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카페투어, 서면, 커피공장

2013.02.09 15:17

beirut 조회 수:6428

모모스와 커피공장에서 제가 목격할 수 있었던건, 큰 매장을 유지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을 손님들의 러쉬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원두와 더치커피를 구매하고 커피용품을 사가는 부산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곳의 커피문화는 정말 다르다는걸 느꼈습니다. 매장을 찾는 수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이 카페들의 '어떤 점'에 이끌려 문을 열게 되는것일까요.

 

서울의 카페들은 수줍게 스페셜티 커피를 내놓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바리스타는 조심스레 설명을 건냅니다. 대놓고 '우린 스페셜티 커피를 팝니다'하고 광고하는 곳은 드물죠. 메뉴판 어딘가에 쓰여진 덧말로 스페셜티를 홍보합니다.

 

커피공장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방법은 조금 달랐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통유리로 된 로스팅실, 완전히 오픈된 바와 각종 기구들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를 팔고 있음을 강조하는 각종 메뉴판. 우리는 이 정도다. 우리의 커피는 이런점이 뛰어나다. 숨기지 않습니다. 내숭도 없죠. 뽐내듯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들의 화끈한 모습에 사람들은 이끌립니다.

 

'자, 마셔봐. 우리의 커피를'

커피공장은 화끈한 부산남자의 사랑고백과 같습니다.

 

 

위로는 4층에 테라스까지 있는 엄청난 규모의 커피공장입니다. 커피공장의 출발은 이곳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남포동에 있는 본점은 이보다 훨씬 소박하죠.

 

 

네로, 네로쥬이시는 커피공장의 블렌드입니다. 메뉴판 밑에 있는 '스페셜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옆 메뉴판의 '레어 스페셜' 메뉴도 인상깊네요. 니카라과 COE로 커피를 주문하면 1000원의 추가요금을 받습니다. 카푸치노 메뉴대신 우유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자, 메뉴판을 보고 마음의 결정을 했다면 주문을 합니다. 푸드코드처럼 커피를 주문하면 영수증을 줍니다. 그리고 바리스타를 선택합니다.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사방이 트인 바에서 구경할 수 있죠. 커피공장의 시스템입니다.

 

베이커리에 눈을 돌려보지만 전 이미 빠니니식당에서 먹은 빠니니로 배가 부릅니다.

 

간지나는 커피공장 바리스타의 메뉴얼입니다. '내가 커피 좀 알지'라고 잘난척하며 카페에 들른 사람들은 종종 무례한 행동을 합니다. 드립하는데 고개를 들이밀어 방해를 한다거나(물줄기를 확인한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커피 만드는 레시피를 살펴보고 클레임을 건다거나, 볶아둔 원두를 손으로 만지며 '로스팅이 별론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만큼 아는데, 너는 그 정도 밖에 못하냐. 이런 아니꼬운 태도를 가지고 바에 돌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커피공장은 당당하게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맞는말입니다. 바리스타는 그런 손님들에게 쫄 필요가 없죠. 그리고 손님들도 바리스타를 존중하고 믿어줘야 하죠. 메뉴얼이 조금 간지럽고 오그라드는게 없지않아 있지만 말이죠.

 

자,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EP입니다. 검은색 무광의 스트라다는 마치 잘생긴 스포츠카를 연상시킵니다.

모모스와 제이스퀘어에 이어 스트라다 EP를 쓰는 가게 세번째로 발견. 과연 이들이 EP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궁금해집니다. 

 

그라인더의 구성은 메져&콤팍의 구성입니다. 콤팍 전시장이라 할만큼 다양한 라인의 콤팍이 있더군요.  머신은 스트라다 EP1대, 리네아 2대가 있구요. 후덜덜한 라인업입니다.

 

개인적으로 리네아에서 추출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이날은 교육 때문인지, 정비 때문인지 리네아 추출은 안하더군요.

 

리네아 얖에 있는 콤팍과 메져 자동그라인더.

 

심플커피? 네. 주문한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이해가 됐습니다.

 

심플한 맛의 카푸치노입니다. 농도 진한 카푸치노를 마시고싶어 일부러 4oz우유가 들어간 카푸치노를 시켰지만 여전히 맹맹한 감은 있습니다. 모모스나 제이스퀘어의 EP 추출보단 맘에 들었지만 그래도 아쉬운감이 남는 카푸치노였습니다. 맛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느낌입니다. 말그대로 쥬이시한 네로쥬이시네요. 아프리코트, 자몽, 시트러스의 향미가 느껴졌습니다.

 

FM에스프레소와 어웨이크의 카푸치노를 제외하곤 심심한 느낌이 든 이 카푸치노에 대해 마지막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진한 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인가, 아님 트렌드인가 아님 실수인가. 카페에서 받은 인상에 비해 강렬하지 않은 커피맛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아쉬운 맘에 네로블렌드와 니카라과 COE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맛봅니다. 긴 머리의 통통한 여직원이 이번엔 저를 전담합니다. 커피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주면서 추출을 해줍니다. 설명도 좋았고, 주문한 에스프레소 두 잔도 맛있었습니다. 니카라과 COE는 강렬한 맛이었습니다. 산뜻하고 화사했습니다. 체리나 사과의 신맛 라임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1위 커피답게 깔끔하고 당돌한 신맛을 자랑합니다.

 

커피를 3잔 정도 마셨으니 이제 카페 탐방. 슬그머니 로스팅룸으로 접근합니다.

 

여기도 스페셜, 저기도 스페셜. 스페셜티를 한다고 광고합니다. 숨기지 않죠.

 

화려한 원두 패키지 옆에는 자세한 테이스팅 노트와 설명이 있습니다.

 

이렇게. 원두의 향도 맡을수 있네요.

 

네로 쥬이시는 빨간색으로.

 

자, 2층의 커피바가 앉아서 마시고 가는 손님들을 위한곳이었다면 아래층의 바는 테이크아웃 전용바입니다. 가격이 좀 더 저렴합니다.

 

리네아와 콤팍 셋팅

 

여기도 더치커피를 판매합니다. 종류별로, 공장처럼 커피를 뽑아냅니다.

 

시음도 할 수 있구요.

 

시식코너인데 설명도 해주고 그런가봅니다.

 

멀리 보이는 기센 로스터.

 

샘플로스터로 쓰이는것 같은 프로바티노가 보입니다.

 

 

 

생두창고. 다 보여줍니다. 볼테면 봐라. 이런 느낌이죠.

 

랩에는 GS/3와 콤팍 수동 그라인더가 있네요. 여러모로 실험 추출을 해보기 좋은 세팅이죠.

 

커피용품 판매도 공장처럼. 다양한 용품들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커피공장이었습니다.

 

부산의 커피열기는 대단합니다. 스페셜티 커피샵에 이렇게 손님이 많이 몰려드는건 고무적인 일이죠. 이런 카페들은 질 좋은 커피를 대중화하고 소비자의 입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알게되고 자신만의 기준도 생깁니다. 좋은 커피를 분별할줄 아는 현명한 소비자들은 좋은 카페를 선택하게 되죠. 그리고 적극적인 소비를 합니다. 이렇게 이뤄지는 부산의 선순환 구조는 부산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무한한 성장을 예고합니다.

 

몇 잔의 아쉬운 카푸치노가 있었지만 제가 방문했던 카페들의 커피는 모두 수준급이었습니다. 사장들의 운영철학도 분명한 느낌이 들었구요. 커피의 맛과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장단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자극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부산이 서울을 따라간다고 말 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산은 이미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고 오히려 서울의 카페들까지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부산에 들르실 일이 있다면 꼭 이 카페들을 가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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