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6 11:02
설마 정식 개봉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던 영화가 진짜 개봉하였기에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예~전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할 때 보았고, 크라이테리언 블루레이를 소장하고 있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면 언제 영화관에서 보랴 싶었거든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설명한 영화라서 별로 보탤 말은 없지만 보면 볼수록 새로운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오는 영화긴 합니다. 이번에 보면서 주인공 집안 형제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예수장이인 둘째누나가 똑똑한 미인 대학생 큰누나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마찬가지로 당구에 빠진 형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 때문에 소외되고 있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족관계보다 교유관계가 더 조명이 되고 있긴 하지만 2남 3녀의 형제관계도 참 섬세하게 그리고 있죠.
처음 보았을 때는 수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무지 헛갈렸는데 블루레이 덕택에 다 구분이 되어서 영화관 화면에서 뒤에 얼쩡거리는 조연급들 얼굴도 알아보니 좋네요. 주인공인 샤오츠는 주인공이라서, 노래 잘 부르는 캣은 키가 작고 귀여워서 구분이 되는데 나머지는 다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머리에 교복입고 다니니 구분이 안되는 거에요. 특히 슬라이랑 형이 좀 닮아서 헛갈렸었어요. 듀스나 마차, 타이거, 비행기 등등은 분량이 작아서 잘 몰라 봤었구요.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도 다르지 않아서 크라이테리언 커멘터리에서는 토니 레인즈가 둘째누나를 주인공 샤오밍을 혼동한 부분도 있답니다. 샤오밍과 샤오추이/제이드를 사람들이 혼동한게 나중에 중요한 복선이 되는 걸 생각하면 의도적인 캐스팅일 수도 있겠네요.
최근 이슈들과 연관해서 생각할 때 1961년의 대만 청소년들이 여자 주인공을 개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기 소유물로 바라보는 시각이 참 그렇긴 합니다. 여주인공 샤오밍은 갱보스의 미모의 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난을 당하는 고전헐리우드 영화 주인공이랑 다를게 없거든요. 이 아가씨가 병을 앓는 홀어머니만 있는 14살짜리 중학생이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안됬긴 해요.
참, 제가 대만 갔을 때 고령가 거리를 직접 찾아가 보았는데요. 영화 속에 나오는 헌책방 천막이 있는 시장은 흔적도 없습니다. 영화 속 고령가 장면도 세트에서 찍었다니까 아마 영화 제작 무렵에서 없어졌나봐요. 단지 고령가예술극장이라고 예전 경찰서 건물을 개조한 극장이 하나 있긴 한데 영화에 나오는 2층짜리 경찰서 건물은 아닙니다. 마침 제가 이 거리를 찾은 시간이 중학교 하교시간이라 길거리에 카키색 교복입은 남학생들이 무리로 지나가는데 영화 속 남학생들과 너무 비슷해서 재미있었어요. 아니 그럼 대만 공립학교 교복은 1960년대 이후 50년간 유사 디자인을 유지 한걸까요?
2017.12.06 11:07
2017.12.06 13:29
인터미션도 있다니까 생리적인 문제는 안심하고 보러 갈 생각이지만, 스케쥴이 참 안 맞네요. 상영시간 4시간이라......
2017.12.06 17:19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여혐영화로 분류합니다
2017.12.06 17:50
실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14살 소년이 자신과 사귀었던 동갑 여자애를 소유욕으로 죽인 이야기이니 여혐내용이 주요 줄거리라고 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4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동안 1961년의 대만사회를 꼼꼼하게 보여주면서 이 소년이 왜 이런 왜곡된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또 소녀는 어떻게 이런 상황을 통제하려고 했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영화의 전체 기조가 여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동시대인의 시선에서는 여러 남자를 파멸시킨 팜므파탈이어야 할 샤오밍이 실제로는 성실하게 남자친구를 지원하고 홀어머니를 돕는 생활력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잘 보여주었다고 보는데요. 또 영화 속 맥락상 여러 남자를 만나는 바람둥이어야 할 샤오추이/제이드가 본인 말처럼 공부 할 땐 하고 놀 때는 노는 자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밝힌 것도 적절했고요.
2017.12.06 20:03
ally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이 영화의 초점이 왜 소년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에 맞춰져있다는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 소년에 대해 항변을 하고 있는 느낌을 주니까요. 사회의 풍토가 어쩌고... 이런 얘기가 끼어드는거 자체가 불편한거죠.
2017.12.06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