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 게임 이름만 알고 있습니다.  오크 분장과 시각 효과만 볼만하고 그 외는 별거 없네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눈을 한껏 높여놓은 게 틀림없습니다. 익숙한 설정이야 차치하더라도 충분한 캐릭터 소개도 없이 이야기 전개가 FF 급. 지옥마법에 물든 마법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지옥마법에 빠졌나? 인간에게 잡힌 이종족 혼혈 여자 포로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언제, 어쩌다가 인간 용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가? 중간에 마법 수련을 그만둔 마법 수호자 후계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수련을 그만두었나? 나는 관심이 많은데 정작 영화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도 관심이 없습니다. 


해결책이라고 나오는 대사가 친구들을 믿어라, 입니다. 좀 어이가 없었죠. 도원결의 장면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문제는, 주요 등장인물들 사이의 멤버십 묘사가 거의 없어요. 등장인물들 사이의 케미 따위가 형성될 시간은 주지 않은 채 이야기는 훅훅 진행되니 긴장감은 하나도 없구요. 애초 원작이 되는 게임 설정이 얄팍한 건지 시나리오 각색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게임 캐릭터 설명을 찾아보면 뭔가 이런저런 사연과 설정들이 있긴 하던데 말이죠. (찾아보니 영화 제작에 관여하는 기업들이 너무 많아 각색에 수시로 개입하는 바람에 각본 작업이 힘겨웠다고 던컨 존스가 밝힌 바 있네요. 그래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캐스팅도 좀 불만입니다. 주요 캐스트들이 너무 젊단 느낌이던데. 나이 문제라기보다 역할들이 전형적인데 비해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들은 아니어서요. 왕과 왕비는 풋내기 느낌, 그 곁의 장수는 다년간 전장에서 구른 노련함보다는 이제 막 공을 세워보려는 혈기왕성함이 느껴집니다. 얼굴에 상처 분장이 많긴 하던데 그것으로 무게감이 채워지진 않네요. 


오크들이 그저 무뇌아인 야만적인 종족이 아니라 자기들 나름의 문화와 전통을 가진 전투 종족으로 묘사된 점만은 괜찮고요. 

오락영화로 추천은 못하겠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견주어서가 아니에요. 그리고 후속작은 커녕 걍 서막을 리부트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거에 진짜 관대한 사람 중 하나라고 자부합니다만 노잼이에여.. ㅠ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2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8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31
123326 2010년대의 미국 대중음악 [2] catgotmy 2023.05.31 253
123325 북한에 대해 [5] catgotmy 2023.05.31 413
123324 오랜만에 안반가운 위급재난문자 [10] 예상수 2023.05.31 742
123323 [게임바낭] 플랫포머 게임 둘 엔딩 봤습니다. '플래닛 오브 라나', '서머빌' [1] 로이배티 2023.05.30 232
123322 Peter Simonischek 1946-2023 R.I.P. [1] 조성용 2023.05.30 153
123321 오늘 마지막 글: 윤석열은 죽을때까지 간호 못받았으면 좋겠네요 [2] 예상수 2023.05.30 548
123320 프레임드 #445 [4] Lunagazer 2023.05.30 105
123319 우주는 어떻게 끝나는가 [3] catgotmy 2023.05.30 267
12331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3.05.30 513
123317 크리에이터, 거미집, 킬러 오브 더 플라워문, 미션 임파서블: 데드레코닝 파트1 새 예고편 예상수 2023.05.30 239
123316 점심시간을 빌려, 한달만에 잠깐 쓰고 갑니다:비뚤어진 어른들 [4] 예상수 2023.05.30 465
123315 ‘다음 소희’ 없도록…경기도의회, 현장실습생 안전보장조례 입법예고 [1] 왜냐하면 2023.05.30 183
123314 버호벤의 <캐티 티펠>/안데르센/<늑대의 혈족> daviddain 2023.05.30 177
123313 [웨이브바낭] 세상의 모든 영화 감독 지망생들에게 바칩니다 '달은... 해가 꾸는 꿈' [18] 로이배티 2023.05.29 626
123312 Yesterday, Ditto, I am, DibloVI,지브리스튜디오 애니 그리고 수영 [4] soboo 2023.05.29 281
123311 '큐어' 짧은 잡담 [11] thoma 2023.05.29 429
123310 외로우니까 좋네요 [6] catgotmy 2023.05.29 411
123309 누구일까요? [5] 왜냐하면 2023.05.29 208
123308 뻔뻔한 유베/레비/컨퍼런스 리그 [2] daviddain 2023.05.29 135
123307 프레임드 #444 [4] Lunagazer 2023.05.29 8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