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

2017.11.01 22:11

여은성 조회 수:702


 1.이전에 쓴 글에서 빌어먹을 헛짓거리를 끊기 위해 브레이크를 걸어 놨다고 했었죠. 아예 돈을 쓰지 못하게 생활비만 빼놓고 주식에 넣어버린 거예요. 덕분에 매일밤마다 후회중이예요.



 2.왜냐면 주식으로 바꿔놓은 돈은 다시 팔아도 이틀이 지나야 현금으로 바뀐단 말이예요. 이걸 팔아봤자 이틀 후에야 놀러갈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김이 팍 식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매번 후회하는 거죠. '이틀 전에 주식을 팔아 놓을걸...'이라고 매일마다 후회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다음 날이 되면 주식을 팔지는 않아요. 이걸 팔아봐야 당장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이틀 후에 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짜증만 나거든요. 


 하긴 브레이크를 걸어 놓을 때 이런 효과를 노린 거긴 하지만요.



 3.그리고 지금도 또다시 후회중이예요. 왜냐면 금요일날이라도 놀려면 오늘은 주식을 팔았어야 하거든요. 중간에 낀 휴일은 카운트되지 않기 때문에 내일 주식을 팔면 토요일이 아니라 월요일에야 돈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야 돈이 없어도 놀러가서 외상으로 하자고 하면 그러라고 하긴 해요. 아니...앞장서서 내게 외상으로 먹고 가라고 해요.



 4.휴.



 5.'신용이 쌓였으니까 외상으로 먹고 가라는 건 알겠는데...그쪽에서 외상을 강력하게 권하는 이유는 뭐지?'라고 궁금해할 수도 있겠네요. 나는 온라인뱅킹을 할 줄 모르거든요. 그래서 돈을 건넬 때는 ATM에서 뽑은 다음에 상대에게 직접 찾아가 건넬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외상으로 놀고 가면 나는 돈을 갚기 위해 다시 그 가게에 나타날 거고, 그럼 그들은 그들의 가게에 온 나를 절대 그냥 내보내지 않거든요. '왜 거기 서 있어? 들어와. 일단 들어와.'라고 한 뒤 크레페나 과일 에이드 같은 걸 멋대로 한접시 차려놓은 후 '부담은 가지지 말고 이거 먹고 가.'라고 하니까요. 그러면 마음이 너무 착한 나는 그냥 나갈 수가 없게 되고 다시 그 가게에서 끝까지 머무르다가 사장이랑 같이 셔터를 내리고 떠나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외상으로 놀고 가면 사실상 한번 더 영업이 가능한 거예요. 일단 내가 가게에 나타나기만 하면, 절대로 그냥은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법을 그들은 잘 아니까요.


 

 6.뭐 어쨌든 외상은 안 해요. 외상으로 놀고 있으면 가시 방석에 앉은 기분이라서요. 폼도 안 나고요. 


 하아...하지만 놀러가고 싶단 말이예요...놀러가고 싶은데 당장 가진 돈이 없어요. 누군가는 이쯤에서 이러겠죠. '잠깐, 너도 직업이 있잖아. 월말마다 월급이 나오지 않아?'라고요. 그야 물론 나오죠. 이미 다 썼지만요.


 하아...하지만 놀러가고 싶단 말이예요...



 7.그래서 몇 시간째 리스트를 뒤져보고 있는데 없어요! 없다고요! 돈을 꾸고 월요일날 갚는다고 하면 믿고 빌려줄 것 같은 사람이 한명도 없어요!


 아니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헤헤 월요일날 갚을테니 돈좀 꿔 줘. 돈을 갚으면서 맛있는 거라도 살께.'라는 말이 나오는 상대는 진짜 없어요. 그런 말을 할 상대가 인생에 단 한 명도 없다니...너무 내가 가엾어서 눈물이 좀 나왔어요. 


 하지만 눈물을 닦고 안운 척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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