 이공계 지망생을 위한 - 그것도 부자 아버지를 갖고 싶고 여자를 많이 "후리고" 싶은 여성혐오성향이 다분한 아이들을 위한 - 장난감이라 그런건 아니죠.
2019.05.04 01:46
폴라포님이 코믹북 캐릭터가 고결해야한다고 이야기한 적 없는 것처럼, 저는 아이언맨이 비뚤어진 성격을 가졌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이성에게 인기 있고 싶고 부자 부모 두고 싶어하는 심리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구요. 10대 남자 아이들의 머리에 이성에게 인기 있고 싶다는 생각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는, 남자들이 더 잘 알겠죠.
저는 아이언맨이 있는 척 하면서 죽는 게 고깝게 보여서 싫다는 게 아닙니다. 이 영화는 백인 남자들의 에고 부스팅을 위해서 만들어진 거라는 걸 확인했다는 소리죠. 아이언맨 팬들이 왜 이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제게 변명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이 판은 백인 남자 청소년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판이었다는 거예요. 부스러기나 차지한 주변인들이 보일 뿐이구요. 아이언맨 팬들에게 여성 혐오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폴라포님의 넘겨짚기입니다. 싱글이 자기 좋다는 여자랑 잤는데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이예요?
2019.04.30 13:55
2. 라스트 제다이 생각이 났는데 키튼도 저런 기술을 썼나보군요. 전부 SAS가 지도했는지도요
2019.04.30 14:13
거기서도 저런 기술이 나오죠. 사실 브리앤과 아리아의 대결 장면에서도 같은 장면이 나온다고 알고 있습니다.
2019.05.03 14:36
2019.04.30 14:09
왕좌의 게임은 안 보지만 마스터 키튼의 그 장면은 왠지 실용적인(?) 느낌이라 기억에 남아 있네요.
상대방이랑 무기를 부딪히며 싸우다가 일부러 떨어뜨려서 상대방이 그걸 먼저 집으려고 움직이도록 유도한 다음 그 빈틈을 맨손으로 공격해서 물리쳤죠.
근데 생각해 보면 만약 상대방이 맨손이 된 나를 그냥 맘편히 공격해 버릴 경우...;
2019.04.30 14:11
그거 무슨 명칭이 있었는데 잊어버렸어요. 설명도 붙어있었죠. 이 경우에는 단검을 집으려고 유도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주의를 분산시켰죠.
2019.05.01 08:44
2019.05.01 10:38
1. 아 피곤합니다 피곤해요
- 어이쿠 얼른 수정했습니다! 오늘 전 휴무라 좀 자고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