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아홉시 좀 넘어서 제 자리의 직장 유선 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바로 받았더니 안내 멘트가 나오는데 이 시점에서 이미 망했어요. "이 전화는 국제전화입니다" 라고 하더라구요. 이런 서비스가 있었나요. ㅋㅋ


국제 전화라니 이게 제게 온 전화가 아님은 백프로 확실해진 상황이었죠. 직장 내선 전화라서 누가 받을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외국에서 온 전화라잖아요.



암튼 잠시 더 기다렸더니 또 다른 안내 메시지가 녹음된 버전으로 흘러 나옵니다. 


한국 전력 공사래요. 제가 전기세를 안 내서 오늘 저희 집 전기를 끊어버리겠답니다. 아니 매달 아파트 관리비로 자동 이체되고 있고 얼마 전에 영수증도 받았는데... ㅋㅋㅋㅋㅋ


그러고나서는 상담원과 통화를 원하면 0번을 누르래요. 재밌어서 일단 눌러봤죠.


그랬더니 나름 또 신경을 써서 상담원 대기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그러는 동안 저는 '아니 몇 번 누르라고 안내를 하려면 옵션을 주든가 선택지도 없이 그냥 0번은 뭐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요.



잠시 후에 수화기에서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한국 전력 공사인데 무슨 용건이녜요. 


이쯤에서 참 웃음을 참기 힘들어서 살짝 웃음 묻은 목소리로 "네?" 하고 답을 했더니 아무 말 없이 광속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더군요. 그걸로 끝.


그래도 짬밥이 있어서 안 통할 것 같은 목소리를 금방 알아듣는구나... 하고 감탄(?)하며 마무리했는데.



생각해보니 애초에 노인분들만 노리는 거구나 싶어서 또 기분이 좀 불쾌해졌습니다. 아마 기대보다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리니 끊은 것 같아요.


핸드폰이 아닌 사무실 전화 번호로 연락한 것도 그렇고. 집 주소니 제 이름이니 이런 걸 알고 건 것도 아니고. 수법 자체도 한참 허술하구요.


단독 주택에 살고 집전화 많이 쓰고 이런 거 잘 모르시는 양반들 하면 아무래도 노인들 비중이 높지 않겠습니까.


마침 또 제 동생 시어머니가 얼마 전에 보이스 피싱으로 몇천만원을 뜯기려다가 직전에 간신히 살아난 일이 있었어서 불쾌감 3배였네요.


일단은 그 허술함에 웃기는 했지만요. ㅋㅋ




+ 이게 살면서 겪어 본 세 번째 피싱이었어요. 처음은 택배 찾아가라며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였는데 제가 중간에 눈치를 채니 그 쪽에서 갑자기 쌍욕을 하고 끊어 버렸구요. 두 번째는 제 명의로 된 대포 통장 운운하며 본인이 검찰청 검사라고 주장하는 전화였는데 속아주는 척하다가 개인 정보 내놓는 부분에서 '맞춰보세~~요!' 라고 말했더니 빡쳐서 제 주소를 줄줄 읊으며 밤길 뒷통수 조심하라며 끊어 버렸었죠. 그래도 오늘 피싱이 그나마 깔끔하게 통화를 끝내주긴 했네요. 그리고 전 세 번 모두 유창한 한국어 네이티브 스피커들이었습니다. 경험자들이 많이 얘기하는 어눌한 한국어는 접해본 적이 없어요.


++ 동생 시어머니는 아들 이름으로 카톡이 와서 급하게 쓸 일 있는데 엄마 xx카드 쓰시지 않냐. 그래서 쓴다고 했더니 앞뒷면 사진 좀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더군요. 다행히도 당한 직후에 눈치를 채시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며 은행에 달려가셔서 거금 뜯기는 건 막았습니다. 듣자하니 당했으면 수천만원 사라질 뻔 했다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3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41
123347 아리아나 그란데 K Bye for Now (SWT Live) (2019) [1] catgotmy 2023.06.02 175
123346 나의 업무해방일지, 요즘 들은 아이돌 노래(걸그룹, 보이그룹 조금) 외 신곡 1 [2] 예상수 2023.06.02 298
123345 콘크리트 유토피아 예고편, 지난 번에 까먹은 듄: 파트 2 예고편 [3] 예상수 2023.06.02 334
123344 [웨이브바낭] 상남자 길반장님을 봅시다. '리브 앤 다이'(늑대의 거리) 잡담 [6] 로이배티 2023.06.01 400
123343 프레임드 #447 [2] Lunagazer 2023.06.01 104
123342 배우 제인 폰다 "佛 클레망 감독이 베드신 찍기 전 동침 요구" [10] ND 2023.06.01 1054
123341 XBOX 혹은 디아블로4 진상 고객 되기 정보 [1] skelington 2023.06.01 248
123340 오늘 일 마치면 버호벤의 <사랑을 위한 죽음>+라멜라 [6] daviddain 2023.06.01 282
123339 이 와중에 아무도 관심없을 전기차 구입 이야기-soboo님에게 감사 [4] 애니하우 2023.06.01 563
123338 진짜루... 왜냐하면 2023.06.01 212
123337 오발령과 비사격 [2] Sonny 2023.06.01 573
123336 십수년만의 콘서트 관람 - 백예린 ‘SQUARE' [3] skelington 2023.06.01 344
123335 머라이어 캐리 Fantasy(1995) [1] catgotmy 2023.06.01 169
123334 유월 시작을 분노로. [8] thoma 2023.06.01 504
123333 연극 [벚꽃동산]을 보고 왔습니다 [4] Sonny 2023.06.01 245
123332 모기장 칠 때가 됐네요 [1] 가끔영화 2023.06.01 135
123331 [웨이브바낭] 척 노리스 영화를 처음으로 각잡고 봤습니다. '델타 포스' [6] 로이배티 2023.05.31 354
123330 프레임드 #446 [4] Lunagazer 2023.05.31 103
123329 [인어공주](2023) 보고 왔습니다 [5] Sonny 2023.05.31 790
123328 [인어공주](1989) 봤습니다 [2] Sonny 2023.05.31 3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