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 부서만큼 피카 잘하는 부서는 본적이 없다니까, 세실리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대학(department)도 다른 세실리아가 몸만 우리 부서쪽으로 이사온 이유는 재활프로그램중 하나이다. 몸은 자신만의 기억이 있다. burnout 을 경험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데,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있어도 건강을 해치게 된 이유들이 있던 장소들, 스트레스를 주던 곳들을 보게 되는것 만으로도 몸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전혀 다른 장소에서 일을 하는 것이 재활프로그램으로 일부일 수 있다. 매일 아침 보통 커피마시는 피카는 당연하고, 무언가 좋은 일이 있으면 과자, 케익, 직접구운 빵등등 특별 피카를 하는 우리부서에서 이웃으로 있게 된 세실리아는, 지난 주에 다음 학기에도 우리 부서 사무실에 있게 될거라는 소식을 알리면서, 우리부서 사람들의 따듯함과 피카가 당연코 자신의 재활에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감히 나는 내가 우리부서의 특별한 피카 문화에 큰 원인이 된 사람이라고 믿는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던 때, 케익굽기에 입문한 나는, 7명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살던 학생 복도 아파트에서 내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서 케익을 먹을 사람이 없게 된 이유로 구운 케익을 학교로 가지고 갔다. 워낙 단것을 좋아하는 내 지도 교수였던 스타판은 (여기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우리가 축하할 일, 보통 출판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 특별피카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의 퇴직날, 그렇게 온 부서 사람들을 빵을 케익을 굽게 하면서 (사도 그만) 정작 본인은 한번도 굽지 않았다고 나는 speech 하면서 농담을 했다.

지난 주말, 오는 화요일에 double publication 피카를 제공한다고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 하나는 '보통' 출판, 내 소논문(article)이 출판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개인적이고 드문 출판이라고, 무엇인지는 화요일 피카할 때 알려주겠노라고, 그리고 이번에는 새로운 케익을 구워오겠다고 써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호기심이 직업에 한 부분인 사람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질문을 한다. 나는 웃으면서 화요일에 알게 된다니까요 라고 답한다.

꽤 오랫동안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으나 특별한 이유가 없어 지금까지 구워보지 않았던 서양배와 초컬릿케익을 굽니다. 무려 4층짜리 케익. 바닥은 녹이 초컬릿와 계란 노른자, 거품낸 계란 흰자, 아주 적은 양의 옥수수가루. 두번째층은 설탕과 함께 볶은 아몬드, 버터 과자를 잘게 자른 뒤 녹인 화이트 초컬릿과 섞었다. 삼층은 배폰단트 (서양배를 버터와 카다몸과 살짝 끊을 것)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녹인 초커렛, 거품낸 흰자로 크림을 만들었다. 만들고 나니 참 만족스럽다.

드디어 화요일 우선은 다들 케익에 집중해 부드러움과 크런치함의 조화, 카다몸향이 배랑 얼마나 잘 맞는가에 대해 한참 이야기 한다. 좀 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소피아가 이제 우리가 이 케익을 먹는 이유라 말해야지라고 내게 말문을 열어준다. 논문소개는 짧게 지나가고 오늘의 진짜 주인공, 내 책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서 책이 나온다.

처음 S가 책을 내자고 제안했을 때, 느낀 감정은 기쁨보다는 당혹스러움이 먼저였다. 내가 쓴 글들이 정말 책이 될 수 있을까? 익명을 방패로 쓴 글들을 내 이름을 내고 출판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가족이 읽는 다면 이 글들은 어떻게 느껴질까? 가장 힘들때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쓴 글들이 책이 된다.

책을 내게된 과정과 내용을 소개하면서, 처음에 엄마한테 책이 나온다고 말할때는 꼭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라고 말씀드렸는데, 다시 읽어보니 사랑과 기쁨, 감사 이야기에요. 지나가고 나서 다 아나져서 괜찮았었네 하는게 아니라, 그 힘든 순간에도 사랑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는 걸 보니 참 좋아요 말하는 데 마지막에 목소리가 잠깐 흔들린다. 피카가 끝나고 퇴직하신지 몇년 되었지만 특별 피카를 할때나 세미나 할 때 우리를 방문하는 스타판이, 내 마준편에서 이야기를 들던 스타판이 다가와 정말 좋은 소식이라고 인사한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허그를 한다. 정말 책이 나오는 구나. 인생의 힘든 순간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

예전에 여기에 썻던 글들이 책이 되어 나옵니다.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란 제목으로요.

우선 카카오브런치에 이번주 금요일부터 12주간 연재 되고 여름에 출판될 예정이에요.

쑥스럽지만 선전합니다. 금요일엘 연재 시작되면 링크 걸을 예정입니다.

글 수정하면서 그때 읽어주시고 위안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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