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주는 사람들

2019.04.24 02:30

underground 조회 수:1206

저도 듀게에서 글을 읽다 보면 거슬리는 글도 있고 정 떨어지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요...  


그럴 때 제 마음을 가라앉히는 한 가지 방법은 어쩌면 이 사람에게는 제 글이 거슬리고 제가 정 떨어지는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거예요. 


제 관점에서 어떤 사람의 가치관이나 행동이 영 마음에 들지 않고 거슬린다면 그 사람의 관점에서 제 가치관이나 행동이 마음에 들 리가 없잖아요. 


제가 어떤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기분이 나빠졌다면 그 사람도 제 글을 읽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기분이 나빠졌을 가능성이 높죠. 


그러니까 제가 그 사람의 글을 참아주고 있는 만큼 어쩌면 그 사람도 계속 제 글을 참아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면 거슬리는 마음이 


어느 정도는 사라지더군요. 그 사람만 저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저도 그 사람을 괴롭히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일방적인 피해자 입장이 아닌  


공동 가해자의 입장이 되니 조금은 마음이 차분해져요. 


다음으로 저에게 직접적으로 거친 말을 하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기분이 더 많이 상하고 미운 마음도 생기는데요... 


그럴 경우에도 제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비록 제가 눈치가 없어서 그때 그때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아마 이 사람이 많이 참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한두 번 거슬리는 말을 했다고 대번에 거친 말을 쏟아내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상대방의 말이 거칠게 나올수록, 혹은 더 조롱조로 나올수록 어쩌면 이 사람은 그동안 제 글을 읽으며 그때 그때 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참았던 말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면 그래도 마음이 좀 가라앉더군요.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하고 제 글에 좀 과한 반응을 하는 것 같아서 불쾌하더라도 어쩌면 이 사람은 나와의 생각 차이로 계속 마음에 


쌓이는 게 있었다가 이런 걸 트집 잡아서라도, 혹은 의도적으로 오독해서라도 터뜨려야 할 만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던 건 아닐까 


생각하면 제가 써왔던 글에 대해 한 번은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요. 


그리고 저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사람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테고, 이 사람이 제 글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 사람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도 제 글을 보면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하는 미안한 마음도 좀 들고요. 


물론 그런 생각을 한다 해도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관이 쉽게 달라지진 않으니 제 글의 성향이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적어도 제 글의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는지 조금은 눈치채게 되고 굳이 그런 식으로 쓰지는 않게 조금은 더 주의하게 되죠. 


만약 제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비판받는다면 그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계속 하는 거고, 그에 대한 비판도 계속 들을 수밖에 없겠지만요.  


다만 누군가 저에게 화를 내고 있다면 그건 제가 그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힘들게 했다는 것이고, 빈번하게 마주치는 공간에서 그 사람이 


그 힘듦을 견딜 수 없었다고 생각해 보면 (저는 글을 꽤 자주 쓰는 편이니까요) 반드시 먼저 거친 말을 하는 사람이 가해자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게시판에서 몇몇 사람이 자신의 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게시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거나 


게시판 사람들이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아무도 자기에게 관심과 호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좀 성급한 판단이죠. 


이 세상에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 게시판에도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누구에게도 그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또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상 요동치는 게시판에서 정신을 가다듬는 저만의 비법을 적어보았습니다. 


이제까지 제 글이 별로 마음이 안 들어도 꾸욱 참아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리며 혹시 이 글이 마음에 안 들어도 다시 한 번 참아주시길...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77
123362 술 마시는 꿈 [1] catgotmy 2023.06.05 142
123361 Sade Diamond Life (1984) [4] catgotmy 2023.06.05 114
123360 [만화책바낭] 타카하시 루미코의 '마오' 1~14권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3.06.05 524
123359 프레임드 #450 [4] Lunagazer 2023.06.04 106
123358 이 티 입고 다니면 쳐다볼까요 [6] 가끔영화 2023.06.04 618
123357 외롭지는 않고 한가합니다 [2] 가끔영화 2023.06.04 267
123356 레트로튠-세월이 지나 같은 곡 같은 다른 곡 [3] theforce 2023.06.03 222
123355 프레임드 #449 [4] Lunagazer 2023.06.03 110
123354 [영화바낭] 정말로 스포일러 없는 '스크림6' 간단 잡담 [12] 로이배티 2023.06.03 462
123353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Back to Basics (2006) [1] catgotmy 2023.06.03 186
123352 [애플티비] 아주 건전한 미국맛 코믹 드라마, '운명을 읽는 기계' 시즌 1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6.02 724
123351 주말에 읽을 책들 [2] thoma 2023.06.02 325
123350 프레임드 #448 [4] Lunagazer 2023.06.02 110
123349 외모를 버린 레알 마드리드에 미남이 오려나요 [20] daviddain 2023.06.02 714
123348 그리즈만이 7월에 한국 오네요+이강인 [9] daviddain 2023.06.02 245
123347 아리아나 그란데 K Bye for Now (SWT Live) (2019) [1] catgotmy 2023.06.02 175
123346 나의 업무해방일지, 요즘 들은 아이돌 노래(걸그룹, 보이그룹 조금) 외 신곡 1 [2] 예상수 2023.06.02 298
123345 콘크리트 유토피아 예고편, 지난 번에 까먹은 듄: 파트 2 예고편 [3] 예상수 2023.06.02 334
123344 [웨이브바낭] 상남자 길반장님을 봅시다. '리브 앤 다이'(늑대의 거리) 잡담 [6] 로이배티 2023.06.01 404
123343 프레임드 #447 [2] Lunagazer 2023.06.01 1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