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31 17:37
<홈>
굳이 영어 제목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족이 아니라 가정, 건물 자체가 아닌 그 안의 생활, 그러나 집이 상징하곤 하는 보살핌, 돌아갈 곳, 쉼, 편안함(의 필요) ... 여러 단어들에 X표를 치며 고민하다 찾은 차선책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좀 더 문학적이거나, 마케팅적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이 단어를 포기하지 않았네요.
이전에, 해고 노동자의 아들분을 인터뷰해가던 영화 <안녕 히어로>를 보며, 한없이 발랄했으면 좋겠을 '청'소년의 얼굴에 점차 우울감 같은 것이 깃드는 걸 목격하며 가슴이 철렁해졌었습니다. 두꺼워져버린 표정 아래 가려진 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긴급한 마음이 들어서요.
<홈>의 주인공 준호는 갑작스레 가족도, 가정도, 집도, 보금자리도, 멀어질 위험에 처합니다. 이전의 삶도 뭐 굉장히 근사했던 건 아니지만, 이후의 일들은 어떻게 손써볼 도리가 없는 어른들(도 해결 못 하는) 급의 일이라, 지켜보는 관객들도 염려가 돼요.
무엇보다도, 당장 처신을 해야 하는 상황, 어려운 사람을 마주해야 하고, 눈을 마주치거나(혹은 피하거나), 대화를 해야 하거나(침묵해야 하거나), 혹은 한 공간 안에서 자기 존재 자체를 잠시 지워버리고 싶을 듯한(혹은 너무나 적극적으로 외치고 싶을) 순간들에서의 표정을 보다 보면, 휴. 무거워진 마음이 지금도 가시질 않네요.
<홈>에게는 미안하지만, 최근 10대 인물들이 큰 역할을 했던 영화들, <당신의 부탁>, <플로리다 프로젝트>, <우리들> 등이 얼마나 잘 연출된 영화들이었는지 도리어 깨닫게 되네요. 무엇보다도 <우리들>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겠죠. <우리들>의 인물들이 얼마나 전형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웠는지,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대사들이 얼마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새로웠는지, <당신의 부탁>의 10대 소년이 얼마나 덜 보여주면서 많은 걸 보여줬는지.
마음을 쿵 울리는 스틸컷 같은, 의미가 너무 심장하고 아름다운 미장센들이 종종 눈에 띄었고, 요리를 할 때 어떤 한 맛이 유독 돌출되는 것은 그 맛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맛과의 밸런스 때문인 경우가 있는 것처럼, 다음 작품은 분명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왠지 그 작품의 제목은 '홈'과는 다를 것 같고요.
개연성 없는 장면들이 많은데 특히
애가 그렇게 두드려 맞고 왔는데
아무런 반응을 안하고 할말하고 걸어가는 ‘아버지’도 그렇고요.
좀 안이한 영화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