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8 07:39
1.스케줄을 짤 때 가장 고려하는 사항은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는 동선과 시간을 짜는 거예요. 여기서 스케줄이란 건 뭐 대단한 게 아니예요. 영화를 보거나 차를 마시거나 운동하러 가거나 하는 것들이죠.
평소의 낮시간에는 그냥 식사하고 운동하는 정도라서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과 식사 시간만 잘 피하면 돼요. 남들의 식사시간을 피해 느지막히 점심을 먹고 남들이 퇴근할 시간에 운동 스케줄을 잡고, 이제 사람이 슬슬 없겠다 싶을 때 술을 마시러 나가죠. 피트니스를 고를 때도 가장 고려한 건 사람이 적은 곳이예요. 물론 시설도 좋으면 좋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적은 곳이어야 해서 지금의 피트니스센터를 잡은 거죠.
2.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특정되지 않은 사람들은 좀 별로거든요. 특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따스함이 아니라 소음과 불쾌감뿐이니까요. 내게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만이 좋은 거예요.
3.어쨌든 오늘은 문제네요. 아직도 잠을 못자고 있는데 낮에 약속이 있어요. 불면증의 문제가 원하는 시간에 잠이 들 수 없다는 거라서...약속이 있으면 참 성가셔진단 말이죠. 지금이라도 잘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잠은 안오고...그렇다고 해서 이따 12시 쯤 잠들어버리면 약속시간에 못 나갈 것 같아요. 이대로 밤을 새고 나가야 할 것 같네요.
4.휴.
5.첫번째로 유통한 만화가 벌써 5년이 넘은건지, 다시 유통하려면 새로 계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기자를 만나야 해요. 만나서 회사돈으로 고기좀 얻어먹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뭐 그러는 거니 크게 피곤할 일은 없겠죠.
5년이라...긴 시간이죠. 생각해보니 5년 동안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는데 아쉽네요. 문제는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만나는 동안에는 잘 모르고 심술을 부린다는 거죠. 지나가보고 나서야 좋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단 말이죠. 어쩔 수 없죠.
6.어쨌든 10시간 가량은 더 깨어있어야 해요. 중간중간에 커피를 많이 마셔 둬야겠어요.
사는 게 지겹네요. 게임은 10년전에 재미없어졌고...이젠 여자도 재미가 없어지려고 해요. 가엾은 사람들을 돕는 취미가 있었다면 여생을 지겹지 않게 보낼 수 있겠지만 글쎄요. 가엾은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짜증도 나요. 남들의 연민을 유발하는-유발하려는-여자를 너무 많이 봐서겠죠.
7.앞으로 작가를 해야할까요? 작가는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은 결국 노동을 해야한다는 거예요. 이야기를 자아내는 건 좋아하지만, 문제는 이야기를 자아내는 행위 자체가 노동이니까요. 그래서 이젠 잘 시도하지 않게 된거예요.
등산과 비슷한거죠. 누구나 산 정상에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가져온 물과 김밥을 맛나게 먹는 건 좋아해요. 하지만 문제는 산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선 몇시간이나 산을 걸어올라가야 한다는 거죠.
기본적으로 그건 등산의 과정까지도 즐기는 사람들이어야 가능한 거거든요. 나는 과정을 즐기는 건 도저히 할 수가 없어요. 문제는 이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은 하고 싶지 않은 과정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것들만이 남아있다는 거죠.
8.사실 목표가 별로 없어요. 가엾은 사람들을 돕는 게 삶의 목표일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야 가엾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삶의 목표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가엾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실제로 된다면 그럴 마음이 안 들걸요. 왜냐면 남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을 테니까요.
어떤사람이 강한 사람이 된 뒤에도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으려면, 너무 힘들게 강한 사람이 되어선 안되는거예요. 왜냐면 너무 힘들었던 나날들이 그 사람의 밝았던 면들을 어둡게 만들어 버리니까요. 따뜻했던 면은 차갑게 만들고요.
2019.11.28 08:29
2019.11.28 09:44
소설을 읽지 못했습니다.(그러니 이해해 주셔요...)
그런 취미는 바람직해 보여요.
어려운 위치의 사람을 성공시켰으니 다른 어려운 사람을 찾는 거니까요...
대가를 바라는 것도 없이 그 사람이 잘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니까요...
그걸로는 부족하고, 더 잘되게해야 하는데, 조금 일찍 손을 뗀것인가요?
2019.11.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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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과 관련해서 문득 얼마전에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진상이라는 소설이 떠올랐어요. 가난한 여자를 보살펴서 다른 사람처럼 활짝 피어나게 만드는 취미를 가진 부잣집 노인이 등장하는 그런 내용인데.. 문제는 이 노인이 여자가 몰라보게 예뻐지고 행복해 보이게 되면 관계를 끊고 다른 가난한 여자를 찾는 사람이라는 거죠. 꽤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역시 금방 질리는 존재인가 싶기도 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