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세상은 밈이 될 것이다

2020.08.11 17:07

googs 조회 수:794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라고 모 평론가는 말했지만 그는 너무 사람들을 과대평가한 것 아니었는지...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점점 2시간 남짓의 영화조차 보려고 감내하지 않아요.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서 2시간의 극장행을 결정하거나, 넷플에서 보다가 다른 걸 틀어버리죠.

게다가 유투브같은 동영상 스트리밍이 야기하는 영상체험은 사람들의 인내심을 이젠 10분 이내.. 아니 2분.. 아니 초반 몇 초? 정도로 한계 지어버렸고요.


지금 시대 사람들은 많은 걸 일단 '밈'으로 소비합니다. 매순간 쏟아지는 압도적인 정보들을 하나하나 찾아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시대의 단초들을 콕콕 집어주는 밈들은 사람들에게 불량식품 맛처럼 쉽게 다가가기 좋겠죠.

어린 분들일수록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거라는 제 편견도 있습니다만..


지난 세기까지 사람들의 정서를 지배하고 그 당시의 '밈'을 만들던 공중파 방송의 시대는 저문지가 벌써 꽤 됐고,

(대략 2000년대 초반, 2002 월드컵 무렵까지라고 기억합니다)


2000년대 이후로는 DC-일베류 막장 인터넷 사이트에서 온갖 밈에 기반한, 그리고 밈을 생산/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을 거쳐

2010년께 이후로는 대세가 유투브로 넘어가면서, 각종 저질 인터넷 개인 방송인이나 채널에서 밈들이 생산되고 유통되기에 이릅니다.

물론 게임 문화와 채팅, pc방에서 쓰는 욕설 등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저질 밈, 욕설, 문화들이 저런 것들과 맞물려 

10~20대, 넓게는 ~40대까지도 통용되는 문화의 형태를 만들고 있다고 보고요.

인터넷 태동기에 잘못 잡힌 방향이 계속해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느낌도 들고요. 

뭐, 딴지일보랑 디씨가 없었으면 이꼴은 안났다! 같은 단순한 주장은 아닙니다만.. 


모든 밈-문화가 잘못됐을 리도 없고, 재미있는 밈도 많지만 어떤 나쁜 밈 문화가 

사람들의 사고가 지속되는 것을 중간중간 차단하고, 파편화 시킨다는 느낌은 덜어낼 수가 없군요.

더 짧게, 더 웃기게, 더 자극적으로, 더 즉각적으로. 


파편의 파편화. 이런 표현조차 이미 쉰내납니다만 

모든 걸 오로지 재미에 기반해 감각적, 즉흥적으로 소비하는 밈 문화의 시대는 길게 보면 MTV의 시작(너무 갔군요, 하하)

그리고 게임문화의 발달과 더불어 필연적이었다고 봅니다. 


밈-문화를 소비하며 낄낄대는 사람들에게 입바른 얘기라도 할라손 치면, 무슨 선비니 무슨 충 얘기가 튀어나올 건 이제 자명하고요. 

그들은 왜 그런 반응을 할까요?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일까요, 짐짓 나쁜놈이 되고 말겠다는 심술쟁이여서 일까요?


저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런 밈 이면의 맥락과 결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경험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에서의 토론수업이든.. 부모형제친구와의 대화든. 

독서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너댓줄 넘어가는 인터넷 리플에도 '한줄요약좀' 으로 퉁쳐버리는 사고의 단절.

아이들에게 하이쿠 수업이라도 시키면 의외로 잘할지도요 (....)


아니, 정말 힙합-쇼미더머니 문화가 자리잡은 요즘의 유투브 리플들을 보면 욕이나 밈 말고,

누가 기발한 롸임, 펀치라인을 쓰나 경쟁하는 현상도 보이더군요. 최근 인상깊은 리플이라면 모 가수의 음악채널에


'언니는 베를린이야 내 마음의 독일수도...' 


이런 것도 보이던데. 얘기가 딴길로 샙니다만, 하하. 아무튼 저는 아이 시절부터 뭔가 토론, 논쟁의 재미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아주 단단히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위에 적은 예처럼.. 젊은, 어린 세대들의 사고의 시간과 속도는 점점 짧고 빠르게 바뀌어갈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막기는 힘들 것 같고요. 그럼, 교육도 빠른 템포로 그 속도에 발맞춰 가면서 

차라리 짧은 사고와 발화의 순간에도 기본적인 통찰과 센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도록... 

교육이 아이들의 사고의 방향성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 혹은, 최소한 성장하면서 여러 문제와 가치관의 충돌로

다른 생각이 들더라도 인간의 타인에 대한 존중만은 잃지 않도록이요.


오늘도 단톡방에서도 이 얘기로 잠시 대화가 있었는데.. 결국 제 생각은 이게 다 어린시절 교육문제다~~~~~ 하는 진부한 결론이었어요.

다른 해결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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