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5 03:52
최근 곤지암 / 램페이지 /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봤어요
1. 곤지암
이 영화는 개봉 초기에는 그리 끌리지 않았던 영화인데 평이 갈리긴 해도 많이들 보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봤어요.
그런데 이 영화를 파운드 푸티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
프롤로그의 고등학생들 이야기라면 모를까, 배경음악까지 사용하면서 거의 대놓고 연출과 편집이 느껴지도록 한 이 영화를, 기존에 파운드 푸티지라고 부르던 영화들과 똑같이 분류할 수 있나 모르겠어요. 뭐 대개의 모큐멘터리가 알고도 속아주는 기분으로 보는 거긴 하지만, 이정도 되면 일반적인 페이크 다큐멘터리 보다는 극영화의 성격이 많이 들어간, 스포츠로 치자면 짜고 치는 프로레슬링 정도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뭐 얼마나 실제처럼 보이느냐 그런 걸 가지고 이 영화를 까려는 건 아니고,
대놓고 연출 티 나는 모큐멘터리라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는 있겠죠. 그런데 영화는 예고편만 봐도 예상되는, 블레어위치 이후 여러 공포영화에서 울궈먹은 플롯이 그대로 반복될 뿐만 아니라 고프로 같은 장비를 이용한 시도들도 그다지 참신해 보이지는 않았어요. 다만, 드론을 이용한 영상이 이 장르에서 사용되는 건 처음 본 것 같은데 그나마 효과적으로 쓰이진 못한 것 같네요.
정감가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건.. 뭐 장르 특성상 이해가 된다 해도, 돌아가는 상황이 심각하게 이상해진 이후에도 팀원들을 속이고 무모하게 진행하는 돈독오른 민폐 캐릭터 클리셰는 짜증을 심하게 유발하더군요.
여하튼 영화 자체는 큰 감흥을 주지는 못하였고, 영화 관람하는 와중에 일어났던 일이 좀 더 인상적이었네요ㅎ
일단 심야영화였고, 예매할 때까지만 해도 늦은 시간에 10자리 이상 차 있길래 역시나 인기가 많구나 했는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나니 영화관에 저 혼자더군요. 이전 맥스무비 같은 예매 싸이트가 한창이던 시절처럼 배급사에서 유령관객(?)을 채워넣은 거라 혼자 음모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어찌됐든 혼자 대관한 기분 좋다며 즐기고 있는데, 중간 영화 클라이맥스 즈음 해서 바로 뒤에서 뭔가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면서(!!) 뒤통수를 스치고 지나가더군요ㅠㅠ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검은 형체가 유유히 멀어지는.... 알고보니 청소하시는 아저씨가 사람 없는 줄 알았는지 영화 중간에 쓰레기 봉투를 끌면서 제 뒤로 지나간 거더군요ㅠㅠ 나름 새로운 경험이었다는..어이 없는 이야기;
2. 램페이지
드웨인 존슨이 언제나처럼 더락을 연기하고, 적절히 웃기면서 많이 때려부수는 영화....를 모두들 기대하면서 영화관에 갔을 테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ㅎㅎ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만화같고 플롯도 구멍이 많지만 CG나 액션 시퀀스의 구성, 리듬감이 좋았고 고릴라 조지가 나름 귀엽더군요.
게다가 반가운 조역들도 많았어요. 조 맹거넬로는 깜짝 놀랐는데 요새 데스스트록으로 주목받은 것도 있고 좀 비중이 있는 역인가 했더니 아쉽더군요.
껄렁한 카우보이 스타일 요원 제프리 딘 모건의 캐릭터도 처음 등장할 땐 스테레오 타입의 정부요원일 줄 알았는데 나름 매력이 있었어요.
Rotten tomatoes의 총평은 "Rampage isn't as fun as its source material, but the movie's sheer button-mashing abandon might satisfy audiences in the mood for a brainless blockbuster." 인데,
전 brainless blockbuster에는 공감하지만 솔직히 단순히 괴물 세 마리 나와서 건물 부수는 고전게임을, 엉성하긴 해도 온전한 플롯을 가진 영화와 비교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3. 콰이어트 플레이스
소재나 영화의 진행에 있어서 샤말란의 "싸인"이 연상되더군요. 심지어 옥수수밭 배경도 비슷ㅎㅎ
물론 이 영화만 가진 몇몇 아이디어가 서스펜스를 극대화시켜주었고, 감정적으로 크게 울림이 있는 장면을 만들어 주어서, 평론가들 평이 괜히 좋은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아 역할을 한 밀리센트 시머스는 조엘 에저튼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찾아보니 두사람이 전-혀 관련 없었고ㅎㅎ, 대신 배우가 실제로도 농아라는 걸 알았네요. 듀나님 영화평에도 있지만요.
