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년간 동물단체를 통해 결연을 맺은 강아지가 있습니다. 매달 소식은 받아왔지만 실제 만나러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강아지를 만나게 되면.. 정을 주게 될까봐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강아지가 오랜 투병 끝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비참한 개농장에서 학대받던 엄마개에게서, 태어나 날때부터 아팠다는 강아지는... 평균 수명에도 못 미치는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래도 결연자들과 동물단체 활동가들 덕분에 사랑받고 보살핌 받으며 살다 갔다고 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두가지 감정이 들었습닏다. 그래 안 보러 가길 잘했구나라는 이기심과

   그래도 사랑과 보살핌 받는 강아지로 살 수 있도록 내가 조금이라도 도왔구나 싶은 얇팍한 뿌듯함..


   다음엔 무엇으로 세상에 오든 건강한 엄마에게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다 가기를 바란다. 

   

2. 이 소식때문이었는지, 아침에 잠에서 깰 무렵 문득 우리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던 그 날이 생각났습니다. 

   며칠째 입맛이 없던 녀석을 위해 퇴근길에 무엇을 사갈까 집으로 전화했더니 

   강아지가 이상하다고, 그냥 빨리 돌아오라던 동생..

   집에 가보니 이미 몇번의 발작이 지나갔던 강아지 

   밤새 하울링을 하는 강아지를 끌어앉고 어쩔 줄 몰라하며 다독이던 우리.. 

   돌이키기 괴로운 기억이 다시 올라오는 찰라..

   "우아아아앙 우앙아앙"하며 베란다로 달려나가는 우리 철없는 고양이를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우리 강아지는 자기가 가족 구성원이라는 자각도 있었고, 가족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만.. 했는데

   이놈의 고양이는 정말이지 자기가 가족 구성원이는 자각은 있는 것인지 의문이고

   보탬은 1도 안 되고 있습니다. 그냥 이쁜거 하나로 먹고 사는 놈이죠..

   그건 우리 강아지도 그랬지만.. 이것도 다 귀엽고 이쁜 애들의 운명이랄까요..^^


   근데 뭐.. 우리에게도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떨어진 고양이였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도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인간 무리에 끌려온 것이니까요.

   그냥 서로서로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야겠죠.   

   그래도 철없는 고양이 덕에 아파하던 우리 강아지의 마지막 모습이 아닌

   그보다 더 긴 시간동안 행복했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강아지. 거기서 얌전히 잘 기다리고 있어. 나중에 군고구마 구워서 갈께 


3. 그러보니 세상은 코로나로 난리인데 저는 고작 강아지와 고양이에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참 팔자 편하구나 싶습니다.

   선진국이라는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로 쑥대밭이 되는 와중에 제 일상은 운동 강좌가 취소 된 것 빼고는 평상시와 같습니다. 

   전염병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된다면 제가 일하는 분야에도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이 있겠지만요.

   아직은 재난 지원금이 나오면 모처럼 소고기나 사다 구워먹겠다는 태평한 계획이나 세우는 나날입니다. 

   이런 태평한 날들을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끼며, 얼굴도 알지못하는 그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도 세상에 아주 모래알만한 보탬라도 되고 싶어요. 생각해보니 먹고 살만하다는 나라에서조차 코로나로 허덕이는데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려운 나라에 코로나가 터지면 정말 큰일이겠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사람을 위한 단체에도 조금씩 기부금을 보내려고 합니다.. 


4. 그건 그거고..

   운동 하러가고 싶어요. 엉엉. 코로나떄문에 강좌가 닫힌지 벌써 한달 반인데, 정부 정책에 따른다고(이건 잘한 일이지만) 또 보름간 닫을 거래요.

   여행도 가고 싶고, 

   스페인 가려고 했는데 앞으로 1-2년은 유럽 여행은 불가할 듯.. 

   그렇다고 동남아시아라고 다를 게 없어보이고.. 

   이제 전처럼 나사빠진 양반들이여기저기 정처없이 방랑할 수 있던 시대는 저물어가는 것일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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