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prints는 근래 나영석PD 떄문에 너무 유명해진 산티아고 데 콤푸스텔라까지 순례를 담은 카톨릭 다큐멘터리입니다. 

배경은 2014년으로 미국에서 생활 중인 스페이출신 신부님이 10명의 성지순례단을 꾸려 북쪽길을 따라 산티아고 데 콤푸스텔라까지 순례를 하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카톨릭 다큐멘터리입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볼 영화로 이 footprints를 고른 이유는..

10년전, 제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고른 목적지이자 경로가 산티아고 데 콤푸스텔라 였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그 길은 한국인들에게 굉잔히 핫했습니다. 

그 외에도 독일인들에게도 핫플레이스였는데, 아마 그 즈음 독일의 굉자히 유명한 코미디언이 산티아고를 순례하고 나서 낸 책이 독일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절반은 한국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독일인이었으니까요.


카톨릭과는 영 상관 없는 제가 이 곳을 고른 이유는 영성이나 삶의 의미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가난했던 그 때, 적은 예산으로 최대한 오래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도보 여행이었습니다.  

도보 여행자를 위한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곳을 고르다보니 산티아고 밖에 없었구요. 

총 880km(정확하지는 않음), 32일의 여정 중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는데, 그중  단 3일간 같이 걸었던 인연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스쿨버스를 운행하는 활달한 성격의 양반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다른 인연들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끊어졌지만, 이분 과는 간간히 메일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부활절 기간이면 독일에서부터 부활절기념 병아리 초콜릿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저는 연초에 연하장을 보내드리기도 하면서 말이죠.


몇년 뒤 그 분이 한국에 정말로 방문했을 때,  산티아고를 기념(?)하는 의미로 제가 살던 동네에서 올림픽 공원까지 하루 종일 걸었습니다.

그때 다음번엔 제가 독일로 올 차례라고 다짐을 받고 갔었는데.


이번에 그 다짐이 정말이 되어, 독일의 그분 댁에서 3일을 머물렀습니다. 

낮에는 동네 뒷산에서 야생 버섯 구경을 하고 밤에는 포도주에 치즈를 곁들이며 

우리가 카미노를 걸을 때 어떘었는지, 그떄 어떤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바람은 얼마나 불었었는지, 비를 맞으며 며칠나 걸었었는지

하루를 여는 첫 커피가 얼마나 소중한 의미였는지.. 

아무것도 없는 밀밭 사이를 20km나 걷고서 드디어 짜잔하고 나타난 식당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남들이 들으면 '그놈의 카미노 타령은 이제 그만 지겨울 떄도 되었지 않냐'란 타박이 절로 나올

그런 이야기를 3일동안 실컷 했습니다. 

힘들고 괴로워서 행복했다는 미친 소리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드디어 서로 만났으니까요. 


뉘른베르크 역에서 인사하며 헤어질 때 눈이 빨개져서는 못내 서운해 하며

다시 보자고, 서울에서든 독일에서든 다시 볼거라고 약속하라 재촉하시네요. 


단지 3일을을 같이 걸어었을 뿐이지만, 그 기억을 다시 나누며 웃을 수있어서 소중한 인연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습니다. 


아마.. 그래서 독일 여행 내내 스페인 그림자가 어른거렸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뭘 봐도, 어딜가도.. 아아.. 어쩐지 스페인에서의 그 뙇하는 감흠이 없어.. 

로 일행(동생)의 김을 빼곤 했었거든요.  


독일 여행을 마무리하는데 (아주 주관적으로)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덧 : 기억을 더듬어 보니, 순례길 중 성당에서 하느님께 "제게 또 다른 카미노를 주시면 감사하지만, 만약 안 주신다면.. 앞으로의 제 인생이 카미노와 같게 해주세요"라는.. 참으로 어구니없는 기도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유일신앙을 믿지 않는 제게 전자가 아닌 후자를 실현중이신 것 같습니다. 인생이 하....... 참... 고달프네요. 네? 듣고 계세요? 지금이라도 취소 안나요? 


덧2: 2019년도의 카미노는 부킹닷컴과 구글맵이 없이는 밥 먹고 쉴 곳을 구하기 힘든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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