배우들이 에밀리 블런트, 존 크라진스키는 물론이고 아역배우들까지 모두 연기가 좋았는데 특히 밀리센트 시머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2018.04.15 05:57
2018.04.15 12:35
"순수한 파운드 푸티지"가 아니라고 비난을 하려는 건 아니었어요ㅎ
모큐멘터리의 스펙트럼도 넓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극영화에 더 가깝지 않았나, 하는 감상이었어요ㅎㅎ
페이크 다큐멘터리 대개가 (당연히 관객은 실제 이야기가 아닌 걸 알지만) 실제인 척 하기는 하잖아요ㅎ 이 영화는 애초에 실제 이야기라고 속일 생각도 없는 것 같고 개인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시점/기기를 이용하는 방식을 하나의 촬영 기법으로 채택한 극영화의 느낌이었어요. 이건 옳다/그르다의 판단이 들어갈 수 없는 그냥 영화 자체의 성격이니까요ㅎㅎ
그리고 영화 호불호와 관련되어서는.. 오히려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공포영화라는 세부 장르의 팬이냐/팬이 아니냐에 따라 평이 좀 갈리는 것 같기도 해요
익숙한 장면/설정이 변주 없이 그대로 나열되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만 들게 되니까요.
저도 비슷한 영화들을 꽤 많이 봤어서 그런지 막 새로운 건 없었어서.. 유투브 놀래키는 영상을 좀 길게 관람하고 온 느낌이랄까요. 으스스한 분위기에 갑자기 화면에 귀신 얼굴이 나오는 영상들 있잖아요.
소재가 가진 한계가 있긴 하지만 애초에 이런 영화들이 그다지 막 기발한 소재나 이야깃거리로 출발하는 건 아니기도 하고요.
근데 이렇게 말하긴 해도 불평할 만큼의 퀄리티도 안되는 느낌이었다면 제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진 않았겠죠ㅎㅎㅎ
2018.04.15 09:30
2018.04.15 12:36
그러게요 마스크나 연기나 매력적이었어요 원더스트럭은 저도 보고싶네요ㅎㅎ
1.파운드푸티지가 특별한 순수성, 정교한 장르성으로 만들어지는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라 이게 진정한 파운드 푸티지인가! 하는 논쟁은 제겐 좀 무의미해보여요. 일단 극중 모든 장면들이 영상에 제시된 카메라들, 컴퓨터 화면들로 촬영되었음을 인지할 수 있으니 그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다만 다른 동종 영화들에 비해 굉장히 호사롭긴하죠. 제가 든 생각은 요즘은 유튜브영상을 만드는데도 저런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력이 필요한거구나...싶어서 영상 비스므리한 일을 하는 입장에서 뭔가 박탈감은 생기더라고요.프로는 저래야 하나봐..싶어서.
개인적으로 파운드푸티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왠만하면 거르는 입장에서도 제게는 곤지암은 나름 재밌었어요. 뻔한 관계도, 인물들은 재밌진 않지만 이 영화에 이질적이지 않고 어울렸다고 생각했는데, 감독의 변을 보니 마치 bj들 보는 느낌으로, 그 인물의 전사들은 전혀 관심가지 않게, 쇼의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커트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전략이었다면 전 꽤 잘 맞아 들어갔던것 같아요. 이 영화의 모든 목적은 그 끔찍한 장소의 깊은 곳까지 인물들과 관객들을 스트레이트하게 떠미는거니까. 헌티드 힐 등, 이영화가 참고했을 법한 영화들이 애초 취했던 방식이기도 했고...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거추장스러운 감정들, 진행에 방해되는 그들의 인생들을 모두 제거한 형태죠. 정범식의 재능이라면 더 근사한 소재를 가지고 더 나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텐데 싶은 아쉬움은 있지만 이런 재앙적인 기획(곤지암 폐가라니..파운드푸티지라니...)을 가지고 이정도 만들어낸게 좀 대단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